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 또…"하는 사이 무너진 그룹의 공통점
2013 한국경제가 남긴 5대 숙제 ④ 유동성 위기 기업들
박성필 기자
9,064
공유하기
지난해 웅진에 이어 올해도 묵직한 기업들이 그룹해체의 아픔을 겪었다. 올 4월 기준 재계 12위와 36위인 STX와 동양그룹이 무너진 것. 뿐만 아니라 동부와 한진해운, 현대그룹 등도 잇따라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재계가 휘청대고 있다.
사실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원인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동안 경영전문가들에 의한 기업분석 결과도 충분히 공개됐다. 그렇다면 원인을 알고 있어도 유동성 위기는 막을 수 없는 것일까. 올해 미완의 숙제 중 하나인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시 대책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사전대책: 무리한 사업 확장 금물
경영전문가들의 공통된 답변은 '무리한 사업 확장'을 삼가는 것이다.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무리하게 신규사업에 투자하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사업이다 보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적절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활황기 '끝물'에 비싸게 사는 리스크를 안게 마련이다.
여기에 막대한 차입금까지 안고 간다면 유동성 위기는 보다 가까워진다. 차입금이 많아지면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를 갚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높은 이자로 대출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국 대출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돌려막기'가 되풀이되는 것.
올해 그룹이 해체된 STX와 동양이 이와 같은 경우다. STX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강덕수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에서 비롯된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거대해진 몸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에 민감한 '조선-해운 수직계열화' 기업구조는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했다.
동양은 현금수익원이던 시멘트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뒤 이를 보완할 차기 비즈니스모델이 뚜렷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현 회장은 골프장사업 확대, 그룹 내 지분 확대 등을 위해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늘리다가 결국 그룹 해체를 겪었다.
송인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부채가 많아지면 자금난에 부딪히게 된다"며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면서 막대한 차입금을 떠안아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 된 STX와 동양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사후대책: 신속한 구조조정 실천
이미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면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 경영전문가들은 부실기업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의 핵심은 '속도'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서둘러 부채를 상환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STX의 경우 구조조정을 미루다 좌초한 사례"라며 "곧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한 강 회장이 구조조정에 뜸을 들이면서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동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양은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돈 되는 건 무조건 팔겠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내놨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동양은 비핵심 자산을 팔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갚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훗날 돈이 될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를 두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결국 동양이 그룹 해체 수순까지 밟게 된 데는 뜸 들였던 구조조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헐값에라도 서둘러 자산을 처분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지만 애지중지하던 '30년 반도체 신화' 동부하이텍을 포기한 동부는 해체수순을 밟은 기업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또 사재출연과 부친이 운영했던 동부메탈까지 내놓은 김준기 회장의 결정은 시장을 진정시키며 신뢰를 다시 쌓는 흐름으로 바꿔 놨다.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이 '재무개선을 위한 오너의 결단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회사채·CP시장 투명화 필요
기업들이 잇따라 유동성 위기를 맞자 회사채 및 기업어음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대책으로 떠올랐다.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영전문가들이 내놓은 첫번째 대책은 회사채 및 기업어음 시장의 투명성 제고다. 기업의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신속하고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다. 예컨대 동양 사태처럼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 양산을 방관한 금융당국이 신뢰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의 경우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속박이 있어 기업들이 회사채시장으로 나가고 있다"며 "최근 이로 인해 엉뚱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번져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회사채 및 기업어음에 대한 투명성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당국이 최악을 대비한 카드를 남겨두는 모양새지만 항상 외부요인에 휘둘리는 회사채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에 따른 연쇄 후유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원도 힘을 실었다. 동양의 경우 현재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앞서 금융당국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 그룹 지주회사인 ㈜동양의 재무상태가 부실해지자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1568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동양증권 지점을 통해 발행·판매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동양의 증권사와 직원들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과 동시에 금융당국에게도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실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원인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동안 경영전문가들에 의한 기업분석 결과도 충분히 공개됐다. 그렇다면 원인을 알고 있어도 유동성 위기는 막을 수 없는 것일까. 올해 미완의 숙제 중 하나인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시 대책에 대해 알아봤다.
![]() |
◆사전대책: 무리한 사업 확장 금물
경영전문가들의 공통된 답변은 '무리한 사업 확장'을 삼가는 것이다.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무리하게 신규사업에 투자하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사업이다 보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적절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활황기 '끝물'에 비싸게 사는 리스크를 안게 마련이다.
여기에 막대한 차입금까지 안고 간다면 유동성 위기는 보다 가까워진다. 차입금이 많아지면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를 갚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높은 이자로 대출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국 대출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돌려막기'가 되풀이되는 것.
올해 그룹이 해체된 STX와 동양이 이와 같은 경우다. STX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강덕수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에서 비롯된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거대해진 몸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에 민감한 '조선-해운 수직계열화' 기업구조는 유동성 위기를 부채질했다.
동양은 현금수익원이던 시멘트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뒤 이를 보완할 차기 비즈니스모델이 뚜렷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현 회장은 골프장사업 확대, 그룹 내 지분 확대 등을 위해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늘리다가 결국 그룹 해체를 겪었다.
송인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부채가 많아지면 자금난에 부딪히게 된다"며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면서 막대한 차입금을 떠안아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 된 STX와 동양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 |
◆사후대책: 신속한 구조조정 실천
이미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면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 경영전문가들은 부실기업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의 핵심은 '속도'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서둘러 부채를 상환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STX의 경우 구조조정을 미루다 좌초한 사례"라며 "곧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한 강 회장이 구조조정에 뜸을 들이면서 그룹이 해체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동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양은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돈 되는 건 무조건 팔겠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내놨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동양은 비핵심 자산을 팔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갚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훗날 돈이 될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를 두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결국 동양이 그룹 해체 수순까지 밟게 된 데는 뜸 들였던 구조조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헐값에라도 서둘러 자산을 처분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지만 애지중지하던 '30년 반도체 신화' 동부하이텍을 포기한 동부는 해체수순을 밟은 기업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또 사재출연과 부친이 운영했던 동부메탈까지 내놓은 김준기 회장의 결정은 시장을 진정시키며 신뢰를 다시 쌓는 흐름으로 바꿔 놨다.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이 '재무개선을 위한 오너의 결단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회사채·CP시장 투명화 필요
기업들이 잇따라 유동성 위기를 맞자 회사채 및 기업어음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대책으로 떠올랐다.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영전문가들이 내놓은 첫번째 대책은 회사채 및 기업어음 시장의 투명성 제고다. 기업의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신속하고 폭넓게 제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다. 예컨대 동양 사태처럼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 양산을 방관한 금융당국이 신뢰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의 경우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속박이 있어 기업들이 회사채시장으로 나가고 있다"며 "최근 이로 인해 엉뚱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번져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회사채 및 기업어음에 대한 투명성이 크게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당국이 최악을 대비한 카드를 남겨두는 모양새지만 항상 외부요인에 휘둘리는 회사채시장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에 따른 연쇄 후유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원도 힘을 실었다. 동양의 경우 현재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앞서 금융당국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현 회장은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 그룹 지주회사인 ㈜동양의 재무상태가 부실해지자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1568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동양증권 지점을 통해 발행·판매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동양의 증권사와 직원들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과 동시에 금융당국에게도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유동성 위기와 거리 두려면?
- 무리한 사업 확장 금물
- 막대한 차입금 마련 금물
- 유동성 위기 돌입 시 신속한 구조조정
- 회사채와 기업어음시장의 투명성
-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
- 무리한 사업 확장 금물
- 막대한 차입금 마련 금물
- 유동성 위기 돌입 시 신속한 구조조정
- 회사채와 기업어음시장의 투명성
-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