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피곤하다. 숨이 찰 정도로 밀려드는 업무는 기본이고 회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사와 동료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직장인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자 인생 절반을 차지하는 반복적인 일상이다.


눈물겹지만 현실이 그렇다. 이에 다시 일터로 향할 수 있게 하는 힘의 원동력, 즉 힐링이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사람마다 힐링하는 법도 다르다. 기자는 평범한 30대 회사원 윤 대리를 만나 그가 추천하는 도심 속 힐링명소를 따라가봤다.


낮잠카페. /자료제공=naZzzam
낮잠카페. /자료제공=naZzzam

◆평일 점심시간 - 수면카페에서 낮잠을 

윤 대리는 국내 모 제약회사에 다니는 영업직 사원이다. 업무상 하루에도 몇번씩 병원을 왕래하면서 주로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니 서울 곳곳에 숨겨진 이색 힐링장소를 많이 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14일,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회식으로 오전 업무시간 내내 힘들어하던 그는 점심식사 시간을 과감히 포기하고 북촌의 한 카페로 향했다. 노란 철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서니 10개 정도의 해먹이 눈에 들어온다.

여느 카페와 같이 간단한 읽을거리와 각종 차를 비롯해 음료가 준비돼 있었으나 그런 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윤 대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낮잠을 자기 위해서다. 아직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11시20분이었음에도 이곳을 찾은 사람이 제법 있었다. 


이용료는 1시간에 5000원. 음료를 포함한 가격이어서 저렴한 편이다. 30분을 추가하면 3000원, 1시간이면 5000원의 이용료를 더 내야 한다. 해먹을 처음 이용하면 불편할 수 있으니 대각선으로 누워 보라는 대표의 조언대로 몸을 눕혔다.

수면안대를 쓰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해먹 옆으로 작은 커튼이 있어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너무 깊은 잠에 빠져 회사로 영원히 복귀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미리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알려주면 깨워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노을캠핑장. /자료제공=서부공원녹지사업소
노을캠핑장. /자료제공=서부공원녹지사업소

◆평일 저녁 - 서울 도심에서 캠핑을

시쳇말로 불타는 금요일인 지난 17일 저녁 퇴근 후 윤 대리는 서울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상암동으로 향했다.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 인근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 위에 캠핑장이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이곳의 이용요금은 텐트를 대여해주는 구역(1박2일 기준)이 1만5000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이 1만3000원, 전기 미사용 구역이 1만원이다. 텐트를 대여해주는 구역은 인기가 좋아 몇달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고 윤 대리는 설명했다.


캠핑장 내에서 먹거리와 주류 등을 살 수 있어 평소처럼 퇴근한 후 빈손으로 손쉽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잘 조성된 잔디밭을 걷다보면 이곳이 서울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자연환경도 좋다. 특히 노을과 서울의 야경이 인상적이다.

캠핑장 이용시간은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다. 입장은 예약당일 오후 10시 전에 해야 한다. 또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거리가 멀고 경사가 가팔라 맹꽁이전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편한데 평일 오후 8시, 공휴일은 오후 9시에 운행을 종료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윤 대리는 "이곳 외에도 서울 내에 한강여름캠핑장,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 중랑캠핑숲, 난지캠핑장 등이 있다”며 “이곳 모두 이동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평일에도 캠핑을 즐길 수 있어 캠핑초보나 직장인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자료제공=해밀턴 호텔
/자료제공=해밀턴 호텔

◆주말 - 워터파크보다 호텔 수영장

"여름이 왔으니 워터파크에 가야 한다. 그날을 위해 열심히 다이어트 했다”는 여자친구의 투정이 윤 대리는 싫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힘에 부친다. 애초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주말에 꽉 막힌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가 선택한 대안은 호텔 수영장이다. 이용요금은 워터파크보다 몇천원 더 비싼 수준이다. 확실히 윤 대리의 말대로 일요일인 19일 오전시간 이용객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맥주와 함께 식사도 해결할 수 있다. 가격은 1인당 2만원으로 예상보다 비싸지 않다.

이 호텔은 투숙하지 않아도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호텔도 많아 이용하기 전 미리 알아봐야 한다. 호텔 숙박권 등을 포함한 패키지는 호텔의 등급과 제공되는 서비스별로 몇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소셜커머스를 활용하면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별한 날 1년에 하루쯤은 사치를 부려볼 만하다는 게 윤 대리의 설명이다. 호텔 수영장은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태원의 한 호텔에선 지난 18일부터 오는 8월28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에 파티를 연다.

한주 동안 힐링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한 윤 대리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힐링을 위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라"며 "좋은 사람과 함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힐링이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