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3월이지만 이사를 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춥기만 하다.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매매가 주춤한 가운데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대출한도가 줄고 금리는 높아져 오른 전셋값을 충당할 방법이 없다. 무리하게 집을 사자니 이자 걱정이 앞선다. 따라서 올 3월 새집 구하기는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머니S>가 전세와 내집 마련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솔루션과 주택자금대출 전략, 이사팁 등을 알아봤다.<편집자주>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는 회사원 김모씨는 두달 넘게 전셋집을 찾아다니느라 진이 다 빠졌다. 2년 전보다 월급이 오르고 자금도 넉넉해졌는데 도무지 예산에 맞는 집을 찾을 수가 없어서다. 전셋값이 오른 데다 은행의 대출한도가 줄고 금리는 높아지면서 부담이 커져 결국 눈높이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2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일을 앞두고 전세민의 시름이 어느 때보다 깊다. 지난해 말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주택 매매거래가 줄고 전세거래가 늘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집값이 주춤한 틈을 타 내집 마련도 고민해보지만 얼어붙은 부동산경기가 부담이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3~5월 이사철 입주물량 급증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본격적으로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올 3~5월 전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6만6442가구에 달한다. 이 중 10.8%는 서울의 몫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입주물량과 비교하면 전국적으로 20.6% 증가했다. 입주물량이 많은 것은 그만큼 이사수요가 많음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급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집값이나 전셋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3월 입주물량은 전달대비 37% 줄었다. 수도권은 65% 감소했다. 이는 봄 이사수요가 급증한 올 3월에는 새집 구하기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이 기간 동안 실제 이사하거나 이사를 준비하는 수요를 모두 반영하지는 않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사수요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이나 단독주택 등과 전월세 이주도 포함하기 때문에 차이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민의 새집 구하기는 더욱 힘겹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1년 전 대비 18.3%가 급감했지만 전세거래는 15.2% 증가했다. 매매의 부담이 전세거래의 증가로 이어진 모습이다. 전셋값은 올 1~2월 한국감정원 기준 0.0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이 0.03%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수도권의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지역은 봄 이사철 입주물량이 부족해 기존주택의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부동산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서울 방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3~5월 이사를 계획한 집들이 1~2월 계약을 서두르면서 전세물량이 거의 소진됐다”며 “이사수요가 많아 밤 12시까지 불이 켜진 공인중개사가 많은데도 전셋집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서민주택 다세대, 높아진 문턱

서민주거의 안전판으로 여겨지는 다세대주택마저 전셋값이 불안하다. 서울 다세대주택의 전셋값은 최근 5년 동안 50%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세대주택 리서치기업 로빅(LOBIG)이 조사한 결과 서울 다세대주택 53만가구의 전세 실거래가는 2012년 1월 ㎡당 245만원에서 올 초 385만원으로 무려 57.1% 올랐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전셋집을 계약한 김모씨는 “2년 전과 같은 예산으로 다세대주택을 알아보려고 하니 더 낡거나 비좁은 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년 사이 수도권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활발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이 짧게 남은 아파트에서 저렴한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이 재건축사업 확정 이후 주변으로 이주하면서 전셋값이 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계속되면서 약 2만1500가구의 이주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규제로 실수요자 발 동동

정부의 대출규제도 이사전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을 연달아 발표하며 부동산투기를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의 규제는 청약과열을 막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이나 전셋집 마련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 1월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34조5065억원으로 한달 사이 458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15% 낮다. 2015년 6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액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규제하면서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도 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며 “소득이 적을수록 전세금 대출받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매매나 전세 계약금과 별개로 신용대출, 신용카드 사용액, 자동차 할부금 등을 부채 한도에 포함시키고 소득의 2.5~3배로 한도를 제한하는 등 자체적인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2년 사이 소득이 더 늘어났음에도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절반 이상 줄어들어 신용대출까지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