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양띠 기업인들 "올해는 우리해"
박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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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이 저물고 을미년 청양의 해가 밝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해를 보낸 탓에 올해는 진취적인 색 푸를 청(靑)과 온화한 동물 양(羊)의 기운이 더욱 절실하다. 이와 맞물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인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를 어렵게 보낸 기업인들이 새해를 맞아 첫 단추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굵직한 기업을 지휘하고 있는 양띠 기업인들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청양의 해 만난 유통가 큰손
새해를 맞은 유통업계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양띠다. 국내 양대 유통그룹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회장은 유통업계에서 뼈가 굵은 기업인으로 평가 받고 있어 올해의 행보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섬세한 특성을 가진 유통업의 이미지가 양띠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와 두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1943년생이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8남매 중 막내인 이 회장은 지난 1997년 계열 분리 때 백화점과 조선호텔만 갖고 나와 지난해 4월 기준 재계 13위 29개 계열사를 보유한 신세계그룹으로 키웠다. 삼성그룹 출신 인사들은 “창업주가 생전에 이 회장을 늘 데리고 다녔다”고 회고할 만큼 형제 중에서도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님께서는 이렇게 하셨는데”, “메모광이었던 부친을 따라 나도 자연스럽게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고 말할 정도로 부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자주 내비친다. “신세계가 삼성보다 더 삼성 같다”는 얘기 역시 빈말이 아닌 듯하다. 창업주의 형제들 중 누구보다 부친을 닮으려고 애쓰는 이 회장의 뜻이 배어있기에 나오는 얘기다. 이 회장은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도 1년에 수차례씩 유럽과 미국의 유통 현장을 누비며 세계 소비 경향을 살피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55년생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신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가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를 맡으면서다.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좀 다르다. 형인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것. 마치 양의 성품처럼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는 얘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 회장은 부친의 숙원인 국내 최고층 ‘마천루’ 제2롯데월드를 짓는 사업을 이어 받아 지난해 일부 개장을 시작했다. 제2롯데월드의 완성이 가시화되면서 청양의 해를 맞은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신 회장과 동갑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도 해가 바뀌면서 주목받고 있다. 화교 출신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 창업주의 차녀인 화경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재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 1989년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담 회장은 동양제과(현 오리온)를 맡았고 2001년 동양에서 분가했다.
담 회장은 실용주의자이자 ‘일벌레’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냉혹한 스타일은 아니다. 직원들은 그에 대해 잔정이 많은 기업인이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그의 사업 수완도 높이 평가받는다. 담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이뤄진 중국사업의 실적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개선됐다. 국내 제과시장의 부진과 해외시장 성장성이 안정적이지 않은 시점에서 그의 능력은 올해 더 큰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올해 그의 컴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3월 복귀했다. 더구나 6년 만에 컴백한 김 전 회장은 단기간에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재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등기이사 복귀 후에도 공식적인 직함을 갖지 않던 그의 경영일선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마침 식품업계 업황 침체와 정부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올해 구원투수로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계 이끄는 양띠 기업인
산업계는 1955년생 기업인들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 양띠 기업인들이 진격하는 청양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5남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중공업그룹’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마무리지은 일등공신이다. 1990년대까지 두산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3M, 오비맥주, 코카콜라, 네슬레, 코닥 등을 매각했다. 대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해 그룹으로 통합·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발전용 보일러 원천기술을 가진 영국 밥콕, 스팀터빈 원천기술을 가진 체코 스코다파워, 미국 건설기계업체 밥캣 등도 인수하면서 20년 환골탈태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 회장은 양띠답게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한국의 대표 기업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며 정치권과 재계·민심을 잇는 충실한 가교 역할도 맡고 있다. 그로 인해 대한상의가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정책을 건의·제안하고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는 ‘정부 파트너’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5남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아내다. 지난 2003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며 그룹을 맡게 됐다. 그는 그룹 경영을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6개 계열사 모두를 흑자로 돌려놨다. 정 창업주 시절부터 현대에 몸담아온 한 임원은 “그룹의 방향이 전보다 뚜렷해졌다”며 “현 회장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단호하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현 회장은 평소 푸근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현 회장이 한 행사장에서 꺼낸 얘기는 재계 안팎에서 회자된다. 그는 당시 참석했던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자 “사진촬영부터 먼저 할테니 위험한 곳으로는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회사 관계자들은 모두 그들을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재 유동성 위기와 맞서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적극적인 자구 노력으로 그룹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편을 마련하는 등 리더십과 경영능력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정인영 전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지난 1979년 현대양행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후 지난 1989년 만도기계 사장을 거쳐 1992년 한라그룹 부회장으로 부친과 함께 한라를 키웠다.
지난 1997년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 1년도 채 안돼 맞닥뜨린 IMF위기로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 한라시멘트(현 라파즈한라시멘트), 만도 등 그룹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했다. 그 역시 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한 채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라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만도를 되찾아 연 매출 5조6000억원, 글로벌 43위(2013년) 부품사로 성장시켰다. 또한 지난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며 17년간 지속해 온 한라그룹 재건의 꿈을 가시화하고 있다.
◆벤처신화 쓴 양띠 기업인
1967년생 양띠 기업인들 중에는 IT업계 거목들이 눈에 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빠른 1968년생인 김정주 NXC 대표 등이다. IT 3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벤처신화를 쓴 양띠 기업인으로 평가 받는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은 NHN의 전신인 네이버컴을 창립한 주인공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지난 1990년 카이스트(KAIST)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에는 삼성 SDS에 취직했다. ‘86학번’에서 ‘삼성SDS’로 이어지는 이 의장의 자연스러운 인맥은 훗날 네이버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하면서 삼성SDS에서 독립한 이 의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넓히며 급속도로 성장해 정상에 올랐다. 최근 IT업계는 이 의장의 해외 인맥 확장 전략에 주목한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또 네이버의 라인을 플랫폼으로 하는 신규 전자지불결제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 올해 전망이 밝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현대전자에서 근무하다 지난 1997년 3월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성공비결로 작은 것까지 챙기는 꼼꼼함을 지목한다. 또 대학 동아리처럼 편하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그의 철학은 엔씨소프트의 성장 기간을 단축시켰다.
김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게임에 무게를 싣겠다는 각오다.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을 모두 연동하고 앞으로 출시할 모든 게임도 모바일버전을 함께 내놓겠다는 것.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덕분에 실적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국내와 중국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다중접속 롤플레잉게임에서 최고 수준의 개발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엔씨소프트의 전망을 밝게 한다.
김정준 NXC 대표는 지난 1994년 12월 넥슨을 설립한 인물이다. 김 대표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과 카이스트 재학시절 기숙사 방을 같이 썼다. 이 의장은 당시의 김 대표에 대해 “그는 한참 놀다가 어느 순간에 과제를 마쳐놓는다”고 평가했다.
NXC는 게임 제작·배급기업인 넥슨의 지주회사로 도쿄 거래소 1부에 상장돼 있는 넥슨 일본 법인 최대주주다. 지난 2010년 12월 NXC 앱개발실 R&D센터를 개관하고 모바일, 스마트TV, 웹, 휴대용기기 전용 콘텐츠 및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레고 거래사이트인 브릭링크와 노르웨이 유모차업체 스토케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스타트업기업인 릿모터스에 투자했다. 또 그는 넥슨을 통해 올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합해 10종 이상의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넥슨 창사 이래 최고 수준 물량 공세로 청양의 해를 맞은 김 대표의 결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84세 노익장과 36세 젊은 피
현재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는 양띠 기업인들 중 최고령층은 1931년생이다. 이들은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가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인공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염홍섭 서산 회장이 있다.
염 회장이 지난 1974년 설립해 레미콘과 2차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서산은 지난 2013년 말 기준 899억원의 매출과 1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염 회장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태림포장공업과 동일제지를 설립한 정동섭 회장, 심정구 선광 명예회장, 권재기 세명전기 회장, 민영빈 YBM시사 회장 등이 84세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재계의 차세대 주자라 할 수 있는 1979년생 양띠도 적지 않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아들 허철홍 GS 과장, 천신일 세중 회장의 장남 천호전 세중 사장,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의 아들 김용민 후성그룹 사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 박서원 빅앤트 사장 등은 떠오르는 차세대 양띠 주자들이다.
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아들 새봄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의 아들 정일씨,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의 아들 석표씨, 단재완 한국제지 회장의 아들 우영씨도 차세대 주자로 부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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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해 만난 유통가 큰손
새해를 맞은 유통업계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양띠다. 국내 양대 유통그룹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회장은 유통업계에서 뼈가 굵은 기업인으로 평가 받고 있어 올해의 행보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섬세한 특성을 가진 유통업의 이미지가 양띠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와 두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1943년생이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8남매 중 막내인 이 회장은 지난 1997년 계열 분리 때 백화점과 조선호텔만 갖고 나와 지난해 4월 기준 재계 13위 29개 계열사를 보유한 신세계그룹으로 키웠다. 삼성그룹 출신 인사들은 “창업주가 생전에 이 회장을 늘 데리고 다녔다”고 회고할 만큼 형제 중에서도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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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왼쪽),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이 회장은 “선대 회장님께서는 이렇게 하셨는데”, “메모광이었던 부친을 따라 나도 자연스럽게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고 말할 정도로 부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자주 내비친다. “신세계가 삼성보다 더 삼성 같다”는 얘기 역시 빈말이 아닌 듯하다. 창업주의 형제들 중 누구보다 부친을 닮으려고 애쓰는 이 회장의 뜻이 배어있기에 나오는 얘기다. 이 회장은 고희를 넘긴 지금까지도 1년에 수차례씩 유럽과 미국의 유통 현장을 누비며 세계 소비 경향을 살피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955년생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신 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가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지난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를 맡으면서다.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좀 다르다. 형인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라는 것. 마치 양의 성품처럼 온화한 성품을 지녔다는 얘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
롯데그룹을 이끄는 신 회장은 부친의 숙원인 국내 최고층 ‘마천루’ 제2롯데월드를 짓는 사업을 이어 받아 지난해 일부 개장을 시작했다. 제2롯데월드의 완성이 가시화되면서 청양의 해를 맞은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신 회장과 동갑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도 해가 바뀌면서 주목받고 있다. 화교 출신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 창업주의 차녀인 화경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재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 1989년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담 회장은 동양제과(현 오리온)를 맡았고 2001년 동양에서 분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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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 |
담 회장은 실용주의자이자 ‘일벌레’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냉혹한 스타일은 아니다. 직원들은 그에 대해 잔정이 많은 기업인이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그의 사업 수완도 높이 평가받는다. 담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이뤄진 중국사업의 실적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개선됐다. 국내 제과시장의 부진과 해외시장 성장성이 안정적이지 않은 시점에서 그의 능력은 올해 더 큰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올해 그의 컴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3월 복귀했다. 더구나 6년 만에 컴백한 김 전 회장은 단기간에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재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등기이사 복귀 후에도 공식적인 직함을 갖지 않던 그의 경영일선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마침 식품업계 업황 침체와 정부 규제 등으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올해 구원투수로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산업계 이끄는 양띠 기업인
산업계는 1955년생 기업인들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 양띠 기업인들이 진격하는 청양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5남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중공업그룹’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마무리지은 일등공신이다. 1990년대까지 두산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3M, 오비맥주, 코카콜라, 네슬레, 코닥 등을 매각했다. 대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해 그룹으로 통합·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발전용 보일러 원천기술을 가진 영국 밥콕, 스팀터빈 원천기술을 가진 체코 스코다파워, 미국 건설기계업체 밥캣 등도 인수하면서 20년 환골탈태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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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 심정구 선광 명예회장 |
박 회장은 양띠답게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한국의 대표 기업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며 정치권과 재계·민심을 잇는 충실한 가교 역할도 맡고 있다. 그로 인해 대한상의가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정책을 건의·제안하고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는 ‘정부 파트너’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5남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아내다. 지난 2003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며 그룹을 맡게 됐다. 그는 그룹 경영을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6개 계열사 모두를 흑자로 돌려놨다. 정 창업주 시절부터 현대에 몸담아온 한 임원은 “그룹의 방향이 전보다 뚜렷해졌다”며 “현 회장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단호하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현 회장은 평소 푸근한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현 회장이 한 행사장에서 꺼낸 얘기는 재계 안팎에서 회자된다. 그는 당시 참석했던 관계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자 “사진촬영부터 먼저 할테니 위험한 곳으로는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회사 관계자들은 모두 그들을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재 유동성 위기와 맞서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적극적인 자구 노력으로 그룹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편을 마련하는 등 리더십과 경영능력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바로 아래 동생인 정인영 전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지난 1979년 현대양행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후 지난 1989년 만도기계 사장을 거쳐 1992년 한라그룹 부회장으로 부친과 함께 한라를 키웠다.
지난 1997년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 1년도 채 안돼 맞닥뜨린 IMF위기로 한라중공업(현 현대삼호중공업), 한라시멘트(현 라파즈한라시멘트), 만도 등 그룹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했다. 그 역시 그룹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한 채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라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만도를 되찾아 연 매출 5조6000억원, 글로벌 43위(2013년) 부품사로 성장시켰다. 또한 지난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며 17년간 지속해 온 한라그룹 재건의 꿈을 가시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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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벤처신화 쓴 양띠 기업인
1967년생 양띠 기업인들 중에는 IT업계 거목들이 눈에 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빠른 1968년생인 김정주 NXC 대표 등이다. IT 3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벤처신화를 쓴 양띠 기업인으로 평가 받는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은 NHN의 전신인 네이버컴을 창립한 주인공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지난 1990년 카이스트(KAIST)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에는 삼성 SDS에 취직했다. ‘86학번’에서 ‘삼성SDS’로 이어지는 이 의장의 자연스러운 인맥은 훗날 네이버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하면서 삼성SDS에서 독립한 이 의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넓히며 급속도로 성장해 정상에 올랐다. 최근 IT업계는 이 의장의 해외 인맥 확장 전략에 주목한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해외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또 네이버의 라인을 플랫폼으로 하는 신규 전자지불결제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 올해 전망이 밝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현대전자에서 근무하다 지난 1997년 3월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성공비결로 작은 것까지 챙기는 꼼꼼함을 지목한다. 또 대학 동아리처럼 편하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그의 철학은 엔씨소프트의 성장 기간을 단축시켰다.
김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게임에 무게를 싣겠다는 각오다.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게임을 모두 연동하고 앞으로 출시할 모든 게임도 모바일버전을 함께 내놓겠다는 것.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덕분에 실적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국내와 중국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다중접속 롤플레잉게임에서 최고 수준의 개발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엔씨소프트의 전망을 밝게 한다.
김정준 NXC 대표는 지난 1994년 12월 넥슨을 설립한 인물이다. 김 대표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의장과 카이스트 재학시절 기숙사 방을 같이 썼다. 이 의장은 당시의 김 대표에 대해 “그는 한참 놀다가 어느 순간에 과제를 마쳐놓는다”고 평가했다.
NXC는 게임 제작·배급기업인 넥슨의 지주회사로 도쿄 거래소 1부에 상장돼 있는 넥슨 일본 법인 최대주주다. 지난 2010년 12월 NXC 앱개발실 R&D센터를 개관하고 모바일, 스마트TV, 웹, 휴대용기기 전용 콘텐츠 및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레고 거래사이트인 브릭링크와 노르웨이 유모차업체 스토케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스타트업기업인 릿모터스에 투자했다. 또 그는 넥슨을 통해 올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합해 10종 이상의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넥슨 창사 이래 최고 수준 물량 공세로 청양의 해를 맞은 김 대표의 결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84세 노익장과 36세 젊은 피
현재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는 양띠 기업인들 중 최고령층은 1931년생이다. 이들은 회사를 설립한 창업자가 대부분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인공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염홍섭 서산 회장이 있다.
염 회장이 지난 1974년 설립해 레미콘과 2차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서산은 지난 2013년 말 기준 899억원의 매출과 1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여든이 넘은 나이지만 염 회장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태림포장공업과 동일제지를 설립한 정동섭 회장, 심정구 선광 명예회장, 권재기 세명전기 회장, 민영빈 YBM시사 회장 등이 84세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재계의 차세대 주자라 할 수 있는 1979년생 양띠도 적지 않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아들 허철홍 GS 과장, 천신일 세중 회장의 장남 천호전 세중 사장,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의 아들 김용민 후성그룹 사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 박서원 빅앤트 사장 등은 떠오르는 차세대 양띠 주자들이다.
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아들 새봄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의 아들 정일씨,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의 아들 석표씨, 단재완 한국제지 회장의 아들 우영씨도 차세대 주자로 부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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