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친절한 금융] 인터넷은행, 정말 이자 더 주나요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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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박씨는 늦은 저녁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급전이 필요한 박씨는 인터넷은행 앱에서 마이너스대출 200만원을 신청했고 다음날 편의점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 주부 김씨는 집안일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취미가 생겼다. 인터넷은행 예금에 가입했더니 디지털음원 스트리밍 이용권을 이자로 받아 부담 없이 음악을 듣게 된 것이다. 그동안 거래은행에선 예금하는 돈이 적어 쥐꼬리만한 이자지급에 불만이었는데 이자 대신 디지털 상품권을 받아 취미생활을 즐기며 만족하고 있다.
다음달 국내 1호 인터넷은행 K뱅크가 출범한다. 모든 금융거래는 비대면 전자거래방식으로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점포 인건비와 임대료가 들지 않아 시중은행보다 예금금리는 높고 대출금리는 낮게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K뱅크가 내세운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는 ‘디지털재화’다. 예·적금 고객에게 이자 대신 디지털 상품을 주는 것인데 돈으로 환산하면 이자를 받을 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금액이 책정된다. 가령 월 예금이자가 5000원일 경우 실시간 스트리밍 이용권을 결제할 수 있는 금액 6000~7000원을 주는 식이다.
디지털재화는 게임 아이템과 쇼핑쿠폰 등 다양한 콘텐츠분야에서 사용 가능하다. K뱅크는 주주회사인 KT와 연계해 휴대폰 데이터를 이자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뱅크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젊은 고객의 애플리케이션 이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콘텐츠와 이자혜택을 마련할 것”이라며 “영업 초반에는 온라인 쇼핑쿠폰 등 초기 프로모션을 시행해 알뜰한 소비생활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10%초반, 신용등급 관리 장점도
인터넷은행의 금리혜택은 예금보다 대출고객에게 더 많이 돌아갈 전망이다. K뱅크는 신용정보회사(CB) 데이터를 비롯해 KT, 비씨카드 등 주주회사나 주주회사 계열사를 통해 고객 동의를 받아 통신거래, 통신요금 납부 이력, 로밍요금, 카드 납부내역까지 다양한 고객정보를 활용해 고객 신용정보를 파악할 계획이다.
수입과 갚을 의사가 있는데 단순히 금융거래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고객을 발굴해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중신용자의 대출금리는 고객의 신용에 따라 한자리수 내지 연 10% 초반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가 연 10~15%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5%포인트 이상 금리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고객은 신용등급 관리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K뱅크는 마이너스통장 개념의 ‘간편심사 소액 대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모바일 앱이나 ATM에서 신분증을 스캔해 본인을 확인하면 신용등급 4~6등급 구간의 계층을 정밀 재평가한 뒤 저축은행보다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대출할 계획이다. K뱅크는 1금융권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중간 신용등급자들이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것보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우려가 없다는 점을 K뱅크 측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동성 위기 오면 서비스에 치중할 듯
금융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의 이 같은 혜택에도 출범 초기엔 인터넷은행의 거래를 늘리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은행에는 암울한 전망이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지분을 제한하는 ‘4%규제’ 탓에 인터넷은행의 경영지속성을 점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인터넷은행의 자본 부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 기존 고객에게 주던 금리혜택이 줄고 불가피할 경우 혜택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어서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고 최대 보유지분도 10%로 제한된다. 이른바 ‘은산분리’법으로 은행업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를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 중이다.
K뱅크는 자본금 2500억원으로 이미 시스템 개발, 하드·소프트웨어 개발, 인건비 등에 절반을 쓴 상태다. 올해 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2500억원 정도의 추가 증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지만 은산법 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지분 8%를 가진 KT등 주요주주의 증자가 사실상 어렵다.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상황이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10%에 불과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성훈 K뱅크 대표는 “올해 사업계획에 대출규모는 4000억원인데 2500억원 자본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업을 시작한 단계에선 은행채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할 수도 없어 은산법 규제가 풀리지 않는 전제 하에 영업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은산법 규제는 이르면 4월에 열릴 임시국회에서 또 한번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는 지난 24일까지 은산법 규제를 풀어주는 공청회를 열어 열띤 논쟁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인터넷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현행법 체제에서도 중금리대출 등 일부 사업이 가능하다”는 반대의견을 주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일단 (ICT 기업이) 들어가게 해주고 문제가 있으면 출구에서 잘못된 것을 잡아내 엄벌에 처하자”고 대안을 말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은행법 체제에서 1년 정도 사업진행을 지켜본 뒤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논의하자”며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사례를 보면 인터넷은행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크지 않다. 인터넷은행은 초기 영업을 확대하기보다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여부에 구애받지 않는 선에서 안정적 소유 및 지배구조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은산법 규제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다음 국회 때 또 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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