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에선 화제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가 'Let it go' 열풍이 거세다. 마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랬듯 하룻밤 자고 나면 각국의 유명가수에서부터 이름 모를 개인들까지 다양한 버전의 'Let it go'가 등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예 디즈니는 25개국 언어로 불린 'Let it go'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극장가에도 이러한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데 <겨울왕국>은 지난 11일 영진위 통합 전산망을 기준으로 누적 관객 802만444명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는 물론 역대 외화 흥행 순위 3위에 오르는 기록이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박스오피스 웹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북미에서 개봉 12주차에도 흥행 순위 4위를 기록하며 누적수익만 3억6800만달러를 돌파했고 영국 5982만달러, 프랑스 4663만달러, 독일 4599만달러 등 북미 외 시장 흥행성적도 좋다.

▲사진 = Ⓒ2013 Disney
▲사진 = Ⓒ2013 Disney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디즈니의 완벽한 현지화 전략이 빛났다. 특히 더빙에 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미국 오리지널 버전 성우·가수와 전세계 더빙 버전 성우·가수의 음색이 거의 똑같을 정도다. 전통적으로 디즈니는 각국에서 더빙할 성우들을 고를 때 원판에 가장 유사하게 캐스팅한다.

기존의 많은 애니메이션이 각국의 유명 개그맨이나 영화배우를 더빙작업에 참여시켜 인지도를 활용한 글로벌 판매전략을 세웠던 것과는 차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어린이들이 주 관객층이란 점을 감안하면 유명인사보다는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참여시키는 것은 영리한 전략이라고 본다. 따라서 많은 영화 팬들은 어색한 자막 버전보단 한국어 더빙 버전의 <겨울왕국>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둘째, 반전 스토리라는 극적요소가 충분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을 얼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지만 그것을 녹이는 방법을 몰랐던 엘사에게 필요한 진실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기존의 애니메이션이라면 당연히 왕자님이 등장하는 이성 간의 사랑이었겠지만 <겨울왕국>은 달랐다.


신데렐라, 인어공주 류의 소극적인, 즉 영웅적인 남성의 역할을 기다리는 공주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해결해가는 안나와 외부의 도움보단 자신에게 주어진 여왕이라는 역할과 자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는 엘사가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자매애를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적극적이고 행동하는 공주상을 구현함으로써 변화된 여성관을 보여줬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남성우월주위적 보수성향이 짙은 디즈니가 변했다거나 혹은 강력한 여성지도자상을 구현하고 있다는 식의 평가와 논쟁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성향이나 사상논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더 이상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구분은 쓸모 없다는 전세계 어디서나 나타나고 있는 보편적 시대상을 정확히 구현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셋째, 디즈니와 픽사의 화학적 결합의 완성이다. 1994년 <라이온킹>으로 대표되는 디즈니의 전성시대는 2000년대 들어 위기를 맞았다. 드림웍스와 픽사의 등장은 혁신 그 자체였다. 디지털 기술로 중무장한 <니모를 찾아서>와 <슈렉>은 디즈니로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시대적 변화였고 결국 2006년 픽사를 인수했지만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픽사 인수 이후 만든 <라따뚜이>, <토이스토리3> 등의 성공작도 있지만 디즈니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인 <주먹왕 랄프>, <비행기>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픽사의 <몬스터대학교>도 투자자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물리적 결합은 이뤘지만 화학적 결합은 미지근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디즈니는 <겨울왕국>으로 이런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디즈니의 고전적 캐릭터에 픽사의 디지털과 창의력, 혁신적 사고, 즉 픽사웨이가 화합적 결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영화평론가 이우일씨는 디즈니만의 강점도 주요했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우일씨의 평론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디즈니가 픽사나 타 에니메이션 스튜디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음악이고 뮤지컬스러운 장면시퀀스라고 생각한다. <겨울왕국>이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동심을 조금이라도 자극할 수 있는 이유는 '음악' 때문이다.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주식회사>, <카> 등을 만든 픽사조차도 음악적인 장면시퀀스를 디즈니만큼 잘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비단 듣는 노래만이 아닌 보는 노래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겨 놓기 때문에 현재의 <겨울왕국>의 대박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인어공주의 노래나 알라딘의 'part of the world', 'A whole new world'와 같은 노래를 찾아 듣는다.
그런 90년대 디즈니 영화에 향수가 있는 나에게는 이번 영화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 나와 같은 향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응답을 했을 거라 믿는다.

 

아마 'Let it go'가 전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겨울왕국>의 흥행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힌트는 화학적으로 성공한 기업간 인수합병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기업 간 인수합병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올해는 다수의 공기업들도 구조조정, 부채조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인수합병이 늘어날 전망이다.


주식시장에서 인수합병은 관심거리고 호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 웅진그룹, STX그룹은 무리한 인수합병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다. 디즈니와 픽사의 결합에서 보여주듯이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을 서로 화학적으로 융합해야만 비즈니스에서도 주식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트리플플러스 대표 이승원의 주식 매매기법
 
중국 현지화로 성공한 코스맥스
 
과거 코카콜라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발음만 생각하고 '커또우컨라'라고 표기했다. 아무리 발음이 유사해도 그 뜻이 '밀랍 올챙이를 씹는다'라니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이후 코카콜라는 공모를 통해 '커코우커러'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택했다. 발음도 유사하고 그 뜻도 '마시면 입이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라는 것이어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줬고 이후 코카콜라는 중국에서도 그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코카콜라는 현지화에 성공했지만 중국의 성장성만 보고 진출하는 수많은 기업 중에는 실패의 쓴 잔을 마시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국내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중국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추고 있다. 기업의 표준화와 콘셉트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한국식 상품구성과 매장방식 운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려 했던 것이 실패요인이다. 과거 한국시장에 진출해 실패한 까르푸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반면 코스맥스처럼 잘 적응하는 기업도 있다. 코스맥스의 중국 현지화 전략은 '현지 화장품산업과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생산거점을 확보해나가며 중국 로컬업체들과의 거래를 늘려나가고 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잘하는 것을 조화롭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맥스가 현지화에 완벽히 적응한다면 추후에는 단독 브랜드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코스맥스가 보여줄 행보에 시선을 집중해보자. 

 

◆빅데이터 분석

[빅머니]'엘사'·'Let it go'에는 성공기업의 공식이 있다
세계는 지금 'Let it go' 열풍
 
동부증권의 빅데이터 분석툴인 DOMA로 <겨울왕국>을 확인해봤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메인 캐릭터인 엘사와 안나는 물론 올라프까지 보인다. 특히 엘사는 전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엘사화장법까지 같이 확인된다. 소위 2관왕이다. OST의 열풍도 영화 못지않다. 대부분 국가의 음악차트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데 특히 25개 언어로 편집된 메인 타이틀 'Let it Go'는 단연 압권이다. 디즈니만으로는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없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 바로 디즈니가 아닐까 싶다. 바로 픽사가 있었기 때문에 대박이 났고 결국 디즈니의 주가는 사상최고가 행진으로 보답했다.
 
동영상으로 보는 [이항영의 빅머니] '겨울왕국' 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