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애호가들과 지난 10월 말 일본 후쿠오카로 맛 기행을 다녀왔다. 둘째 날 아침 식사는 일부러 대중 식사를 선택했다. 같은 방을 쓴 직원과 함께 찾은 곳은 규동 체인점인 <스키야>였다. 

<스키야>는 <요시노야>, <마츠야>와 더불어 일본의 3대 규동 체인점이다. 최근 규동 체인점 중 가장 잘나간다고 한다. 이 집은 간판에 ‘규동과 카레’를 전면에 내세웠다. 규동이 주력 메뉴고 일본인이 워낙 좋아하는 카레를 부 메뉴로 배치한 것이다. 

◇ 최근 잘 나가는 규동 체인점 <스키야>에서의 조식
‘스키야’라는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규동은 스키야키 덮밥이다.
일본식 불고기 덮밥 규동은 ‘서민 음식’이다. 일본 서민들이 소고기를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기 때문. 

<스키야>와 <마츠야>, <요시노야>에서 280엔(약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면 규동을 먹을 수 있다. <스키야>와 <마츠야>에서는 250엔의 메뉴까지 선보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의 한 대기업에서 <요시노야>의 규동 아이템을 도입했지만 완벽하게 실패했다. 필자도 강남역 대로변 <요시노야>에서 규동을 딱 한번 먹어보고 단박에 실패를 예감했다. 

한국인의 기호에도 안 맞고 본래 서민 음식이었던 규동이 당시 한국에서 중상가 이상의 단가로 책정되었었다. 얼마 전 일본의 유명 이자카야를 한국의 외식기업에서 도입했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일본보다 훨씬 비싸다. 

아무리 엔저시대라고 해도 일본 국민의 1인당 GDP가 한국보다 훨씬 높은 데도 말이다. 어찌됐든 <요시노야> 규동을 도입한 대기업체는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몇 해 전 농협에서 한우로 패스트푸드 덮밥을 만들고 싶어 해서 사업기획안을 작성했던 적이 있는데 ‘규동’ 사례를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결론은 한우를 소재로 한 대중적 패스트푸드는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 소비자가 저렴한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일본 외식시장
방문한 당시 <스키야>는 신메뉴인 잡채 덮밥 ‘잡채 규동’을 배너를 사용해 홍보하고 있었다. 가격은 430엔(약 4800원)으로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필자와 일행은 잡채 규동과 포크 카레(450엔, 약 5000원)를 주문했다.

<스키야>에서 규동과 더불어 카레를 주력 메뉴로 설정한 것은 매우 현명한 전략이다. 카레는 중독성이 강할뿐더러 일본인들의 국민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키야>의 주력 메뉴는 역시 규동이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조식 메뉴판을 보니 아주 저렴한 것은 200엔(약 2200원)짜리부터 있었다. 일본 조식의 기본은 쌀밥과 미소시루, 생선구이, 달걀이다. 한국에서는 김밥 전문점을 제외하고는 한식을 활용한 조식 시장이 거의 없다. 

이렇게 간편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규동 전문점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부러울 따름이다. 규동 전문점에서는 한화로 약 3000~5000원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24시간 영업이다.


주문한 포크 카레도 예상대로 준수한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카레를 먹을 때 한국처럼 밥을 비벼서 먹지 않는다. 밥에 카레를 곁들여서 먹는다. 일본 카레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큼직큼직하게 잘라 넣은 돼지고기의 볼륨감도 좋았다. 

다만 따로 반찬은 제공되지 않기에 초생강을 약간 곁들여서 먹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카레라이스라면 한국에서 판매하더라도 자주 먹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 한국 외식 시장에서 5000원에 이 정도 수준의 카레를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 생각에 카레는 돼지고기보다 소고기와 더 잘 맞는 것 같다.

◇ 한국 잡채를 일본식으로 변형한 신메뉴 ‘잡채 규동’
▲ 일본 잡채규동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 일본 잡채규동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일행이 주문한 잡채 규동이 나왔다. 이 메뉴는 한국 잡채를 어느 정도 벤치마킹했다. 이 메뉴의 특징은 매콤하다는 것이다. 사실 잡채 규동의 등장도 예측이 가능했던 일이다. 

일본사람들이 한국 음식에서 선호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잡채이기 때문이다. 당면의 식감을 의외로 좋아한다는 것은 음식에 조예가 있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음식점에서 잡채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중식당 잡채밥과 더불어 한정식집, 일부 밥집에서 찬으로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삼겹살집과 일반 한식당 등에서 저렴한 돼지 후지를 활용한 잡채밥을 만들면 원가 측면은 물론 오퍼레이션도 용이하다. 기본적으로 손님의 니즈가 어느 정도 있는 메뉴다.


이런 잡채를 일본 규동 체인점에서 2013년 하반기 신메뉴로 선택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스키야>의 점포수는 일본 전국적으로 아마 1000곳은 넘을 것이다.

잡채 규동은 일본 음식의 특징을 담아 다소 달달했다. 규동에 들어가는 소고기(주로 업진살) 몇 점이 함께 들어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잡채밥의 경우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잘 맞는다는 선입견이 있다. 잡채 규동은 잡채밥의 일본판 버전이다. 

그런대로 먹을 만한 수준이었지만 마치 김치가 아닌 기무치를 먹는 느낌이었다.
<스키야>에서는 음식 양에 따라 총 6가지로 분류해 주문할 수 있다. 가장 큰 사이즈는 보통의 3배 정도 되는 크기다. 잡채 규동을 예로 들면 380엔(미니)부터 760엔(최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었다. 두 사람의 조식비로 쓴 지출액은 포크 카레 450엔+잡채 규동 430엔 = 880엔(약 9500원)이었다.

<스키야>는 가격도 저렴하고 질적으로도 만족도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방문한다면 필자는 규동이나 카레 메뉴를 선택할 것이다. 맛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잡채 규동은 한국 사람 입맛에는 애매모호한 맛이다. 

잡채 규동은 저단가인 규동 체인점의 객단가 상승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그래도 한식풍 메뉴인 잡채 규동이 일본에서 꾸준하게 많이 판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