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금융자산 비중/자료=LG경제연구원
연도별 금융자산 비중/자료=LG경제연구원


#.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39)의 재산은 2억5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통장잔고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재산은 많은 데 현금이 없다. 이유는 빚으로 집을 샀기 때문이다. 원금과 이자로 매달 은행에 상환하는 비용은 150만원이 훌쩍 넘는다. 생활소비는 신용카드로 연명한다. 한달 카드값은 200만원대다. 월소득 400만원이 조금 안되는 데 이중 대부분을 빚과 카드값 갚는 데 쓴다. 나머지 현금은 보험료와 기타 통신요금을 낸다. 금융자산의 악순환이다.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동시에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가 30~40대 사이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3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35~44세 가구 중에서 한계가구는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약 3만가구 증가했다. 30대 후반 금융부채 보유가구 중에서 한계가구 비율은 1.4%포인트 증가해 전체 증가율 평균치인 0.5%포인트를 상회했다. 특히 실물자산은 가구당 1240만원 증가했지만 금융자산 증가분은 4분의 1수준인 312만원에 그쳤다.


반면 50~60대의 금융자산 증가는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50~60대는 거주주택 이외 부동산을 중심으로 실물자산이 가구당 평균 1763만원 감소했다. 30대는 내집 마련을 위해 빚을 늘리는 반면 50~60대는 현금을 보유하는 데 주력했다는 의미다.

실제 30대 후반의 자가주택 비중의 상승세도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35~39세의 자가주택 비중은 2012년 3월 45.6%에서 2013년 3월 44.4%로 잠시 주춤했다가 2014년 3월 48%, 지난해 3월 50.2%로 올라섰다.


2014년 8월에 시행된 LTV, DTI 규제완화 조치 등으로 주택매입 여건이 개선되고 12월에는 부동산 3법(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 재건축 초과 이익환수 유예, 재건축 조합원 주택분양 완화) 등 주택시장 활성화 조치가 시행된 것도 전세 대신 주택 구입에 나서는 가구가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문제는 부실이다. 30~40대를 중심으로 한계가구가 급격히 늘었다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등 금리인상기가 본격화 되면 악성채무로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라도 빚을 더 늘리지 않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박성준 연구원은 "30대 후반은 유동성 측면에서 압박이 높아져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가구에서 한계가구의 수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