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2팀에도 티볼리가 오면서 활력이 생겼습니다. 잔업에 특근이 있어야 회사가 잘 나가고 있다는 뜻인데, 제한적인 차종을 가지고 생산하다 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었거든요. 티볼리가 조립2팀까지 배정되면서 직원들은 우리를 자랑할 수 있는 차종이 한대 더 생겼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 4월20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만난 심종보 조립2팀 기술주임의 말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의 큰 아픔을 간직한 이곳에 ‘티볼리’가 불러온 희망의 숨결이 불고 있었다.


평택공장은 1979년 동아자동차 시절에 터가 닦아진 공장이다. 대다수의 건물이 지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공장 분위기만큼은 활기찼다. 공장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는 희망, 성공, 티볼리 등의 문구가 가득했고 작업 중인 직원들의 표정엔 자부심과 진중함이 묻어났다.

조립1라인. /사진제공=쌍용차
조립1라인. /사진제공=쌍용차

◆ ‘티볼리’ 수혜 확대… ‘혼류생산’ 문제없다

이날 공개된 공장은 조립 1·2공장. 모두 티볼리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평택공장은 모노코크 플랫폼을 생산하는 2개라인과 프레임타입 플랫폼을 생산하는 1개라인 등 총 3개의 생산라인을 갖췄다. 티볼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공장에서 생산됐지만 올 1월부터 2공장에서도 생산한다.

조립라인을 보기 전에 먼저 차체공장을 방문했는데 코란도C, 티볼리, 티볼리에어의 차체를 제작하는 곳이다. 3~4m 정도 크기의 로봇팔 150여대가 차체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자동으로 용접을 한다. 용접자동화율 100%를 달성했고 공정의 자동화 비중이 높아 지게차로 부품을 옮기고 검수하는 인원 외에 작업인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 공장은 시간당 21.5대의 차체를 생산하는데, 티볼리 생산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 잔업을 포함해 완전 가동되고 토요일에는 주간만 가동된다는 게 쌍용차 측의 설명이다.

차체공장을 잠시 둘러본 뒤 조립 1공장으로 향했다. 티볼리를 메인 생산하는 공장으로 티볼리, 티볼리에어와 코란도C를 생산한다. 연간 10만6000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조립 1라인의 현재 가동률은 83%다.

직원들의 라인 작업을 유심히 지켜보는데, 차체 휀더부분의 초록빛깔 보호대가 눈에 띈다. 직원에게 문의하니 휀더부분의 손상을 방지함과 동시에 혼류생산되는 차종을 한눈에 구분하기 위함이란다. 뒤따라 오는 코란도 C의 차체에는 파란색 보호대가 씌워져 있었다.


색상으로 구분하는 것은 조립 2공장도 마찬가지였다. 2공장은 본래 생산하는 투리스모에 초록색이, 체어맨 W에 파란색 보호대가 씌워져있었고 티볼리에는 노란색 보호대가 장착됐다. 2공장은 원래 티볼리를 생산하던 공장이 아니다.

이런 혼류생산이 작업효율을 떨어뜨리지는 않는지 궁금했다. 쌍용차 릴리프 요원(모든 라인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결원발생 시 투입되는 직원)인 심종보 조립2팀 기술주임은 “기본적으로 컨베이어나 행거시스템으로 가는 데다가 볼트 등 기본적인 것은 같아 작업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혼류라인이기 때문에 제2공장에서도 티볼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가 진작됐다”고 말한다.


사기진작은 단순히 자부심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직 직원은 실제 수령하는 급여 중 잔업과 특근의 비중이 높다. 몇년간 일거리가 없어 잔업과 특근수당을 한푼도 못 받던 쌍용차 직원들은 티볼리가 가져다주는 ‘바쁨’에 감사하다.

조립 1팀 김성진 기술주임은 “티볼리 덕에 거의 매일 잔업 및 특근을 한다”며 “작년엔 재작년보다 2000만원정도 급여가 늘었다”고 말했다.

차체1팀. /사진제공=쌍용차
차체1팀. /사진제공=쌍용차


◆ 쌍용차의 또 다른 희망


티볼리의 흥행으로 쌍용차는 지난해 44%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함과 동시에 4분기에는 흑자를 달성했다. 경영 정상화의 ‘희망’에 부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희망찬 내수와는 달리 대외적인 여건 때문에 수출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량은 4만5100대로 전년(7만2011대)대비 37% 이상 감소했으며 이는 2010년(4만9288대)보다도 적은 수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루블화가 폭락하며 찾아온 러시아시장의 몰락은 수출물량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지하던 쌍용차엔 더 없는 악재였다. 떠오르는 신흥시장인 중국에서도 고전 중이다. 22%에 이르는 고관세 때문에 현지생산을 하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을 맞출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쌍용차 측은 중국 현지생산도 단계적으로 고려하는 상황이다.

평택공장의 직원들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후속모델의 활약에 희망을 걸고 있다. 송승기 생산본부장(상무)은 “올해 공장가동률은 전체 판매량에 기반해 결정되므로 지난해와 비슷한 가동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Y400 등 신모델이 투입되는 시점 이후에 추가적인 가동률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말 노·사 합의에 따라 ‘쌍용차 사태’ 당시 회사를 떠난 직원들이 복직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평택공장에는 복직된 희망퇴직자 12명과 해고자 12명, 그리고 해고자 자녀인 신규채용 인원 16명이 근무한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현장업무를 시작했는데, 공장 직원들은 이들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경영악화에 따라 수년째 신입채용이 없었던 평택공장에 들어온 16명의 신입사원이 현장 분위기를 밝고 희망차게 만들어 준다는 게 직원들의 이야기다.

취재를 마치고 공장을 나오는 길에 작업복을 입은 직원 수십명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장 한켠에 모여 족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앳돼 보이는 직원들 몇몇이 밝은 표정으로 어울리고 있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