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당해산 결정’ 강우일 주교 “흔들리는 정권에 정당성 부여”
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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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69)가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판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사진=뉴스1 |
한국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69)가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지록위마’를 언급하며 “흔들리는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이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성탄절 미사 강론을 통해 “역사적으로 독재자의 폭정이 가능하도록 자리를 까는 역할에 법조인이 있었다”며 “나치에서 유대인들을 집단수용소에 감금하고 처형까지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고 재판관들이 히틀러의 비상조치법에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승만 정권 때부터 잘못된 정책이나 행동에 법 전문가들이 합법성과 정당성을 부여했다”면서 “그때 중죄인이었던 이들이 30~40년 지나 무죄판결을 받고 있으니 거짓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 21세기에 과거의 일이 재현되는 것이 부끄럽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여러 사건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흔들리는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도 헌재의 결정에 대해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김 대주교는 지난 23일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메시지를 발표하며 “헌재의 판결 내용 중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고 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인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대화 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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