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을까요?”

최근 성과주의 논란에 시달리는 금융회사의 직원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질문이다. 답을 먼저 말하면 금융위원회는 국가행정기관이어서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호봉제를 적용한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압력을 넣는 금융위가 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일까. 이 질문에는 금융위의 ‘거친 금융개혁’에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금융공공기관’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숨어있다.

성과연봉제는 ‘일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문화를 도입하자’는 게 취지다.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받는 소위 ‘무임승차’를 줄이고 금융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성과연봉제의 금융개혁 바람은 따뜻한 봄날에도 금융회사 분위기를 꽁꽁 얼리고 있다. 내부에선 직원들끼리 성과연봉제 동의서에 사인을 권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실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전체 인원 중 76%로부터 성과주의 도입을 찬성하는 동의서를 받아 안건을 통과시켰다. 예보에서도 노조위원장이 사측과 성과연봉제를 합의하기 전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찬반투표에서 80.4%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에게 불법적으로 1대1 면담을 통해 동의할 것을 강요했다”며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근로기준법 94조 1항을 위반한 혐의로 홍영만 캠코 사장을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한 상태다.

성과연봉제 논란은 이제 국책은행으로 번지는 추세다.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자본확충이 예상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자구노력을 강구하라고 압박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미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30% 수준에 달하는 성과보수 비중을 적용 중이지만 비간부의 성과보수 비중을 30%로 올리고 지점 및 부서별로 하던 성과지표를 개인의 업무수행으로 확대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2014년 말 기준 산업은행의 전체연봉 차등 폭은 간부 30%, 비간부 22%이며 수출입은행은 간부 39%, 비간부 24%다.

자본확충과 성과연봉제가 연계되면서 국책은행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적자를 알고도 대우조선
[기자수첩] 금융위와 성과연봉제
해양에 5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을 때 금융당국도 방관한 책임이 있지만 구조조정의 책임과 자구노력에 따른 해결은 오롯이 국책은행의 몫으로 넘어갔다.

금융위는 1년 전 조선·해운업계가 적자에 시달릴 때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수은의 임원 보수한도를 인상하는 데 찬성했다. 또 정책금융 경험이 거의 없는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을 자리에 앉힌 것도 금융위다. 성과만 놓고 보면 올해 금융위가 받게 될 성과급은 사실상 마이너스다. 성과연봉제 도입, 금융공공기관이 먼저일까 금융당국이 먼저일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