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미니 이색 프로모션 진실은…
80만원 깎으려고 '5%'에 도전?
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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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가 '미니 선샤인'이라는 이색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달까지 미니 브랜드의 미니 컨버터블과 미니 로드스터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가을 날씨에 따라 할부금액 등을 면제해준다는 내용이다. 날이 궂으면 지붕을 열고 사용하기 어려운 '오픈 탑' 모델의 특성을 활용한 프로모션이다.
프로모션 조건은 이렇다. 9월까지 해당 차량을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10~11월 두달간 비(서울관측소 측정 기준 일일강수량이 5mm 이상)가 10일 이상 내리면 12월 할부금이나 리스 월 납입금을 면제해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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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조건도 있다. 미니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의 금융상품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 여기에 통상 차량 가격의 30~50%를 선납금으로 내야 하고 24개월 내지는 36개월 할부조건이 붙는다. 미니 컨버터블과 로드스터의 가격은 각각 3900만~4600만원과 3940만~4470만원이다.
BMW 홍보 관계자는 "프로모션 내용이 적용되면 약 80만~120만원 정도의 가격할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구매자가 약 80만~120만원의 가격 할인효과를 거둘 확률은 얼마나 될까. 우선 기상청의 국내기후자료 중 30년(1981~2010년) 평년값을 보면 10월 평균 강수량은 51.8mm, 11월 평균 강수량은 52.5mm다. 수치상으로 보자면 5mm 이상인 날이 10일 이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일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실제 서울관측소 측정기준을 분석해본 결과 최근 20년간 10~11월에 비가 온 날은 338일(눈 온 날 제외)이다. 반면 하루 5mm 이상 비가 온 날은 110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강수량이 50mm를 넘는 이유는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1994년 10월12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는 월 평균 강수량을 상회하는 79.4mm의 비가 내렸다.
최근 20년간 서울지역에서 10~11월 두달간 5mm 이상 비온 날이 10일 이상인 해는 2003년이 유일하다. 이때 비가 온 날은 11일로 간신히 프로모션 조건을 충족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추산해 보면 올해 프로모션 조건을 충족할 확률은 5% 수준에 그친다.
특히 2003년 이후 8년 동안 10~11월에 5mm 이상 비온 날은 이전보다 적다. 지난해 이 기간동안 비온 날은 14일이지만 5mm 이상을 기록한 날은 5일에 불과하다. 2010년에는 3일 뿐이다. 최근 8년간 6일 이상을 기록한 해는 없었다. 지난 20년 동안 10~11월에 5mm 이상 비가 내린 날의 평균일수는 5.5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BMW 미니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프로모션은 결코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적지 않은 홍보효과와 판매 촉진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리스크는 극히 적기 때문이다. 날씨나 스포츠 결과를 놓고 진행하는 조건부 프로모션에 흔히 기업들이 보험가입을 통해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BMW 미니가 보험가입조차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건부 프로모션의 이면에는 기업들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는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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