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 현대차 GBC가 지켜야 할 '속도'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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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사전 협상결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말이다. 현대차그룹과 서울시는 이날 7만9342㎡ 부지에 지상 및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92만8887㎡ 규모로 조성될 GBC 개발계획안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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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조감도.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절실했던 ‘계열사 통합관리 타워’
2014년 9월 입찰을 통해 한국전력 본사부지를 공시지가의 3배에 달하는 10조55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사들인 현대차그룹은 낙찰 직후 “그룹의 100년 앞을 내다보고 글로벌 컨트롤타워를 확보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짧은 시간에 글로벌 자동차업계 5위권(판매량기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복합산업인 자동차의 전 범위를 아우를 정도로 적극적인 수직계열화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이것이 현대차그룹 성장의 제1동력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몸집이 커지다 보니 통합관리에 어려움이 생겼다. 현재 서울에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곳, 임직원은 1만8000여명에 달하지만 양재동 본사 사옥 입주사는 5개, 근무인원은 5000명에 그친다. 각종 기능과 주요 계열사가 분산돼 있다 보니 계열사간 엇박자가 자주 발생한 것.
이에 경영진은 수직계열화된 회사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통감했다. 더욱이 글로벌사업을 확장해가는 상황에서 본사와 해외지사간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라도 본사만큼은 모든 일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잘 맞물려질 필요가 있었다.
귀를 의심케 했던 옛 한전부지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통큰’ 베팅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뚝섬부지에 초고층 사옥건립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초고층 건축 관리 기준안'에 발목잡혀 사실상 무산되며 절실함은 더 커졌다. 그런 상황에서 옛 한전부지는 현대차그룹의 전 계열사가 입주할 만한 서울시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GBC에 들이는 천문학적인 금액은 단순히 건물을 짓기 위함이 아니라 수직계열화된 회사들을 통합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특혜우려에 ‘공공성’ 강조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프로젝트는 부지가 나오고 공공성 부문을 강조하며 마이스산업이 육성돼야 한다는 서울시 입장을 사전에 인지하고 시작한 것”이라며 “인허가가 빨리 이뤄져 조기에 착공함으로써 일자리, 특히 청년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삼성동에 GBC 건축을 계획하면서부터 ‘공공성’을 감안했다는 것. 서울시로부터 받는 혜택을 시민들에게 되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명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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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현대차 GBC 부지사전 협상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임한별 기자 |
10조5500억원에 땅을 사들였지만 GBC개발 계획을 확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민간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 우려였다. GBC계획이 확정되기까지 현대차는 ‘공공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옛 한전부지에 고층 건물을 올리기 위해선 서울시와 개발 사전협의 과정에서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땅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야 하는데, 특혜시비를 피하기 위해선 서울시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를 협상을 통해 도출해야 했다.
지난해 초 현대차가 최초로 사업제안서를 통해 제시한 공공기여금액은 1조원을 소폭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이를 늘릴 것을 요구했고 현대차는 서울시의 요구를 따랐다. 너무 적은 금액이 도출될 경우 서울시와 현대차 모두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지 재감정 평가 등을 통해 공공기여금액은 1조7491억원으로 정해졌다.
또 현대차는 공공기여금이 확정되기 이전부터 발생한 강남구와 서울시의 갈등에도 마음을 졸여야 했다. 서울시와 협의해 기여금을 내기만 하면 GBC 개발에 큰 영향은 없지만 자칫 이 문제가 한전부지 변전소 이전 문제 등에서 서울시와 강남구의 대립각으로 번져 착공이 지연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속도 내고픈 현대차 ‘과속은 금물’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원만히 마무리 지었지만 이는 GBC개발의 밑그림에 해당할 뿐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삽을 뜨고자 하는 현대차는 “내년 초 착공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심의에만 최소 수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구체적인 공공기여 사업계획이 나오면 시와 자치구가 또 다시 대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현대차가 사전협상 내용을 반영한 ‘지구단위계획 주민 제안서’를 시에 제출하면 주민공람과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세부 개발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지구단위계획 결정과 수도권 정비심의, 환경·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를 통과해야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일각에선 사전협상제도를 통해 서울시와 합의한 만큼 인허가 절차가 빨리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한 만큼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에 비해 빠른 인허가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 착공이 늦어질 경우 주변상권에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물론 서울시의 지나친 협조가 안전 검증 미비로 이어져 결국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많은 논란이 발생했던 ‘제2롯데월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인허가 절차를 단축시키는 것은 자칫 부실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만에 하나 작은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현대차는 물론 서울시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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