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인 5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127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최저시급 만원 보장 등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노동절인 5월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127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최저시급 만원 보장 등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새 대통령 취임 후 변화 조짐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은 일자리 등 노동분야다. 일자리 대통령을 구호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대외행사에서도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16일 국무회의에서 설치가 의결된 일자리위원회도 이같은 변화의 일부다. 일자리위원회는 근로시간 단축을 초반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노사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사측, 특히 중소기업 측은 근로시간 단축안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로시간 주 52시간 ‘법대로’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근로기준법은 주당 근로시간을 이미 5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68시간으로 임의로 늘려 해석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현재 조항에는 토·일요일과 같은 휴일을 1주에 포함시킬지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 측에서 주말 연장근로의 경우 주 52시간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52시간 초과 근무를 시키는 관행이 이어져온 것이다. 가장 최근인 2000년에도 노동부는 같은 취지의 행정해석을 내려 주간 최대 68시간 노동을 법적으로 허용했다. 따라서 새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은 이러한 행정지침의 폐기를 통해 주 노동시간을 '법대로' 52시간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 강하게 반발


이같은 단축안이 실행돼 주당 노동시간이 최대 52시간만 허용될 경우, 산업현장에는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에 이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초과·연장 근로가 일상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향은 노조조직률이 떨어져 작업장 노무통제 권한이 사측에 집중돼 있는 중소기업에서 더욱 심하다.

대기업에 비해 적은 임금과 떨어지는 노동생산성을 시간단위 투입으로 메우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인건비 상승 등으로 12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8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노동계, '시간 단축도 부족'

그러나 노동계에선 주당 52시간 노동은 근로기준법 적용의 정상화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대로 52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을 정부가 그동안 사측에 유리한 행정해석을 제공해 초과노동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근로시간 제한과 관련해 저마다 다른 규정을 갖고 있지만 노사 협의도 없이 정부가 나서 일률적으로 추가노동시간을 용인해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동계에선 한발 더 나아가 단순 근로시간 단축만으로는 제대로 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과다한 노동시간 체계에서 노동자 태반이 기본급이 아닌 수당 중심의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당비율이 특히 높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시간단축으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노동계에선 기본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의 조속한 실현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