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포스코건설 등 대형사마저 ‘휘청’

건설업계가 연말을 앞두고 뒤숭숭하다. 지난해 한차례 구조조정 태풍이 휘몰아쳤는데 또다시 추가 구조조정의 암운이 드리워진 때문이다. 가장 위태로운 곳은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 시공능력 1·3위의 대형건설사가 휘청이면서 업계 전체가 우울한 분위기다.


◆10명 중 1명 칼바람

업계 1위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가 7952명에서 올해 상반기 7084명으로 900명(11.3%) 가까이 감소했다. 직원 10명 중 1명이 짐을 싼 것이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사태가 더 심각하다. 연말까지 직원 500명, 600명을 각각 감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포스코엔지니어링은 매각설마저 제기된다. 포스코건설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5352명으로 삼성물산과 비슷한 전체의 10%가량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창사 이래 최대규모다. 회사 측은 아직 구조조정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업계에서는 기정사실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적자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볼 때 대량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사진=머니투데이 DB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사진=머니투데이 DB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입주한 송도 센트로드. /사진=머니투데이 DB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입주한 송도 센트로드. /사진=머니투데이 DB

최근 한 인터넷사이트의 게시판에는 포스코엔지니어링 직원이 직접 게재한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1000명 중 600명이 해고당하고 남은 인원은 매각이나 포스코건설로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237억원, 순손실 42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회사 측은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대우건설,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시공능력 상위의 건설사 대부분이 구조조정에 떨고 있다. 최근 현대산업개발 출신 박창민 대표를 신임사장으로 앉힌 대우건설도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부방침에 따라 매각을 서두르면서 주가를 부양하려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기인사에서 조직개편과 함께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대건설, GS건설은 직원 수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연말 조직개편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정규직 수는 지난해 상반기에서 올해 상반기 사이 259명(5.5%), 204명(3.6%) 감소했다.

◆희망퇴직 후 고용불안 가중

올해 구조조정 한파가 더 매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희망퇴직 후 고용불안 때문이다. 과거에는 퇴직금과 위로금을 합해 수억원을 보상받는 것을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비교적 업계 이직이 순조로웠던 덕분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 전체가 가라앉은 분위기여서 받아줄 곳이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퇴사 후 갈 데가 없으니 어떻게든 희망퇴직을 피해보려는 분위기”라며 “또 예전에는 업무평가에 따라 저성과자만 희망퇴직을 강요받았는데 지금은 성과에 관계없이 신청대상이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불과 3~4년 전만 해도 몸값이 높았던 해외플랜트 고급인력들은 중국이나 글로벌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기술 보유자들이 중국 등지로 이직을 알아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의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자금력을 동원해 국내 건설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는 데다 고급인력을 빼앗기는 것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입주한 판교 알파리움. /사진=머니투데이 DB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입주한 판교 알파리움. /사진=머니투데이 DB

◆주택사업·해외수주 절망적

건설업계는 앞으로 1~2년 안에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구조조정의 한파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중동 등 국내 건설사의 해외사업이 활발했던 국가들이 저유가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규모는 18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3% 수준에 그쳤다. 포스코건설만 봐도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이 3394억원을 기록해 1년 사이 60%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1771억원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해외사업의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해준 국내 주택사업도 침체기로에 놓였다는 점이다. 수년째 지방 공급과잉이 계속되며 미분양이 쌓였고 내년 이후 대다수 분양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대출규제로 인한 미입주사태가 예고된다.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은 현재 주택부문 신규수주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 업계 안팎에서는 주택사업 매각설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건설사가 처한 상황은 일부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라며 “앞으로 몇년 안에 회복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