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빚은 빵이 '500원'
People/ 박용근 인디오븐 이사①
문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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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요즘 어디를 가도 1000원 이하의 빵을 찾기가 힘들다. 굳이 찾는다면 시장터에서 간판도 없이 좌판에 내놓고 파는 곳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문을 연 프랜차이즈 빵집 '인디오븐'은 대부분의 빵 가격이 500원이다. '미끼상품'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500원짜리 빵이 인디오븐의 주력제품이다.
인디오븐은 연구소 장비를 생산하는 고은I&D라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주들이 참여해 만든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그 중심에는 고은I&D의 대표이자 인디오븐 가맹본부의 총괄본부장인 박용근 이사가 있다.
500원짜리 빵이 가능할까. 박 이사는 "빵 하나 값이 500원인 것은 저렴한 게 아닌 합리적인 가격"이라며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빵값을 올렸기 때문에 500원짜리 빵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5월 1호점을 낸 이후 인디오븐의 가맹점은 어느덧 14호점을 돌파했고 현재 2곳이 추가로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인천지역의 인기는 유별나다. 인천지역에만 8개점이 성업 중이다. 테스트매장을 인천에 연 이후 인디오븐을 찾은 그 지역 손님들이 먼저 가맹점을 내게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일 매출이 400만~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어요. 그 후 손님들로부터 먼저 가게를 열게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죠. 그렇게 하다 보니 순식간에 가맹점이 10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 겁니다."
이미 거대 프랜차이즈 빵집이 점령해버린 듯한 제과업계. 살아남기 힘들 것만 같은 이 업계에 야심차게 발을 담근 인디오븐의 박용근 이사를 만나 500원짜리 빵의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 500원짜리 빵에 담긴 진심
"빵값이 빵처럼 부풀어졌어요." 500원짜리 빵의 원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박용근 이사는 500원에 팔고도 남는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빵을 좋아하는 박 이사는 그저 빵집 하나만 열려고 계획하던 중이었다. 여러 프랜차이즈 빵집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다가 제과제빵업계의 사정을 파악하게 됐는데, 결론은 빵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경영컨설팅업체에 의뢰해 분석해봤더니 좋은 재료를 써도 판매가 500원인 빵 하나의 원가는 3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저희 빵은 유통비용이나 광고 마케팅비가 없고 본사가 가져가는 수익도 최소화했습니다. 결국 500원짜리 빵을 팔고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게 입증된 거죠."
박 이사는 빵집 하나를 열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단순히 빵집 하나만 여는 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빵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를 하자는 것.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답게 차근차근 준비에 들어갔다. 매장 인테리어 역시 전문가에게 의뢰해 오픈형 키친으로 제작, 소비자가 빵 제조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면서도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낸 것이다.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테스트매장을 내면서 인디오븐을 검증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장기불황이라고 할 정도로 소비자의 지갑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인디오븐이 그런 시기도 잘 맞춘 것 같습니다. 앞으로 500원이라는 가격은 되도록 올리지 않을 계획입니다."
인디오븐은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 아닌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인디오븐이 오픈하려는 곳마다 이미 프랜차이즈 빵집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
"저희 가게가 문을 열면 프랜차이즈 빵집들도 행사를 열어 가격을 깎아주는 걸 많이 봤어요. 저희처럼 저렴한 빵집이 있기에 가격제어 역할도 가능하게 된 셈이죠."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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