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호텔롯데, 제2의 삼성생명 될까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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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핵심기업인 호텔롯데가 드디어 상장한다. 롯데가(家) 형제 다툼에 마침표를 찍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체제의 출발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 이번 기업공개(IPO)는 증시에서도 ‘초대어’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다만 증권업계는 호텔롯데가 여러 악재를 안고 있는 만큼 상장 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데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본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신동빈 체제 시동
호텔롯데는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상장에서 공모하는 주식 수는 총 4785만주로 이 중 3420만주(71.5%)가 신주 발행이고 1365만주(28.5%)는 일본롯데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L2, L5, L6투자회사의 구주 전량이다. L4는 약간의 지분을 남길 예정이다.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가 가진 L1, L7~L12투자회사는 구주 매출을 하지 않는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12개의 모든 L투자회사 대표이사다.
이번 상장으로 현재 99%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홀딩스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6.9%로 떨어진다. 호텔롯데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계열회사 등의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한다”며 “그의 호텔롯데에 대한 경영권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보호예수 대상주식을 제외하고 상장 직후부터 유통 가능한 주식 수는 32.1%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포함된 종목의 평균 유통주식비율은 53.8%다. 통상 유통주식 수가 낮으면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근 상장 후 높은 변동성을 보였던 해태제과식품, 용평리조트 등의 종목도 유통주식 수가 26~40%대로 평균보다 적었다. 다만 호텔롯데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13조~16조원으로 예상돼 주가가 왜곡될 우려가 적은 편이다.
호텔롯데의 희망공모가액은 주당 9만7000~12만원이다. 공모희망가 최하단인 9만7000원을 기준으로 총 4조6419억원을 공모한다. 이 중 구주매출과 주관사 수수료 등 제반비용을 빼면 3조2883억원가량을 조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호텔롯데는 이 중 차입금 상환에 2000억원을 쓰고 1조883억원은 면세점과 호텔 신규 오픈 및 롯데월드 시설 확충, 나머지 2조원은 해외면세점과 브랜드 인수에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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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
◆비싼 공모가… 삼성생명 될까
시장에서는 상장 후 호텔롯데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공모희망가액이 높은 편이어서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호텔롯데의 지분은 56만6100주로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이 400억원으로 책정됐다. 부산롯데호텔은 지분증권 모두 외부기관에서 공정가치를 평가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를 나눠보면 호텔롯데 주식 1주당 공정가치는 약 7만660원이다. 호텔롯데가 공시한 공모희망가액 최하단보다 2만원가량 낮다.
또 호텔롯데는 공모가 산정에 지난해와 올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EV/EBITDA(기업가치/세전·이자지급전이익)를 이용했다. 호텔롯데가 타인자본보다 자기자본 활용도가 높은 만큼 EV/EBITDA가 유용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동종업계 비교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 PBR(주당순자산비율)을 공모가 산정에 많이 이용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EV/EBITDA로 공모가를 산정하면 다른 기준들에 비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모희망가가 높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에 참여할 매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열린 호텔롯데 기업설명회(IR)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섰지만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거품논란은 2010년 국내증시 역사상 최고공모액을 끌어모은 삼성생명 IPO 당시와 비슷하다. 당시 삼성생명의 공모가는 적정가치가 10만3000원이라는 시장의 분석보다 높은 11만원에 정해졌다. 국민연금은 공모가가 높다는 판단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았다. 상장 후 삼성생명의 주가는 결국 4년여간 공모가를 밑돌았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모가 밴드는 이미 예고된 수준이지만 올해 예상 실적과 면세점 업황 변동, 롯데그룹 자회사별 현황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높다”며 “공모가 하단 수준이 아니라면 다시 한번 소문난 잔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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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악재’… 실적은 ‘양호’
면세점사업 관련 악재도 드리웠다. 롯데면세점 입점 관련 로비사건이 터진 것. 지난 2일 검찰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수십억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호텔롯데가 하반기 신규면세점 입찰을 앞둔 상황이라 이번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단 롯데그룹은 당초 지난 6일부터 홍콩, 미국 등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해외투자자 상대 ‘딜 로드쇼’를 전면 취소했다. 현재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검찰수사와 같은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다시 작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신고서는 제출 후 15영업일의 숙려기간을 거친 후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상장일정도 잠정적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외하면 호텔롯데의 지난해 실적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액은 5조1319억원을 기록해 2014년 대비 8.8% 성장했다. 이 중 면세점부문의 매출이 4조324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84%를 차지한다. 영업이익을 보면 면세점사업부가 3843억원을 기록해 전체 호텔롯데 영업이익인 3232억원보다 높다. 호텔, 롯데월드, 골프·리조트 사업부에서의 적자를 면세점이 메운 셈이다.
올해 예상이익도 나쁘지 않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의 영업이 이달 말 종료되지만 메르스 기저효과, 본점 확장, 호텔부문 수익성 개선 등으로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7% 늘어난 4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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