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티구안 /사진=류승희 기자
폭스바겐 티구안 /사진=류승희 기자

 
포털사이트에 준중형으로 표기된 폭스바겐의 '티구안'과 현대자동차 '아반떼'(디젤). 하지만 티구안을 구입한 사람은 아반떼를 장만한 사람보다 연간 22만8440원의 자동차세를 더 내야 한다. 동급 ‘준중형차’로 알고 구입했지만 사실 티구안은 국내법상 ‘중형차’이기 때문. 반면 아반떼는 ‘소형차’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배기량에 따라 승용차를 ▲배기량 1000cc 미만(전장3600㎜, 전폭1600㎜, 전고 2000㎜ 이하) 차량을 '경차' ▲배기량 1600cc 미만은 '소형차' ▲배기량 2000cc 미만을 '중형차' ▲배기량 2000cc 이상을 '대형차' 등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기준은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징수하기 위해 설정됐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배기량 1000cc 이하인 경차의 경우 cc당 80원, 1600cc 이하는 cc당 140원, 1600cc를 초과하는 경우는 cc당 200원의 세금을 연 2회 납부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5단계의 세율로 구분했지만 현재는 3단계로 축소해 사실상 중형 이상의 차량은 cc당 같은 세금을 내게 된다. 같은 준중형차인 티구안과 아반떼의 배기량은 각각 1986cc와 1591cc로 실제 적용세금은 티구안 보유자는 연간 51만6360원, 아반떼는 28만7920원이 부과된다.

같은 준중형인데도 세금이 차이나는 이유는 준중형차는 법률상 정의된 것이 아니라 자동차 회사에서 만들어낸 차급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준중형은 유럽에서 통용되는 C세그먼트(segment) 급을 말한다”며 “국내에서 통용되는 기준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준중형차는 유럽 기준 C세그먼트와 제원이 비슷하다. 유럽에서는 차의 전장길이를 가지고 A~F세그먼트로 구분하는데 C세그먼트는 전장길이 3850㎜~4300㎜에 속하는 차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처음 생긴 준중형차라는 말은 소형차의 엔진에 중형차급의 넓은 차체를 적용해 이름 붙인 것으로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며 연비와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자동차시장에서 ‘중형차의 엔진을 단 중형보다 작은(C세그먼트급) 차량’으로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입차의 보급이 확대되고 준중형차 개념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배기량을 통한 천편일률적인 현행 차급 구분으로는 자동차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준중형차량은 소형이나 중형과 체감상 분명히 차이나는 차급이지만 준중형이라는 말이 아니면 마땅히 표현할 말이 없다”며 “유럽의 세그먼트와 같은 개념이 대중화되지 않는 한 준중형이라는 말은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