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바퀴를 발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6000년 전. 스스로의 힘으로 달린다는 의미의 자동차는 이때부터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1770년, 프랑스의 군사기술자 퀴뇨의 손에 의해 기계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는 증기기관 자동차가 탄생한다. 인류의 첫 자동차로 기억될 이 차는 앞바퀴 하나만을 구동하는 3륜차로, 무게가 많이 나가고 보일러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속도는 기껏 시속 5km에 불과했다.

그 후 자동차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제는 자동차가 너무 빨라진 탓에 오히려 제한속도를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달리기' 그 자체를 향한 도전보다는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가 더 중요해졌다.

이에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김동한·김문태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부품) 및 헬스케어 분야의 주도권 쟁탈전에 나선 주요국가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해당산업의 미래를 전망해봤다. 
 
'스마트 엔진' 주도권을 잡아라

'스마트 엔진' 주도권을 잡아라

◆자동차,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차세대 자동차는 크게 '친환경'과 '지능형' 두가지 콘셉트를 가지고 발전 중이다.

친환경 자동차는 석유 사용을 줄이거나 새로운 에너지를 사용해 배기가스를 절감한 차량을 말한다. 석유사용을 감소한 차량으로는 하이브리드자동차(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가 있으며, 전기를 대체에너지로 사용한 차량으로는 전기자동차(EV)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FCEV)가 있다.

지능형 자동차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안전성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모함에 따라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IT와의 융합으로 개발되는 차를 일컫는다.

친환경 자동차는 파워트레인 성능과 경량화 기술의 개선을 바탕으로 한 하이브리드카를 중심으로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이 시장을 선도하는 곳은 토요타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시장에서의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57만대가량을 판매하며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친환경 자동차 보조금 정책 종료 여파로 토요타가 잠시 주춤한 사이, 그간 친환경차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현대·기아차가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의 판매 호조로 급성장을 일궈내며 글로벌 4위까지 올라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여세를 몰아 엔진 다운사이징(터보차저 엔진 장착)과 차량 경량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기본적으로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 동시에 터보차저를 통해 출력을 유지시키는 게 핵심이다. 환경에 유해한 배출가스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대신 동력성능과 연비는 오히려 더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지능형 자동차는 자율주행을 목표로 발전 중이다. 능동형안전시스템, 첨단주행편의시스템 등 각종 사고의 예방과 운전자의 운전부하 감소를 목적으로 한 기술들은 반도체와 IT, 소프트웨어 기술과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IT 융합시장은 연평균 7~8%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2015년께에는 시장규모가 211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IT 융합시장이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1%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5.8%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금액으로는 12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지능형 자동차시장은 부품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자동차산업에 대한 R&D 투자 확대 및 인력 육성이 시급하며, 제도적 지원 및 인프라 구축 활성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 엔진' 주도권을 잡아라

◆헬스케어, 고령화시대에 스마트 날개 달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가와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료기기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IT 등 여타 제조업과 융합을 통해 맞춤형 개인화서비스, 예측 진료 등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분야의 발전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확대됨에 따라 스마트 헬스케어 등 새로운 분야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란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등의 기술과 의료기술이 융합돼 항시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원격 진료와 개인형 예측 진료는 물론이고 넓게는 피트니스 제품군, 의료정보 제공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기존에도 이러한 제품군은 존재했지만 스마트폰의 다양한 센서와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외부기기 접속 기능 등을 통한 활용 범위가 확장돼 단순한 UI로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태동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의 결합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스마트 헬스케어에는 통신사 및 하드웨어 제조사와 같은 ICT 업체, 병원의 의료진, 보험사 등이 주요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다.

피트니스 제품군은 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과 접목된 형태로 나타난다. 나이키 제품이 대표적이다. 운동량 측정이 가능한 신발 형태의 '나이키+아이팟', 여기에 화면을 추가한 손목밴드 형태의 '나이키+스포츠밴드', GPS가 추가돼 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나이키+스포츠워치 GPS' 등이 출시됐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세계 의료기기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에 있다. 헬스케어 관련 세계 상위 15대 기업의 매출액은 세계시장 성장 추세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들의 매출액은 2008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2년에도 전년대비 5.7% 증가한 1800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기업이 세계 헬스케어시장의 이 같은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우리로선 안타까운 부분이다. 특히 연구개발 시장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2011년 기준 글로벌 및 국내 상위 10개 업체의 헬스케어 관련 연구개발비 총합은 각각 100억9000만달러, 6500만달러로 그 격차가 무려 150배를 웃돈다. EC에서 선정한 R&D 상위 2000개 업체 분석에서도 미국 업체들이 이 분야 연구의 63.8%를 차지하는 반면, 국내업체는 한 업체도 포함되지 않았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헬스케어 기업들과의 격차가 큰 편이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필요하다"며 "시장규모, 업체별 연구개발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세계시장 진출, 인수합병 등의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