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몇살로 돌아가고 싶은가? 20? 10? 한 성당에서 신부님이 미사에 오신 70~80대 할머니 성도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몇살로 돌아가고 싶냐고. 언뜻 생각하면 꽃다운 10대나 20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실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많은 성도들이 50대를 꼽더란다. 10~20대는 공부하느라 너무 힘들고 30~40대는 자녀 기르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50대야 말로 황금기였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다 길러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그동안 세상풍파를 다 겪었기 때문에 무서울 것도 없어 아주 행복한 때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텔레비전을 켜면 온통 젊은이들만 나오고 젊음은 좋은 것이고 늙음은 불쌍한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 깊이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직 가보지 않은 시기가 생각만큼 어둡지만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화려하고 멋진 시기가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각각 300여명의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자신들의 행복을 등급을 매겨 평가해보라고 하자 70세 전후의 어르신들이 30세 전후의 젊은이보다 10% 이상 더 높은 등급을 매겼다고 한다. 오히려 어르신들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는 나이를 먹으면 뇌가 아주 능숙한 감정관리자가 되기 때문이다.


, 좋은 기억은 더 오래 지속되고 나쁜 기분으로부터는 더 빨리 회복되는 성향을 갖는다. 이는 좋은 일만 생각하려는 충동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서는 일종의 건망증도 갖게 되는 것이다. 로라 카스텐슨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늙어감에 따라 점차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가장 즐기는 활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바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할머니들이 50대를 더 원하는 이유

나이 먹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직관(直觀)은 상당히 잘못돼 있다.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은 노화는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적응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부수적인 것이라며 노화는 나쁜 것이라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세포와 노화된 세포에 각각 독성 물질을 주입하는 실험을 통해 노화의 의미를 밝혀냈다.


저강도 독성을 주었을 때 젊은 세포는 반응했으나 늙은 세포는 반응하지 않았다. 독성 수치를 높였더니 젊은 세포는 반응을 하다 죽어버렸으나, 늙은 세포는 반응이 낮은 대신 죽지 않았다고 한다. 세포 역시 늙으면 현명해져서 오히려 외부 독성에 대해 강한 생존력을 보이는 것이다.


바야흐로 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늙으면 힘이 없어서 돈 쓸 일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것 역시 잘못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점점 늙고 지혜로워지면서 어느 정도 돈이 있으면 인생이 더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젊을 때는 돈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늙으면 지혜롭게 돈 쓰는 방법을 알게 된다. 이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 재무적인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젊었을 때 저축하고 투자했던 돈으로부터 노후에 세월이 갈수록 더욱 풍요로운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노후 준비 투자는 오랫기간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산의 가격 변동보다는 물가상승에 따른 가치 하락이 더 위험하다. 따라서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물가상승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주식펀드와 같은 적극적인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