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붙이는' 삼성, 관전 포인트
사업재편으로 승계구도 다지기… 다음 차례는 건설?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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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잇따라 계열사 합병을 결의하며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합병, 전자계열사 수직화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화학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 재편에 들어갔다. ‘삼각구도’로 편성되는 삼성가의 후계작업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그동안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금융계열사를, 장녀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차녀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과 제일기획을 각각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전자부문 수직계열화 완성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지난 3월31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하는 안을 결의했다. 전자부문의 수직계열화가 외형을 갖춘 것이다.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인 소재가 삼성SDI에 흡수되면서 ‘삼성SDI(소재 및 부품)-삼성전기(부품)-삼성전자(완제품)’로 이어지는 전자부문 사업구조가 완성됐다.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후 삼성전자가 11%대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의 최대주주도 23.7%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를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지난 4월2일에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하는 또 다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양사는 화학산업의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합병 결의는 화학산업의 성장보다는 삼성가의 ‘삼각구도’ 후계작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삼각구도’ 후계작업 윤곽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합병법인의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33.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삼성물산(27.3%), 제일모직(21.4%), 삼성전자(13.0%) 등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37.0)이다. 삼성테크윈(22.6%), 삼성SDI(9.1%), 삼성전기(9.0%), 삼성전자(5.3%) 순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사장은 합병법인의 4.91% 지분을 소유하며 6대주주가 된다. 현재 합병법인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고문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였지만 삼성종합화학 지분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취득하면서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획득으로 삼성종합화학이 지분 50%를 갖고 있는 삼성토탈에 대한 영향력까지 함께 확보하면서 화학분야에 대한 입지를 굳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삼성 화학계열사를 거느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며 “이재용 부회장 ‘전자’, 이부진 사장 ‘화학’, 이서현 사장 ‘패션’으로 구분되는 ‘삼각구도’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고 내다봤다.
◆경영권 승계 위한 사전작업
삼성가 ‘삼각구도’ 후계작업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됐다. 당시 사업구조개편 토대를 확고히 하면서 다음 수순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에버랜드는 같은해 11월 사업 연관성이 낮은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사업을 분할해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했다. 건물관리사업은 4800억원에 관계사인 에스원으로 이관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지배구조 변환과정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지배구조 변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며 “결국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애널리스트는 “향후 3~4년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는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 등이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음 차례는 건설부문 ‘유력’
재계는 삼성의 다음 사업개편으로 건설부문 합병을 내다봤다. 건설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4개사는 올해 삼성이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마하경영’에 발맞춰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4개사는 주거용 건물, 토목, 조경공사와 관리 등 여러 사업분야가 서로 겹쳐 정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합병 가능성이 증폭되는 배경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7.8%를 확보하면서 제일모직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삼성에버랜드의 건설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합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삼성은 올해 삼성테크윈의 반도체 관련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부품사업부문을 사업관련성이 높은 삼성SDI 또는 삼성전기로 이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와 합작했던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 지분 49%를 옵티스에 매각하는 사업조정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부문에서도 계열사 간 사업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벤처투자 등의 금융계열사들 사이에서 경영 효율화를 노리는 사업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기초부터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 초일류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재계는 그동안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금융계열사를, 장녀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차녀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과 제일기획을 각각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전자부문 수직계열화 완성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지난 3월31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하는 안을 결의했다. 전자부문의 수직계열화가 외형을 갖춘 것이다.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인 소재가 삼성SDI에 흡수되면서 ‘삼성SDI(소재 및 부품)-삼성전기(부품)-삼성전자(완제품)’로 이어지는 전자부문 사업구조가 완성됐다.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후 삼성전자가 11%대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의 최대주주도 23.7%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를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지난 4월2일에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하는 또 다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양사는 화학산업의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합병 결의는 화학산업의 성장보다는 삼성가의 ‘삼각구도’ 후계작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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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DB |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합병법인의 개인 최대주주가 된다.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33.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삼성물산(27.3%), 제일모직(21.4%), 삼성전자(13.0%) 등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37.0)이다. 삼성테크윈(22.6%), 삼성SDI(9.1%), 삼성전기(9.0%), 삼성전자(5.3%) 순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 사장은 합병법인의 4.91% 지분을 소유하며 6대주주가 된다. 현재 합병법인의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고문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였지만 삼성종합화학 지분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취득하면서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 사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획득으로 삼성종합화학이 지분 50%를 갖고 있는 삼성토탈에 대한 영향력까지 함께 확보하면서 화학분야에 대한 입지를 굳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삼성 화학계열사를 거느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며 “이재용 부회장 ‘전자’, 이부진 사장 ‘화학’, 이서현 사장 ‘패션’으로 구분되는 ‘삼각구도’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고 내다봤다.
◆경영권 승계 위한 사전작업
삼성가 ‘삼각구도’ 후계작업은 지난해 9월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됐다. 당시 사업구조개편 토대를 확고히 하면서 다음 수순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에버랜드는 같은해 11월 사업 연관성이 낮은 삼성에버랜드의 급식 및 식자재사업을 분할해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했다. 건물관리사업은 4800억원에 관계사인 에스원으로 이관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지배구조 변환과정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지배구조 변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며 “결국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애널리스트는 “향후 3~4년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는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 등이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다음 차례는 건설부문 ‘유력’
재계는 삼성의 다음 사업개편으로 건설부문 합병을 내다봤다. 건설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4개사는 올해 삼성이 전사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마하경영’에 발맞춰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4개사는 주거용 건물, 토목, 조경공사와 관리 등 여러 사업분야가 서로 겹쳐 정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합병 가능성이 증폭되는 배경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7.8%를 확보하면서 제일모직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삼성에버랜드의 건설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합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삼성은 올해 삼성테크윈의 반도체 관련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부품사업부문을 사업관련성이 높은 삼성SDI 또는 삼성전기로 이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와 합작했던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TSST) 지분 49%를 옵티스에 매각하는 사업조정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부문에서도 계열사 간 사업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벤처투자 등의 금융계열사들 사이에서 경영 효율화를 노리는 사업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마하경영은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려면 기초부터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 초일류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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