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휘발유에 대한 오해 “한국 일반유=미국 고급유?”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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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2일 서울 강남구 한 주유소의 가격표시. /자료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
#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기업에 취직해 한국으로 들어온 A씨는 최근 BMW M3 차종을 운용하고 있다. 고성능 차량인 BMW M3의 경우 고급휘발유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A씨는 “한국은 일반 휘발유도 옥탄가가 높아 괜찮다”며 일반 휘발유를 주유한다.
◆미국과 한국의 다른 옥탄가 단위
미국에서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 중 A씨와 같은 오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고급휘발유와 일반휘발유를 나누는 ‘옥탄가’의 기준 때문인데, 미국에서 고급휘발유의 옥탄가 수치가 우리나라의 일반유와 비슷한 것으로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옥탄가란 무엇일까. 옥탄가는 휘발유의 고급정도를 나타낼 수 있는 수치로, 노킹(엔진 내부에서 스파크가 튀기전에 자연폭발하는 현상)을 억제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가솔린의 옥탄가는 기준시료인 노멀 헵탄과 이소옥탄 혼합물 중 노킹이 잘 일어나는 노멀 헵탄을 옥탄가 '0'으로 하고, 노킹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소옥탄을 옥탄가 '100'으로 임의 선정해 기준으로 삼는다. 즉, 옥탄가 90의 가솔린은 하면 이소옥탄 90%와 노멀헵탄 10%를 혼합한 시료와 같은 노킹억제 능력을 지닌 가솔린 연료를 뜻한다.
정유업체는 이 옥탄가를 기준으로 고급유와 일반유를 구분하는데 국내의 경우 석유품질관리원은 1호(보통휘발유)유의 기준을 옥탄가 91이상 94미만으로, 2호(고급휘발유)유의 경우 옥탄가 94이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A씨가 한국의 휘발유는 일반유도 옥탄가가 높다고 말한 것은 미국의 경우 옥탄가 기준이 3종류로 레귤러(87), 플러스(89), 프리미엄(93) 등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일반유는 미국의 프리미엄유와 옥탄가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옥탄가 측정방식이 달라서 생긴 오해다.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등에서는 옥탄가를 측정할 때 RON(Research Octane Number)을 사용하는 반면,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AKI(Anti-knock Index)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RON 방법은 통제된 시험용 엔진을 사용해 옥탄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 외에 측정하는 방식으로는 조금 더 실제 상황에 부합하도록 측정하는 MON(Motor Octane Number)방식이 있는데, 더 높은 RPM에서 측정하므로 RON보다 다소 낮은 수치가 나온다.
AKI는 RON과 MON 두 방식의 평균치다. 측정할 때 정상적인 휘발유의 MON과 RON의 옥탄가 차이는 최대 10으로 보고 있으므로 AKI와 RON방식의 측정 오차는 4~5 정도 수치다.
따라서 AKI방식으로 측정했을 때 87인 미국의 레귤러 등급 휘발유는 RON방식일 때 91~92 수준으로 우리나라 일반유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고 89인 플러스유의 경우 93~94, 93인 프리미엄의 경우 RON 기준 98 정도 수준이다.
A씨는 이 기준의 차이를 알지 못하고 단순 수치만을 비교해 미국의 프리미엄 휘발유=한국의 일반 휘발유라는 오류를 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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