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레이 왕궁.
만달레이 왕궁.


만달레이는 미얀마 마지막 왕조의 마지막 도읍이다. 금빛 찬란한 불상과 상상을 초월하는 책, 세계 최고의 나무 다리와 승려 1500명의 탁발의식을 볼 수 있다. 화려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반전매력의 만달레이로 간다.

◆ 왕조시대 최후의 수도, 만달레이

민돈(Mindon)왕은 개혁군주가 되고자 했다. 지난 1852년, 영국과의 전쟁으로 위태로웠던 시기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강경책을 고수하던 파간왕을 폐위시키고 온건파였던 민돈왕이 정권을 잡았다. 온건파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개혁을 시도했다는 것이 다소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그는 변화를 시도했다.

1857년 민돈왕은 수도를 옮기고 성을 쌓았다. 만달레이 언덕 기슭, 미얀마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에이야와디 강변에 터를 잡았다. 성은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을 모델로 지었다. 각 변이 2㎞의 정사각형으로, 면적은 66㎢인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폭 70m, 깊이가 3m나 되는 해자를 만들었다. 성안에는 왕궁(Mandalay Royal Palace)을 지었고 이를 중심으로 도로가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도록 계획도시를 완성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 도시는 불안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으니 왕권의 정당성도 없었고 이미 영국은 왕조를 압박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2차 대전으로 일본까지 이 도시를 넘봤다. 결국 민돈왕의 자리를 이은 티보왕 때 영국군이 만달레이성을 점령했고 왕은 인도로 쫒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만달레이 왕궁도 온전치 못했다. 해자를 깊이 판 안전한 요새였으니 침략자들 또한 이를 활용해 한때는 인도총독 듀퍼린의 이름을 따서 ‘듀퍼린 요새’라 부르기도 했다. 이후 일본군에 의해 점령당했고 지난 1945년 영국-미얀마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 과정에서 전소됐다.

지금의 만달레이 왕궁은 지난 1990년에 복원된 것이다. 사람들은 허술하게 복원된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전체 모습만이라도 한번쯤 봐 둘 만한 곳이다. 옛도읍의 한 가운데, 찬란한 부활을 꿈꿨던 마지막 왕조의 쓸쓸함이 넓은 해자의 반영에 느껴지는 듯하다.


 

마하무니사원.
마하무니사원.

◆ 쿠도도파고다와 마하무니 사원

만달레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책’ (The World’s Biggest Book)이 있다. 만달레이힐 아래에 쿠도도(Kuthodaw) 사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729개의 하얀 탑이 있다. 그리고 이 안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석판경이 있다. 탑 하나에 석판경 하나, 즉 경전의 한 페이지씩 탑 안에 소중히 안치해 놓았다.

실로 세계에서 가장 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쿠도도 파고다 역시 민돈왕의 작품이다. 스님 2400명이 6개월에 걸쳐 경전을 완성했는데, 이것을 도난 당하지 않도록 탑을 만들었다. 파고다의 모양은 미얀마 낭우에 있는 쉐지곤 파고다를 모방해 만들었고 사원에 심겨진 나무는 파고다를 세울 때 함께 심은 것이다. 줄 서 있는 탑들은 정갈하면서도 단순미가 느껴진다. 경전의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엄숙하고 간절한 불심이 전해진다. 이것을 탁본할 경우 400페이지 분량의 책 38권이 나온다고 한다. 이것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쿠도도 사원은 늦은 오후에 더 아름답다. 햇빛이 깊고 강렬해 지는 시간에 가면 하얀 탑들이 붉어지는 햇살을 받아 숙연한 느낌을 더한다. 오래된 나무들은 옆으로 넓게 퍼져 짙은 그림자를 만든다. 일몰을 보러 만달레이힐로 간다면 오르기 전에 쿠도도 사원에 들러 보는 게 좋다.

마하무니(Mahamuni) 사원은 금빛찬란 그 자체다. 지난 1784년 보도파야 왕이 건립했다는 이 사원에는 법당 중앙에 마하무니 불상이 있다. 이는 미얀마에서도 추앙 받는 불상 가운데 하나로, 원래 4m 높이의 청동불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가보면 불상의 색깔이 청동이 아니라 금빛이다. 사실 이것은 ‘금빛’이 아니라 진짜 금이다. 불심이 깊기로 소문난 미얀마 사람들은 순금을 아주 얇게 종이처럼 만들어서 이것을 불상에 붙여 보시한다. 이 전통이 지금의 금불을 만들었다. 불자들이 200년 넘도록 금잎을 덧붙이면서 청동 불상이었던 것이 금불이 된 것이다. 화려한 금관을 쓰고 있는 이 불상의 몸이 울퉁불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하무니 불상 앞에 가면 언제나 부처의 다리며 몸에 금을 붙이는 남자들을 볼 수 있다. 여자들은 직접 금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금박 종이를 사서 남자들한테 부탁한다. 여자들의 구역 안에서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더 간절하고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베인다리.
우베인다리.
쿠도도사원.
쿠도도사원.

◆ 우베인 다리와 마하간다용 사원

만달레이 이전 왕조의 수도는 아마라푸라(Amarapura)였다. 아마라푸라는 만달레이 왕궁으로부터 27㎞ 정도 떨어져있고 이곳에 소문난 사진 포인트가 있다. 여행서 <론리플래닛>의 표지를 장식한 우베인(U Bein) 다리가 그것이다. 타웅타만 호수 위에 1086개 티크 나무로 만든 다리인데 높이 3m, 폭 2m, 길이가 1.2㎞다. 이것은 200년 전 우베인이란 사람이 왕궁을 건설하고 남은 목재로 지난 1849~1851년에 만들었다고 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목조다리다. 나무로 만들었으니 썩진 않았을까. 아래가 다 내려다 보이니 아찔하고, 삐그덕 소리하며, 손잡이 난간도 없어 여행자는 다리 위에서 잠시 주저하게 된다. 물이 들어올 때와 빠질 때에 따라 다리의 키가 다르게 보이는데, 수면에 물 그림자가 선명해 다리의 높이는 두배로 커 보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여행자는 이쯤에서 건너기를 포기하고 물가에 앉아 있기도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건널 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휙휙 지난다.

일설에는 우베인 다리가 승려들의 탁발을 위해 지어진 것이라고도 한다. 바로 그거다. 이곳에는 유명한 마하간다용(Mahagandayon Monastery) 사원이 있다. 지난 1914년 설립된 승려들의 교육기관으로 세계 각지에서 모인 1500여명의 승려들이 있다. 빨래줄에는 널어놓은 가사가 있고 담벼락은 경전으로 채웠다. 동자승들은 모여 웃고 떠들기도 하고 무슨 시험을 준비하는지 담벼락을 보며 열심히 경전을 외운다. 헐렁하게 걸친 옷이 벗겨질까 아슬아슬한데, 정작 저들은 뛰고 달리고 할 거 다한다.

시간을 맞춰서 가면 점심공양에 참여할 수 있다. 1500여명의 승려가 줄을 지어 나오면 공양하러 온 신도들은 불경을 외며 승려들의 발우 안에 준비해 온 음식을 보시한다. 그 많은 승려들의 행렬을 보는 것도 신기하고 자비심과 감사함을 배우는 의식이기 때문에 일부러 공양을 보러 오는 불자들도 많다.

만달레이, 그리고 미얀마는 매력이 많다. 사원이 그렇게 많아도 가는 곳마다 특색이 다르고 사람들의 미소는 따뜻하며 자연은 무심한 듯 조용한 감동이 있다. 그래서 좋은 사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이다.


● 여행 정보

☞ 한국에서 미얀마 만달레이 가는 법
1. 한국에서 만달레이 가기: 만달레이 국제공항이 있다. 한국에서 만달레이 직항은 미얀마국제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만달레이구에는 수도인 네피도가 있지만 옛 도읍에 해당하는 만달레이 왕궁 여행지와는 300㎞ 정도 떨어져 있다.
2. 한국에서 양곤·만달레이 가기: 지난 2005년까지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으로 많은 항공사들이 출항하며 대한항공에 직항 노선이 있다. 양곤에서 만달레이로 가려면 에어바간, 에어만달레이 등의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거나 기차를 타고 만달레이 중앙역까지 간다.

☞ 미얀마 정보
시차: 한국보다 2시간30분 느림
화폐: 챠트(MMK)
환율: 1챠트 = 1.07원
미얀마 여행을 위해서는 미리 대사관에서 비자를 준비해야 한다.(2~3일 이상 넉넉히 잡을 것)
미얀마대사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23-1 / 02-790-3814
만달레이 지역 입장료: 10달러(지역에 들어갈 때 티켓을 판다)

< 음식 >
라쇼레이(lashio lay) 레스토랑: 음식 맛이 좋은 샨족의 음식점으로 반찬을 뷔폐식으로 차려 놓아 원하는 대로 고르고 가격은 접시당 받는다. 저렴한 가격에 맛집으로 소문나 있어 배낭여행자에게 인기다. 국과 야채는 무료.
반찬 (한 접시) 500챠트 / 고기 종류 (한 접시) 1500챠트 / 밥 1000차트
No.65 23rd Street , Mandalay, Myanmar

< 숙소 >
Mandalay Hill Resort Hotel: 마치 만달레이 왕궁에 온 듯한 호화로운 리조트로 다양한 객실과 스파 빌라, 레스토랑, 수영장 등 시설을 갖췄고 여행하기 좋은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다.
http://www.mandalayhillresorthotel.com

Hotel A1: 깔끔한 객실, 무료 와이파이, 무료주차, 무료조식 등 가격대비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들이 친절하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교통편이나 일일투어 예약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http://hotela1mandalay.com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