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국민연금, '용돈연금' 꼬리표 떼나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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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시대를 맞아 요즘 노인들 사이에 꼭 다니고 싶은 대학 리스트가 떠돈다. 연금으로 세상 구경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연세대, 고상하게 여행 다니는 고려대, 서로 위하며 강하게 사는 서강대, 건강하면서 국민연금으로 사는 건국대 등이다.
◆꽉 막힌 국민연금 상한선 뚫리나
질문1. 월 소득 421만원인 A씨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질문2. 월 소득 29억원인 B씨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대체율 올리면 ‘보험료 폭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러나 노후준비 여력이 없는 대다수 국민에게는 건국대 진학도 쉽지 않다. 지난 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자 1인당 월평균 연금액은 32만5130원이다. 1인당 최저생계비(61만7281원)의 절반에 불과한 돈으로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용돈연금’의 오명이 붙은 국민연금이 다시 수술대에 오른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노후보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가 이달 말까지 국민연금의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국민연금 상한선 및 소득대체율 인상안 등이 주요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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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DB |
◆꽉 막힌 국민연금 상한선 뚫리나
질문1. 월 소득 421만원인 A씨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질문2. 월 소득 29억원인 B씨의 국민연금 보험료는?
1·2번 모두 월 37만8900원이 정답이다. 연봉 5000만원의 근로자든, 연봉 30억원의 고소득자든 국민연금 보험료는 똑같다. 국민연금 소득상한선이 비현실적으로 묶여있어서다.
국민연금 기준 소득액은 매년 7월부터 1년간 적용되는데 변경 폭이 매우 적다. 지난 7월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국민연금 상·하한선은 각각 421만원과 27만원이다. 지난 6월까지는 소득상한선이 408만원, 하한선은 26만원이었다.
국민연금 기준 소득액은 매년 7월부터 1년간 적용되는데 변경 폭이 매우 적다. 지난 7월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국민연금 상·하한선은 각각 421만원과 27만원이다. 지난 6월까지는 소득상한선이 408만원, 하한선은 26만원이었다.
야당은 국민연금 소득상한선을 현행 월 421만원에서 월 600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낮은 보험료 상한선으로 인해 고소득자가 오히려 혜택을 보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월 100만원 버는 사람은 소득의 9%를 연금보험료로 내는데 월 29억원을 버는 사람은 0.01%만 내는 비현실적 상한선으로 인해 전체 국민연금액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월 소득 421만원 이상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232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7%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는 게 중요한데 결국 ‘누구에게 보험료를 더 걷을 것인가’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부담을 늘리기보다 ‘낮은 상한선’ 아래 있는 고소득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개선책”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찔끔찔끔 올라가는 국민연금 상한선이 용돈연금의 숨겨진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전체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A값) 변화에 본인의 과거소득을 따져 노후연금을 준다. 낮은 소득상한선은 이러한 A값과 과거 소득에 모두 악영향을 끼쳐 연금액을 떨어뜨린다. 최동익 의원은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상한선만 올려도 대다수 국민의 연금액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부담을 우려해 소득상한선 인상을 꺼리는 이유기도 하다.
소득상한선 인상속도는 1998년 이후 연평균 2.7%에 불과하다. 이 속도로는 2028년에야 604만원이 된다. 현행 공무원연금의 소득상한선인 840만원과 격차가 상당하다. 국민연금 재정계산보고서(2013년)도 전반적인 국민소득 수준의 변화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보험료 소득상한선을 650만원까지 올릴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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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올리면 ‘보험료 폭탄’?
국민연금을 내는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노후에 얼마나 받을 것인가’다. 이것이 소득대체율이다. 퇴직 전 평균소득에 비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뜻한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70%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지난 1998년 1차 개혁을 통해 60%로 낮췄고 2007년 2차 개혁을 통해 40%로 뚝 떨어뜨렸다. 이는 퇴직 전 평균 200만원을 받았을 경우 월 연금액이 140만원(70%)에서 80만원(40%)으로 대폭 깎였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는 40년간 보험료를 납부했다는 가정이므로 실제 10~20년 정도밖에 보험료를 내지 못했을 경우 연금액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복지선진국들의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은 50∼70%에 이른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의 국민연금재정추계에 의하면 연금기금은 오는 2043년(2561조원) 정점을 찍은 뒤 줄기 시작해 2060년 고갈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런데 현행 9%의 보험료율을 유지한 채 소득대체율만 50%로 올리면 기금고갈은 앞당겨지고 이후에는 보험료율이 20%를 넘는 ‘폭탄’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보험료 고갈을 걱정하는 정부와 야당, 전문가들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기금이 2500조원에 이르는 2040년 이전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연금보험료를 올리면 그런 극단적 상황은 초래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노후의 최저생계를 위협하는 ‘용돈’ 수준인 연금액을 올리는 것이 시급한데 정부가 과장된 ‘보험료 폭탄론’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연금관련 시민단체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구창우 사무국장은 “최근 10년 새 2% 정도 인상된 건강보험료처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2%만 올려도 기금이 안정되고 사업장과 근로자가 인상분을 반반 나눠 내기 때문에 부담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이용해 국민연금액을 깎으려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인구 및 경제성장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해 실질적인 연금액을 올리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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