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제대로 즐기기] ‘자연 그대로’ 간직한 서울 명소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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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7 | 0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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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집이 제일 좋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집을 떠나 야외에서 텐트나 천막 등을 치고 휴식을 취하는 이른바 ‘캠핑족’이 급격히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정한 캠핑인구는 약 500만명. 전체인구 10명 중 한명꼴로 캠핑을 즐긴다는 얘기다. 이들이 캠핑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는 ‘상암동 노을캠핑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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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캠핑장. /사진=허주열 기자 |
◆힐링 위해 몰리는 사람들
지난 9일 낮 4시, 상암동 노을공원 입구. 전날부터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근 도로 수백미터 내에는 합법과 불법이 뒤섞여 주차된 차량이 즐비했다. 노을캠핑장 전용 주차장의 빈 공간도 손에 꼽을 정도다.
주차장에서 해발고도 96미터에 위치한 노을캠핑장까지의 거리는 약 1800미터. 짐이 별로 없다면 충분히 걸어서 올라갈 만한 거리다. 하지만 수만평 부지의 캠핑장 구석구석을 살피려면 체력을 비축해야 했기에 내려올 때 걷기로 하고 맹꽁이 전기차를 이용해 캠핑장을 찾았다.
쌀쌀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캠핑장까지 달리는 7분 동안 함께 탄 두 아이의 엄마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남편이 먼저 올라가 캠핑 준비를 하고 있고 뒤늦게 아이를 챙겨 캠핑장으로 향한다는 아이 엄마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스트레스도 확 풀리는 기분이 들어 주말이면 가끔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노을캠핑장은 총 152면(전기구역 102면, 일반구역 50면)의 텐트나 천막을 칠 수 있는 공간에 미리 예약한 사람(1면당 최대 6명)만 방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무려 5만400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평일은 언제든 이용 가능할 정도로 찾는 이가 많지 않지만 주말이면 하루 평균 400~500명이 방문해 붐빈다고 한다.
노을캠핑장 관계자는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캠핑장은 이곳뿐”이라며 “천연잔디가 깔린 수만평의 휴식공간, 쾌적한 환경, 아름다운 노을 풍경 등 이런 조건을 갖춘 캠핑장은 전국적으로 눈을 돌려봐도 드물어 주말예약의 경우 개시 5분 안에 예약이 모두 완료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캠핑장 입구부터 캠프닉(캠핑+피크닉)을 마치고 내려가는 사람들, 이제서야 캠핑장을 방문한 사람들, 이미 방문해 드넓은 잔디밭을 뛰어노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이곳의 자랑인 노을을 보기엔 다소 이른 시각이라 캠핑장 곳곳을 둘러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푸른 천연잔디 위에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 외에도 조각공원, 다양한 산책로 등이 조성돼 남녀노소 모두 힐링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캠핑장에는 부모와 함께 방문한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연을 날리는 아이, 캐치볼을 하는 아이와 아빠, 화덕에 숯불을 넣고 고기를 굽는 어른들, 돗자리나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등 저마다 휴식을 취하는 형태가 다양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캠핑장을 찾은 20대 취업준비생 김건희씨(가명)는 “스트레스를 풀면서 데이트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며 “예약이 힘들지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곳이어서 기회가 되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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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캠핑장. /사진=허주열 기자 |
◆사회 변화 맞물린 캠핑 트렌드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캠핑장 이름을 ‘노을’이라 지은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고 붉은빛의 노을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마도 서울에서 청명한 가을 하늘의 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신기했을 것이다.
한강을 볼 수 있는 가장 경치가 좋은 전망대에는 60대 안팎의 어르신들이 벤치를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지긋이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왜, 지금, 홀로, 이곳에 있는 것일까.
“몇년 전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아이들이 결혼해 모두 집을 나간 뒤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저와 비슷한 상황의 친구 권유로 캠핑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 친구와 같이 올 때도 있지만 일이 있으면 이렇게 혼자서라도 캠핑장을 찾습니다.”
그들 중 한명이었던 이동영씨(66·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이씨와의 대화를 통해 1인가구 520만 시대라는 사회적 변화가 새삼 가깝게 느껴졌다. 실제로 올 들어 노을캠핑장을 방문하는 팀(1인당 1면만 예약가능)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방문자는 줄었다고 한다.
노을캠핑장 관계자는 “한번에 최대 600여명이 방문할 수 있는데 올 들어 이용객이 줄어들었다”며 “지난해까지는 3~4인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았는데 올해에는 1~2인이 오는 경우가 많아져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약을 못한 탓에 저녁 8시쯤 걸어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간간이 켜진 가로등 불빛을 따라 내려오는 길에 팔짱을 끼고 산을 오르는 40대 부부와 마주쳤다. 대화 소리가 자세히 들릴 무렵 바라본 그들의 표정엔 평온함과 여유가 가득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풀고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방법은 잠, 술, 공연관람 등 다양하다. 여기에 최근 캠핑이 추가된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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