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뭐니해도 머니, '현금'이 답일까
엄습하는 'D'의 공포 / 디플레가 가져올 자산변화 (상)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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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해 벽두부터 'D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현상)의 약자인 'D'가 경제계 키워드가 될 만큼 그 우려가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머니위크>는 'D'의 실체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전망해봤다. 또 이에 대비하기 위한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관리법도 살펴봤다.
“인플레이션은 부의 분배에, 디플레이션은 부의 생산에 더 나쁘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최근 ‘D의 공포’라는 단어를 인터넷 등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D란 디플레이션(deflation)을 말한다. 경제활동의 침체로 상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가격(물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장기불황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디플레이션이 두려운 것은 실질금리 상승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갚아야 할 부채의 실질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나쁜’ 디플레이션이 오면 내 자산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 증시상승 힘들어… 해외로 눈 돌려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떨어진다.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사례인 지난 1929년의 세계대공황과 지난 1990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세계대공황은 지난 1929년 10월24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폭락(검은 목요일)한 뒤 10월29일(검은 화요일) 또 한번 폭락하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또한 니케이지수가 지난 1990년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급락하며 시작됐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화폐의 가치를 올린다.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면 주가도 올라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시대에 주식시장은 멀리 해야 하는 존재일까.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해답은 해외에 있다"고 설명한다. 디플레이션시대에는 저성장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만큼 아직 성장의 과실을 볼 수 있는 해외투자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것.
양 센터장은 “디플레이션시대의 투자전략은 글로벌 자산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아직 고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는 국가나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진행 중인 일본 또는 유럽 등에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외에 중국도 아직은 투자처로서 매력적이라는 게 양 센터장의 조언이다.
국내만 놓고 본다면 어떨까. 양 센터장은 “현 시점에서는 지배구조 관련주나 유가약세 수혜주 쪽이 그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 중요한 투자기준은 안전… 채권도 골라서
우울한 시대, 주식에 대한 기대치는 크게 떨어졌다.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약세장의 상징으로 유명한 로버트 R 프렉터 주니어는 디플레이션과 공황이 발생할 경우 가장 중요한 투자기준은 ‘안전’이라고 말한다. 위험자산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 각광받는다는 얘기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빚’이다. 빚을 져야 한다면 최대한 적게 지고 부채는 최대한 빨리 갚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뒤집어보면 채권자가 되는 것이 유리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통상 디플레이션이 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의 강세(금리하락)가 나타난다. 실제로 디플레이션을 먼저 겪은 선배(?)인 일본인들은 채권 위주로 투자했다.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금리가 1%대로 떨어지자 일본인들은 가장 먼저 자국의 채권을 사들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해외채권을 매입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디플레이션시대가 되면 채권만 사들여도 될까. 여기서도 고려해야 할 점은 있다. ‘안전한’ 채권을 사야 한다는 것.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돌이켜보면 연일 언론을 장식한 것은 수많은 기업의 부도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기업그룹도 무너지고 해체됐다.
파국의 시기가 온다면 절대 망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최고등급(AAA)의 회사채일지라도 등급이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다. 정크본드(BB등급 이하)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사례처럼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어떨까. 국채는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이남룡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해도 수익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그는 “통상적으로 채권은 디플레이션시대의 대안투자처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지만 국내 채권은 조금 다르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크게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성은 보장되겠지만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전자산을 찾는다면 차라리 미국달러 쪽이 더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 디플레시대 의미 있는 자산, ‘현금’
디플레이션시대에 가장 의미 있는 자산은 현금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구매력은 꾸준히 상승한다. 디플레이션 발생 시 저금리기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은행에 예·적금해도 큰 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사태 당시만 봐도 동화·대동·평화·경기·충청·보람은행 등 여러 은행들이 망하거나 다른 은행과 합병돼 사라졌다. 은행이 망한다면 예금자보호제도를 통해 50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전액을 보장받고 싶다면 우체국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거해 정부가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의 전액과 그 이자에 대해서는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어떨까. 금은 예전부터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금값의 변동이 심하다보니 하나의 투자대상일 뿐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는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서도 금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국제유가의 추락이 멈추지 않는 데다 금과 비견되는 안전자산인 미국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12월 금값이 105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시에테제네랄은 올 4분기 금값이 950달러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D의 공포’라는 단어를 인터넷 등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D란 디플레이션(deflation)을 말한다. 경제활동의 침체로 상품과 서비스 등에 대한 가격(물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장기불황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디플레이션이 두려운 것은 실질금리 상승을 통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갚아야 할 부채의 실질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나쁜’ 디플레이션이 오면 내 자산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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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 증시상승 힘들어… 해외로 눈 돌려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떨어진다. 대표적인 디플레이션 사례인 지난 1929년의 세계대공황과 지난 1990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세계대공황은 지난 1929년 10월24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폭락(검은 목요일)한 뒤 10월29일(검은 화요일) 또 한번 폭락하며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또한 니케이지수가 지난 1990년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급락하며 시작됐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화폐의 가치를 올린다.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면 주가도 올라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시대에 주식시장은 멀리 해야 하는 존재일까.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해답은 해외에 있다"고 설명한다. 디플레이션시대에는 저성장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만큼 아직 성장의 과실을 볼 수 있는 해외투자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것.
양 센터장은 “디플레이션시대의 투자전략은 글로벌 자산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아직 고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는 국가나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진행 중인 일본 또는 유럽 등에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외에 중국도 아직은 투자처로서 매력적이라는 게 양 센터장의 조언이다.
국내만 놓고 본다면 어떨까. 양 센터장은 “현 시점에서는 지배구조 관련주나 유가약세 수혜주 쪽이 그나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 중요한 투자기준은 안전… 채권도 골라서
우울한 시대, 주식에 대한 기대치는 크게 떨어졌다.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약세장의 상징으로 유명한 로버트 R 프렉터 주니어는 디플레이션과 공황이 발생할 경우 가장 중요한 투자기준은 ‘안전’이라고 말한다. 위험자산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 각광받는다는 얘기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빚’이다. 빚을 져야 한다면 최대한 적게 지고 부채는 최대한 빨리 갚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뒤집어보면 채권자가 되는 것이 유리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통상 디플레이션이 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의 강세(금리하락)가 나타난다. 실제로 디플레이션을 먼저 겪은 선배(?)인 일본인들은 채권 위주로 투자했다.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금리가 1%대로 떨어지자 일본인들은 가장 먼저 자국의 채권을 사들였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해외채권을 매입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디플레이션시대가 되면 채권만 사들여도 될까. 여기서도 고려해야 할 점은 있다. ‘안전한’ 채권을 사야 한다는 것.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돌이켜보면 연일 언론을 장식한 것은 수많은 기업의 부도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기업그룹도 무너지고 해체됐다.
파국의 시기가 온다면 절대 망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최고등급(AAA)의 회사채일지라도 등급이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다. 정크본드(BB등급 이하)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사례처럼 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어떨까. 국채는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나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이남룡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는 디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해도 수익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그는 “통상적으로 채권은 디플레이션시대의 대안투자처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지만 국내 채권은 조금 다르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크게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성은 보장되겠지만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안전자산을 찾는다면 차라리 미국달러 쪽이 더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 디플레시대 의미 있는 자산, ‘현금’
디플레이션시대에 가장 의미 있는 자산은 현금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구매력은 꾸준히 상승한다. 디플레이션 발생 시 저금리기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은행에 예·적금해도 큰 수익을 얻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사태 당시만 봐도 동화·대동·평화·경기·충청·보람은행 등 여러 은행들이 망하거나 다른 은행과 합병돼 사라졌다. 은행이 망한다면 예금자보호제도를 통해 50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전액을 보장받고 싶다면 우체국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거해 정부가 우체국에서 취급하는 금융상품의 전액과 그 이자에 대해서는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어떨까. 금은 예전부터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금값의 변동이 심하다보니 하나의 투자대상일 뿐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는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서도 금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국제유가의 추락이 멈추지 않는 데다 금과 비견되는 안전자산인 미국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12월 금값이 105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시에테제네랄은 올 4분기 금값이 950달러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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