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지엠·쌍용자동차, 국산차일까? 외제차일까?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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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와 수입차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화 전략을 실행하는 이른바 초국적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전세계에 차량을 공급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사가 차를 팔 곳이나 인접 국가에서 차량을 생산한다. 이제 더 이상 ‘튼튼하고 질 좋은 독일차’는 독일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에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분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흔히 어떤 재화에 '국산'이란 말을 붙일 때는 한국에서 생산된 것을 말하지만 자동차와 같이 단일공정이 아닌 갖가지 부품이 종합돼 만들어지는 상품의 경우 이 제품이 ‘어디서 생산됐다’고 확실히 정의하는 것은 애매한 부분이 많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흔히 자동차 브랜드의 국적을 생산국적과 동일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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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SI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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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QM3 /사진=머니투데이 DB |
◆QM3, 국산차냐 수입차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밝힌 올해(1월~10월)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14.23%. 하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는 QM3가 수입차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것. 지난해 12월 출시해 올해 10월까지 1만1413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되는 QM3를 수입차 집계에 포함할 경우 수입차 점유율은 15%를 훌쩍 넘어선다.
일각에서는 KAIDA와 수입자동차 업계가 국내 자동차 회사의 견제를 피하려고 고의로 QM3를 통계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KAIDA 측은 “집계하는 수입차 통계는 14개 회원사의 판매통계만 반영한다”며 “회원사가 아닌 브랜드에 대해서는 집계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업계에서도 QM3를 국산차로 분류할 것인지 수입차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해 확실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측에서는 국산차의 기준을 ‘국내생산 부품을 60% 이상 사용해 국내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을 따른다면 QM3는 국산차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KAMA 관계자는 QM3는 엄연한 수입차지만 수입차 집계에 포함시키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QM3는 국내회사인 르노삼성에서 판매했기 때문에 국산차는 아니지만 국내생산 자동차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고 국내판매 자동차 집계에만 포함됐다”고 말했다.
KAMA 측이 밝힌 ‘국내공장 생산’과 ‘국내생산 부품 60%이상 사용’이라는 기준도 사실 명확하지 않다. 국내 부품제조업체가 생산한 부품일지라도 해외에서 수입한 자원으로 해외의 원천기술을 사용해 로열티를 지불하며 생산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르노·지엠·쌍용은 국산차?
현행 집계하는 ‘국산차’란 ‘한국에서 만들어 진 것’, 즉 ‘Made in Korea’를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국산차의 의미와는 다르다. 사람들은 ‘자동차 생산 브랜드의 국적’을 해당 자동차의 생산국적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에 있는 기업들을 통해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우리나라 국산차 3사는 많은 사람들이 국내기업으로 인식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르노삼성은 실제 르노의 네덜란드 법인이 투자해 네덜란드 국적으로 분류된다. 현재 르노삼성의 주식은 르노그룹 자회사인 르노그룹BV가 79.79%를, 삼성카드가 19.9%, 우리사주조합이 0.31%를 소유하고 있으며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았다.
한국지엠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의 GM(General Motors)이 48.1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GM아시아태평양지주회사(Asia Pacific Holdings)가 9.55%, GM자동차 지주회사(GM Automotive Holdings)가 19.22%를 소유하는 등 GM 측이 총 76.96%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상하이 자동차(6.02%)와 한국산업은행(17.02%)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하지만 인도 마힌드라(Mahindra)그룹이 72.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자동차의 국적은 ‘생산지’ 보다는 ‘해당 브랜드의 국적’과 더 연관이 깊다. ‘유럽차는 연비가 좋고 미국차는 연비가 나쁘다’ 등의 말은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구분에서 중요한 것은 해당 브랜드의 기술력이지 생산공장의 위치와는 무관하다.
이러한 인식 기준에 따른다면 앞서 언급한 국산차 3개사가 생산하는 차량은 ‘국산차’라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에서 생산된 외국차’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적보다 브랜드… 실질요소 고려해야
자동차와 같은 기술집약적 복합산업에 국산과 수입의 잣대를 대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해지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성향도 많이 바뀌어 ‘애국차원’에서 국산차를 구입한다거나 주변의 눈치 때문에 국산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마케팅 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수입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AS의 용이성’으로 집계됐다. 아직 우리나라에 많은 양이 수입되지 않은 브랜드의 경우에는 AS센터를 찾기 힘들고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들도 브랜드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에 단순히 ‘국산차’와 ‘수입차’로 뭉뚱그리기에는 오류가 있다. 따라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국산이냐 수입이냐에 목매기 보다는 각각의 브랜드와 개별차량의 특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한 실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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