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사진=뉴시스DB
은행 창구/사진=뉴시스DB

“예금금리는 동결인데 대출금리는 왜 또 오른 겁니까.”

은행 창구에서 번번이 오가던 대출금리 논쟁이 한층 수그러들 전망이다.  

은행연합회가 이달 말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 개정안’을 발표하기 때문.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가산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은행별 대출금리체계를 공개해 시중은행 간 대출금리가 내려가는 효과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먼저 가산·감면금리 산정 시 자체 협의체와 내부심사위원회를 통과하는 추가 절차를 도입할 방침이다.

은행은 협의체 회의를 기록으로 남겨 공개를 원칙으로 운영한다. 가산·감면금리를 결정하는 근거와 논의과정을 공개하면 금리체계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어서다.


현재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각 은행이 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한다. 구체적인 가산금리 결정기준에 대해선 은행들 모두 '비공개 항목', '영업 기밀'이란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통상 가산금리는 목표이익률, 신용프리미엄, 업무원가 등을 반영한다. 은행별로 적용항목이 달라 어떤 이유로 가산금리가 올랐는지 알 수 없다.


지난 23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신한, KB국민,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10년 분할상환기준) 금리는 연 3.32~3.58%를 기록했다. 금리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지난해 8월 시중은행 금리가 연 2.60~2.80%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저금리는 0.63~0.78%포인트 오른 것이다.

가산금리 상승폭도 만만찮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들은 2.7~3.1% 수준의 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가산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 은행의 수익률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감면금리 역시 ‘깜깜이 금리’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감면금리는 본점과 영업점장이 승인 폭을 조절할 수 있어 여신금리 체계의 투명성이 문제시됐다.

특히 지난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은행에서 1%대의 황제금리를 받아 불투명한 감면금리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졌다.

앞으로 은행들은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에 ‘경영 상황을 고려해 목표이익률을 합리적으로 책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한다. 목표이익률을 합리적으로 매겨 가산금리를 산정했다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은행별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에 ‘목표수익률의 합리적 산정'이라는 문구를 포함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한발 물러선 금융당국, 현장점검 강화할 듯

이번 대출금리체계는 은행과 은행연합회가 금융감독원과의 협의를 통해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3개월 동안 만들어낸 개선안이다.

금융당국은 규제철폐의 일환으로 금리, 수수료 등 은행 고유 영업 부문에 대해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기로 하면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은행권에 자율적으로 맡겼다.

따라서 여전히 가산금리 기준이 공개되지 않고 감면금리 역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올라갈 것으로 보여 이자수익을 챙기는 은행이 '과도한 가산금리를 책정한다'는 오명을 벗기 어려워 보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과도한 예대마진에 대해 감독 강화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으로 돈을 버는 정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상기에 고객들의 이자부담을 낮추고 은행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금리체계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은 이익만 쫓다가 금융소비자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합리적 수준에서 가산금리를 정해야 한다”며 “은행의 자체 협의체와 내부심사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