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규직. /자료사진=뉴시스
중규직. /자료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일선 부처들이 정규직 전환 작업에 나선 가운데, 전환 과정에서 중규직 비율이 늘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규직이란 2007년 참여정부가 비정규직법을 도입한 뒤 만들어진 신조어로, 처우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생긴 표현이다.


당시 비정규직법 도입에 따라 2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사용한 노동자의 경우 사측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의무가 생기면서, 금융권·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기존 정규직군과 구분되는 무기계약직군을 새로 만든 것이다. 법률상 비정규직은 고용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를 말하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의 경우 법이 정하는 비정규직 차별금지 조항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중규직 도입은 실질적으로 임금 등이 비정규직과 같아 직군 사이 차별을 고착화하는 편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중규직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은행 등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일반 정규직의 60~80% 수준에 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중규직이 업무·임금·승진 등에서 차별을 두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고 있어,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의 형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나설 경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을 통해 일자리의 질, 나아가서 삶의 질을 제고한다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의 취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 취임 후 금융권에서도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는 작업을 추진하는 등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아직까지는 정부의 정규직화 대책 역시 처음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