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눈물짓는 산업이 있다. 유가가 폭락했던 2015년 정유화학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원유가격이 낮아지면서 마진을 높이기 어려워져서다. 전세계가 뛰어든 신재생에너지산업도 주춤했다. 원유가격보다 비싼 태양광, 풍력 등을 사용하고 개발할 유인이 적은 탓이다.


하지만 기업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유기체다. 장기고착화된 저유가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업종들이 어느덧 시대에 적응한 모양새다. 그동안 비용구조 개선과 리스크관리에 힘써온 저유가 피해업종이 다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박스권 유가] 피해업종 울지 않는 이유

◆정유화학, 유가 변동성 줄면 이익 ‘반등’

정유화학업계는 저유가가 달갑지 않다.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해 정제하고 이를 다시 파는 사업구조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이 낮을수록 정제마진을 확보하기 힘들다. 특히 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통상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는 산유국에서 국내까지 가져오는 데 약 한달이 걸린다. 만약 이 사이에 유가가 떨어진다면 정유사는 비싸게 원유를 사서 싼값에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전 “유가가 하락하면서 재고손실이 났고 동시에 등·경유의 정제마진은 정체되는 분위기”라며 “정유업종은 유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로 이익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지난 2분기 정유업계는 유가하락 타격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S-Oil,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대표정유사 4곳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62.4%, 81.7%, 28.9%, 21.9%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감소와 다르게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정유사들이 잇따라 중간배당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중간배당을 한 이유는 표면적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조치지만 일각에서는 순이익률을 늘리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8월25일 주당 1600원, 총 1491억원의 중간배당금을 지급한다. S-Oil도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1200원, 총 1397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S-Oil은 적자를 낸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40~60%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를 최대주주로 둔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처음으로 2941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중간배당과 더불어 정유주의 올 3분기 실적전망도 긍정적이다.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실적 전망치를 보면 S-Oil의 3분기 영업이익은 3925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대비 237.8% 상승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7546억원, 566억원으로 각각 81.9%, 37.1% 늘어날 전망이다.


구경회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유가의 변동성 감소로 지연 마진 개선이 예상되고 미국 휘발유 수요증가와 중국 석유제품 수출감소 등이 점쳐진다”며 “연간 기준으로 정유주의 실적은 2분기가 바닥이고 이후 4분기까지 분기별 증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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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정부정책 믿고 ‘달린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재생에너지산업도 저유가의 피해주로 꼽힌다. 전통적 에너지인 원유가격이 저렴해지면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에너지 단가는 원유를 전량 대체하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측면이 있다.

정부도 지난해 에너지안보컨퍼런스에서 “막대한 셰일가스와 셰일석유의 공급증가가 탄소시대의 존속을 부추긴다”며 “저유가 장기화는 상대적으로 발전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업종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미세먼지 문제로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또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탈원전 로드맵’이 마련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태양광산업은 2012~2014년 침체기를 지나면서 회복세를 보였고 지난해 37억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풍력발전산업은 지난해 1GW(기가와트) 규모에 접근했으나 국내 제조업체의 경영악화 등으로 사업이 축소·폐지되면서 정체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비율을 20%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신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핵심내용은 ▲53GW의 신규 신재생에너지 설치 ▲신규 설치량 중 풍력·태양광 비중 80% ▲풍력·태양광을 위한 산업단지 지정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내 산업생태계 육성 등이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방침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관련 종목의 하반기 주가상승을 점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재생3020정책이 실현되면 국내 풍력·태양광설치량이 단기간에 급증할 것”이라며 “특히 풍력은 대규모 단위로 건설되기 때문에 입지선정이 최대 난제인데 계획입지를 도입하면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성장축이 다변화되는 해외 풍력업황에 국내시장의 활성화가 더해져 유니슨, 씨에스윈드, 동국S&C, 태웅 등의 종목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에 석유화학사업을 영위하면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뛰어든 종목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석유화학업종 주도주는 신성장동력원 보유업체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시장 지배력 관점에서 배터리와 태양광이 단연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손 애널리스트는 “한화케미칼, OCI 등 태양광을 신성장동력원으로 보유한 업체들이 하반기 주도주로 나올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