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얘긴 복잡하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 유력후보가 누구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던진 말이다. 그는 기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고 곧바로 주총장을 떠났다.


신한의 후계구도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그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아서다. 1948년생(만 68세)인 한 회장은 만 70세까지 재임한다는 내부 나이제한에 따라 재연임이 불가능하다. 통상 임기만료 3~5개월 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들어가는 만큼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 회추위를 구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조용병 신한은행,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부회장. /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조용병 신한은행,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부회장. /사진제공=각 사

◆국내 최대금융지주 경영권 누구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은 차기 회장 선임작업에 쏠린다. 일인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만큼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치열한 내부정치가 불가피하다.

수만명에 달하는 신한금융 임직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450조원, 같은 기간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2조 클럽(2조3672억원)을 달성한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인 만큼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우려스러운 점은 선임과정이다. 신한금융은 2010년 ‘신한사태’ 이후 아직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한사태는 그해 9월2일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회사의 돈을 횡령하고 부실대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불거졌다. 은행 측의 고소였지만 그 이면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과 신 전 사장,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 간 암투가 있었다.


신 전 사장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을 고발하고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 전 행장에 대한 해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감사를 단행하는 등 신한금융은 당시 경영진의 내분으로 시끄러웠다.

결국 내분은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 등 관련자가 모두 퇴진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수시로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고객정보를 불법조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신한사태의 여진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다행히 한동우 회장은 신한금융 회장에 오른 후 신한사태를 정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을 펼쳤다. 그러나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그를 추종하는 임직원 사이에서 또다시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신한금융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한 회장이 후계구도와 관련해 신중모드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한금융그룹. /사진=머니투데이 DB
신한금융그룹. /사진=머니투데이 DB

◆4인? 3인?… 한치 앞 예상도 힘들어

신한금융 차기 회장의 후보군은 어떻게 구성될까. 현재 하마평으로 오르내리는 인물은 총 8명.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이다. 또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과 최근 신한생명 사장에서 물러난 이성락 신한생명 부회장,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 등도 거론된다.

유력후보로 떠오른 인물은 조용병 행장과 위성호 사장, 김형진 부사장, 이성락 부회장 등 4명이다. 이 중 이 부회장의 입지가 줄면서 조용병 행장과 위성호 사장, 김형진 부사장의 3강 경쟁구도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우선 신한금융의 이인자 조용병 행장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조 행장은 신한사태 책임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인물이다. 그가 신한은행장에 오른 것도 사실 중립진영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신한금융이 자체적으로 조 행장의 평판조회를 진행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차기 회장 후보군 평판조회로 해석한다. 경영능력도 무난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신한은행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도 지난해 말 1조48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4% 성장한 수치다.

2013년부터 신한카드를 이끈 위성호 사장도 후보군에서 밀리지 않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평소 판단력이 빠르고 책임감이 강하며 합리적인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났다. 경영능력도 인정받는다. 그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신한금융 비은행부문의 이익증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카드부문 시장점유율에서 수년째 1위 자리를 지켰고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7394억원(금융감독원 추산)으로 업계 1위다. 특히 업계 선두라는 지위를 살려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정착시켰으며 빅데이터와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인사전략통인 김형진 부사장도 신한사태와 무관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개인적으로 한 회장이 신임하는 인물로 잘 알려졌다. 다만 영업경험이 다른 후보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성락 부회장은 신한생명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현재 고문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진에서 퇴진한 만큼 신한 내에서 입지가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신한금융 내부에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한동우 회장도 신한생명 부회장직을 끝으로 야인생활을 하다 신한금융 회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반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신한사태의 한축인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라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깔린다. 그러나 신한사태에 대한 법원의 최종심 결과에 따라 ‘이성락 카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임구도는 사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예측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누가 유력하고 누가 불리한지 가늠하기 힘들다. 올 하반기쯤 조금씩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