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금융권 뒤흔드는 '육류담보 사기대출'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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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양생명 |
육류담보사기대출 사건이 금융권을 뒤흔들고 있다. 피해규모만 6000억원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태는 모뉴엘, KT ENS 사태를 뒤이을 대규모 사기대출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뿐 아니라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 10여곳이 육류담보 사기사건에 엮인 데다 손실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실제 피해액이 6000억원이 아닌 수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동양생명은 현재 밝혀진 연체액을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담보물이 여러 금융사에 얽혀있어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최근 동양생명이 이번 사건에 공동 아닌 단독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저축은행∙캐피털 등 공동채권단과 담보물 회수를 놓고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규모 6000억원대 추정… 번 돈 다 날릴 판
육류담보대출은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내주는 대출을 말한다. 육류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가 이를 토대로 대출받는 식이다. 수입육은 3개월 안에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출기간이 짧지만 대출금리는 최대 연 8%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동양생명 외에저축은행, 캐피탈 등에서도 육류담보대출에 관심을 보였다.
이번 사건은 동양생명이 한 육류유통회사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자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1개의 담보물에 여러 금융사가 대출해준 것을 인지한 뒤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말 육류담보대출 관리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 최대 3804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추가 공시를 통해 육류담보대출에서 2837억원 규모의 연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동양생명에 따르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금액이 2543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3개월 이상 연체금액은 219억원, 1개월 미만 연체금액은 75억원이다. 회사가 밝힌 총 연체액 2837억원은 동양생명 자기자본의 12.4%에 이르는 규모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의 경우 보세창고의 보관증 등을 확인하고 담보로 판단하는 것인데 유통업자와 창고주가 모의해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아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로 등기를 한 것이 아니라 수입 및 반출 등 보관증을 근거로 담보해주면서 유통업자들이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으로 대출을 받은 것이다.
실제 이번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는 동양생명뿐 아니라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화인파트너스, 포스코대우, 한국캐피탈, CJ프레시안, 조은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세람저축은행, 전북은행 등 10여곳으로 파악됐다. 이들 금융사들은 1년 수익에 맞먹는 규모의 대출을 일부 육류중개업체 및 보관업체에 해줬다.
이로 인해 동양생명 3803억원을 비롯 ▲화인파트너스 676억원 ▲HK저축은행 354억원 ▲효성캐피탈 268억원 ▲한화저축은행 179억원 ▲신한캐피탈 170억원 ▲한국캐피탈 113억원 ▲조은저축은행 61억원 ▲세람저축은행 22억원 등의 규모로 육류담보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규모만 보면 각 금융사의 1년 당기순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다.
동양생명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240억원, 화인파트너스는 -70억원, HK저축은행 307억원, 효성캐피탈 189억원, 한화저축은행 132억원, 신한캐피탈 301억원, 한국캐피탈 111억원, 조은저축은행 53억원, 세람저축은행 55억원 등이다.
대부분 대출취급액이 수익을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이들 금융사는 1년 수익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담보물 회수 놓고 동양생명-공동채권단 ‘기싸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담보물이 금융사들끼리 엮여 있어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조차 낮다는 점이다. 명확한 대출 선후관계가 파악되지 않고 육류담보대출의 경우 유사 상황에 대한 판례도 없다.
그럼에도 동양생명은 중복 대출이 실행된 담보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단독으로 법적 대응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동양생명은 소송 법정대리인으로 김앤장을 선정했다. 또 냉동창고업체, 육류업자, 중개업체, 육류업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동양생명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공동대응에 나설 경우 담보물을 다른 금융회사들과 나눠가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모가 가장 큰 동양생명으로서는 공동대응으로 승소를 끌어내더라도 손해라고 판단한 것.
그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채권단을 꾸리던 저축은행, 캐피털 등 타 채권자들은 동양생명의 단독대응방침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중복대출로 얽힌 상황에 무슨 근거로 (동양생명이) 최우선순위로 상환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며 “동양생명 단독으로 실시하는 조사가 정확한 것인지 솔직히 의문이 들고 실사 확인을 따로 하게 되면서 상황만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동양생명은 공동대응하자는 제안에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독자적인 태세”라면서 “그동안 문제가 없었던 육류담보대출 담당자를 몇달 전 중국인으로 교체하고 이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충분히 연체를 인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 일부러 늑장 공시를 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동양생명을 상대로 한 법적 소송도 불가피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한편 이들 채권단은 삼일·삼덕회계법인을 선정해 중복 대출이 실행된 담보물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 결과는 이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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