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보증해 땅을 매입했지만 정작 사업이 진행하지 않고 있는 '부실 PF사업장'이 건설업계의 골칫거리다. 부실 PF사업장은 건설사가 PF시장 호황을 틈타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사업이 장기 표류하며 이자비용만 감당하는 곳을 말한다. 몇년 전부터 분양시장의 큰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공급과잉'도 따지고 보면 이런 부실 PF사업장 때문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사진=롯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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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들 부실 PF대출 수천억대

대우건설의 부실 PF사업장은 2013년 10개에서 최근 3개로 줄어들었다. PF잔액은 5년 사이 1조5000억원 이상 줄었지만 여전히 2000억원대가 남아있다. 한화건설은 올해 상반기 기준 부실 PF사업장 잔액이 약 4600억원으로 집계돼 3년 사이 44.6% 감소했다.


두 건설사가 이렇게 부실 PF사업장을 한꺼번에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정부 들어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청약열풍이 불었던 덕분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공급축소가 전망되는 만큼 남은 사업장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지자체의 승인 지연으로 분양일정이 연기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PF잔액이 6000억원대로 이중 절반이 넘는 54.3%가 경기도 오산 사업장에 묶여 있다. 아파트를 지으려고 땅을 매입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해마다 3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지불한다.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기준 부실 PF사업장 규모가 8500억원대로 집계됐다. 2013년에는 사업장 수가 12개, 대출금이 1조5114억원에 달했다.

◆건설사들 공격적인 분양으로 사업장 털기


막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면서도 건설사들이 부실 PF사업장을 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부지일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업을 진행하는 쪽이 매각보다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실 PF사업장을 대부분 해소한 곳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파트 신규분양이 잇따라 성공하며 부실 PF사업장을 대부분 청산했다. 현대건설도 PF잔액이 497억원으로 1000억원 미만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부실 PF사업장이었던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을 임대주택(뉴스테이)으로 전환, 착공에 성공하는 동시에 미분양 리스크도 줄였다. 오목천동의 PF잔액은 3400억원대로 한화건설이 보유 중이던 PF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컸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는 적지 않다. 김열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에는 장기 미착공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분위기지만 실제 수익여부는 사업정산이 끝나봐야 알 수 있는 만큼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