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 차이를 공시하는 ‘괴리율 공시 의무제’가 시행된다.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큰 격차로 인해 발생했던 혼란이 괴리율 공시 의무제 시행으로 해소될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이 괴리율 공시 의무제 카드를 들고 나온 결정적 계기는 한미약품 사태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이 호재성 공시를 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그 직후 악재성 공시가 나와 주가가 급락했고 보고서를 믿고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괴리율 공시 의무제가 논의된 것.


[머니S톡] 괴리율 공시, '뻥튀기 보고서' 사라질까



지금까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종목별 분석보고서를 발간할 때 6개월 또는 12개월 목표주가를 추정해 제시했다. 그러나 괴리율 공시 의무제가 시행되면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하는 보고서에 해당 기간의 평균주가와 목표주가 간 차이를 백분율로 환산해 밝혀야 한다. 아울러 목표주가를 중간에 변경할 경우 새 보고서 발간 전날까지 괴리율을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목표주가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파악하기가 용이해질 전망이다.

석준원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제도팀장은 “괴리율 공시 의무제가 시행되면 큰 괴리율이 생기지 않도록 시장의 감독을 의식해 애널리스트들이 신중하게 목표주가를 설정할 것”이라며 “일반투자자가 보고서를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현실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강 힘써

괴리율 공시 의무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증권가가 분주해졌다. KB증권은 보고서의 품질 강화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B증권은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부서장과 경력 10년차 이상의 중견급 애널리스트로 구성된 리서치심의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KB증권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실적추정 등을 대폭 변경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커버리지에 추가할 경우 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또한 KB증권은 리서치 자료 발간과정에 관여하는 내부검수팀을 신설했다. 이 영향으로 최근 KB증권은 매도·중립 보고서를 40% 이상 내자는 방침까지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은 기존 리서치운영위원회를 리서치심의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를 통해 목표주가 변동 폭이 큰 보고서를 자체 검수하는 등 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리서치센터 지원팀 인력도 보강해 컴플라이언스 관련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리서치센터장과 부서장, 팀장급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 준법관리인을 추가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는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와 협력해 괴리율을 계산하고 공시하는 전산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머니S톡] 괴리율 공시, '뻥튀기 보고서' 사라질까


대부분의 대형증권사가 리서치센터 내 자체 컴플라이언스팀을 둔 반면 중소형증권사는 담당자조차 없는 곳도 있다. 그러나 다음달이면 모든 증권사가 일정비율 이상 목표주가 변동, 투자의견 변경, 대상종목 편입, 주가괴리율의 적정성 등을 따져보는 심의위원회 설치와 운영이 의무화됨에 따라 내부 검증시스템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뢰도 상승’ vs ‘탁상행정’

괴리율 공시 의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목표주가를 뻥튀기하는 관행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얼마나 정확히 전망했는지 증권사 또는 애널리스트끼리 비교하기 쉬워진다. 또 분석과 예측 등이 더욱 투명해지고 객관화될 것으로 보여 증권사 보고서의 신뢰도 제고 측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실제주가와 목표주가 간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내·외부적으로 많았다”며 “각사 애널리스트들이 객관적 근거 없이 목표주가를 과도하게 추정한다는 일각의 오해를 불식하고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취지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애널리스트의 고유영역까지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과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위탁거래로 얻는 수익비중이 높은 중소형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소신대로 목표주가를 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기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괴리율 공시 의무제 도입은 괴리율이 높으면 ‘뻥튀기 보고서’라는 낙인이, 괴리율이 낮으면 ‘적중률이 높은 추정치’라는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해당 기업의 본질가치를 분석하는 것보다 괴리율을 줄이기 위한 추정치 책정이 우선시될 우려가 있다. 괴리율을 좁히기 위해 기업의 목표주가를 현 주가에 근사하게 매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는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금리와 환율, 유가 등 외부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며 “괴리율 공시 의무제로 구설에 오르는 걸 꺼려 목표주가 추정이 보수적으로 돌아선다면 오히려 기업가치를 재평가하지 못하고 가격 왜곡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괴리율 공시 의무제 도입을 계기로 목표주가 자체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매수 일색 관행과 고무줄 목표주가에 대해 증권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수차례 나왔지만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애널리스트 스스로도 목표주가를 신뢰하지 못하는 현 풍토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