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시대 개막] '금융지주사 전환' 빨라지나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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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0 | 0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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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1DB |
삼성 3세 경영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전자 입사 25년만이자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900여일만이다.
이에 따라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관심을 모으는 시나리오는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다.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밑으로 들어가는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금융계열사까지 지배할 수 있다.
◆삼성생명, 금융 지분 대거 매입
최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주식 613만2246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특별계정을 제외한 삼성생명 보유 삼성증권의 주식 수는 1464만5770주로 늘었다.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율은 19.16%로 증가했다.
삼성증권 지분율이 15%를 초과함에 따라 삼성생명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삼성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았다.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보유지분은 아직 30%에는 미달하지만 최대주주 자격은 갖춘 셈이다.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금융자회사의 지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야 한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중심으로 펼치는 수직계열화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삼성 금융계열사 모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됐다. 지난 1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를 전량 인수하면서 지분율을 71.86%까지 끌어올렸다. 비상장사인 삼성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의 지분도 각각 98.74%와 100% 보유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 지분 매입까지 삼성생명 위주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4.98%를 보유해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30% 이상 지분 소유 요건을 아직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지분 15%, 삼성증권 지분 11%를 추가로 매입하면 지분 소유 요건을 맞출 수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가 되면 금융부문 출자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금융지주회사→타 금융계열사’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 밑으로 들어가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금융계열사까지 지배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장의 시나리오에 삼성 측은 “수많은 추측이 나오지만 실질적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하지는 않았다”며 “두달 전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각 사업 보유자산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삼성화재 입장에서 봐도 굳이 삼성증권 지분을 애매하게 갖고 있기보다 삼성생명에 처분함으로써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개편 첫 단추는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하지만 시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통합해 삼성물산 및 삼성생명이 다수의 자회사를 각각 지배하는 형태의 지주회사 체제를 추측하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 시점에서 관건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정리 여부다. 삼성생명이 어떤 형태로든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해야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7.55%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지주회사가 비금융계열사의 최대주주여서는 안된다. 삼성생명은 7년 내에 삼성전자 주식을 일부 팔아 최대주주 지위를 바꿔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2대 주주는 삼성물산(4.25%)이다. 즉,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2대주주인 삼성물산 지분율 아래로 떨어뜨려야 한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2% 보유)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4.1%)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그룹 지배구조 전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와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이 최대 관건인 셈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 시나리오의 첫 단추는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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