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부 위자료. /자료사진=뉴스1
가톨릭 신부 위자료. /자료사진=뉴스1

가톨릭 신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3일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최은주)는 A씨가 가톨릭교회 사제서품을 받은 신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신부가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에 사는 A씨는 2007년 2월 평소 알고 지내던 B신부가 일본에 여행을 오자 안내를 해준 뒤 가깝게 지냈다. 두 사람은 이듬해부터 서울 서초구 등에 일정한 거처를 마련해 두고 2014년까지 19차례 자주 만나왔다.


B신부는 A씨 생일엔 편지봉투에 '부인' '남편'이라고 쓴 편지를 주기도 했다. B신부는 A씨 가족 행사에 참석하거나 A씨의 자녀들과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하지만 B신부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성당 신도가 교제 사실을 알게 되자 지난해 5월 '신부로 살기로 교회에 약속했다. 교회로부터의 요청이고 응답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일방적으로 A씨와의 관계를 끊었다.


이에 A씨는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했다"며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신부가 65세가 되면 가톨릭 신부 지위에서 은퇴하고 혼인신고를 하자며 약혼을 했는데도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혼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사실혼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에 이르진 못했을지라도 서로의 가족에게 상대방을 소개하고 함께 교류하며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에 따라 교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약혼 관계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B신부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하고 연락을 끊어 파탄에 이르렀다"며 "약혼이 파탄돼 A씨가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B씨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B신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