거가대교 위에서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피해자 A씨(왼쪽)의 모습과 피의자 B씨의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위 갓길에서 30대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다리 아래로 떨어트리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 15일 오전 5시쯤 거가대교에서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며 피의자인 3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됐다고 전했다.


피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피의자인 남자친구 B씨와 3년간 교제했다. B씨는 사귀는 동안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A씨는 B씨가 욕 한마디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B씨는 늘 다정하고 배려심이 많은 성격이었다. 이상한 점이라곤 사귀는 동안 회사를 최소 15번 옮겼고 친구가 없는 등 사회생활을 어려워했다는 것이었다.

B씨는 2년 전부터 과대·피해망상 증상을 보였다. A씨에게 새벽에 전화를 걸어 "누가 해킹하는 것 같다" "도촬 당하는 것 같다" "너희 가족들 괜찮냐. 집 주소 불러봐라"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직장 동료들이 '폐급'이라며 험담하고 왕따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차도는 거의 없었다.

이에 지친 A씨는 결국 문자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자 A씨는 "이야기 한번하고 헤어지는 게 맞지 않겠냐" "생각 조금만 더 해달라"며 부탁했고, 이들은 갈등을 잘 해결했다. 거제시 한 숙소에서 시간을 보낸 이들은 이튿날 새벽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거가대교를 넘어가는 차 안에서 다시 B씨의 피해망상이 시작됐다. B씨는 대교 한복판에 차를 세우더니 "나 해킹당한 거 맞는 거 같다"면서 A씨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다. A씨가 "힘든 일이 있냐"라고 묻자, B씨는 "이제 우리 같이 죽어야 한다" "해킹범이 몇 명인지 모른다"라며 재킷에서 흉기를 꺼내 A씨의 목, 어깨, 얼굴 등을 찔렀다. 또 A씨를 들어 올려 다리 난간 밖으로 떨어트리려고도 했다.

겨우 B씨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는 데 성공한 A씨는 다리를 지나는 차를 붙잡아 "저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한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행인이 경찰에 신고한 덕분에 B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A씨는 "아직도 범행 이유를 모르겠다. 심신미약으로 금방 풀려날까 봐 걱정된다. 미쳐서 한 짓이든 제정신으로 한 짓이든 흉기까지 준비해 살인을 계획한 것"이라며 엄벌을 탄원했다.

양지열 변호사는 "사건 자체가 중하다. 목 부위를 찔려 정말 위험할 뻔했다. 눈이나 어깨 쪽에 자상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사건은 아니다"라며 "석연찮은 범행 동기, 제대로 범죄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느냐, 이런 부분까지 인정돼야 심신미약이 인정되기 때문에 처벌이 그리 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