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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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외부에서도 집안의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미래도시 기술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펼쳐졌다. OTP도어로크부터 화재발생감시, LED도로조명솔루션 등 일상생활을 바꿀 각종 기술이 한자리에 모여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첫번째 스마트시티 관련 행사인 ‘제1회 월드스마트시티위크’(WSCW)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개최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관련 행사인 이번 WSCW의 주제는 ‘사람을 닮은 따뜻한 도시, 스마트시티’다. 세계은행, 유엔해비타트, 글로벌기업 및 80여개의 스마트시티 중소기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국정과제로 지정된 스마트시티 확산 전략의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될 예정이다.

/사진=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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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CW, 어떤 기술이 주목받았나

킨텍스 8홀에 위치한 스마트시티기술 체험행사장으로 들어서자 난간 밑으로 거대한 부스가 펼쳐졌다. 각 지자체를 대표하는 스마트시티기업들과 정부관계부처, 첨단기술기업이 어우러져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행사장이 위치한 1층으로 진입하자 가장 먼저 한국수자원공사의 ‘스마트워터시티’(SWC)가 보였다. SWC는 취수부터 급수에 이르는 과정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로 이번 WSCW의 수자원공사 부스에서는 ▲수질모니터링 ▲누수감지센서 ▲스마트미터링 ▲수질정보제공 등의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SWC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파주시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 테스트를 완료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파주시에서 SWC를 시범 운영한 결과 2014년 60% 수준이던 수돗물 만족도가 2016년 86%로 상승했다”며 “전국에 SWC사업이 확대될 경우 시민들의 수돗물 음용률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남 김해시 부스에서 눈길을 끈 것은 ‘보행자 자동인식 신호기’였다. 김해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유니시큐가 개발한 이 기술은 횡단보도 앞에 사람이 일정시간 서 있을 경우 자동으로 보행가능 신호로 변경해준다.

현재 김해시 외곽 건널목에서 시범운영 중인데 횡단 대기자와 보도 통행자를 명확하게 구분해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해시 측은 차량의 신호위반율이 현저하게 감소했으며 1개소당 연간 약 4억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16갈래의 감지센서를 적용해 악천후에도 활용할 수 있고 기존 신호체계도 유지할 수 있다”며 “최근 우수조달제품으로 선정된 만큼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다양한 지자체에서 이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도 WSCW를 빛냈다.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IoT융·복합시범단지 조성사업에 돌입한 고양시는 공원환경, 생활환경, 생태환경 분야의 대표기술을 부스에 전시해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고양시 부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쓰레기 적재량 감지센서와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이었다.


지난해부터 고양시 전역에 약 270개가 설치된 쓰레기 적재량 감지센서는 쓰레기통 내부의 적재량을 파악해 수거차량에 신호를 보낸다. 동시에 주기적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비콘(Beacon)을 통해 수거차량과 연동, 수거작업의 실시여부를 알려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실물크기로 등장한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기존의 쓰레기통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상단에 가로세로 약 50㎝ 크기의 태양광패널을 부착한 이 쓰레기통은 스스로 전력을 충전하며 일반쓰레기통보다 최대 8배 많은 쓰레기를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시된 모델에 부착된 하강버튼을 누르면 약 30초간 내부의 쓰레기들이 압축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양시 관계자는 “현재 정발산역 부근 등 고양시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36대가 시범 운영 중”이라며 “이 쓰레기통을 설치한 후 길거리에 범람하는 쓰레기가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길거리 가로등의 전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도로조명솔루션 ▲기상관제센터와 연동, 날씨를 알려주는 스마트우산 ▲가스사용량을 자동 측정해주는 원격검침기 ▲모기 등 해충의 구제를 효과적으로 돕는 스마트방역시스템 등 스마트시티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사진제공=킨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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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 위해 해결 과제 산적

하지만 이번 WSCW는 스마트시티관련 기술보다 다른 첨단산업 전시장에서 보였던 기술·제품의 재탕이 많아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로 행사장 곳곳에는 가상현실(VR)기기를 활용해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부스가 마련됐지만 스마트시티와 거리가 먼 총쏘기, 야구배팅연습, 금맥캐기 등의 오락성 프로그램만 경험할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등장한 제품도 스마트시티와 무관한 누전차단기, 지정맥인증기, 디지털도어로크, 환기시스템 등이 대부분이었고 BIS처럼 상용화된 지 오래된 기술도 종종 눈에 들어왔다. 새롭고 신기한 기술과 제품도 많았지만 행사의 주제인 ‘스마트시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관람객 사이에서도 간간히 “스마트시티 박람회인지 첨단기술 박람회인지 헷갈린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원에서 왔다는 한 관람객은 “스마트시티 박람회가 열린다기에 행사장에 왔지만 볼 게 별로 없다”며 “행사의 특징과 콘셉트를 명확하게 해야 장기적으로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이승은 킨텍스 프로젝트매니저

Q. 프로젝트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
A. 지난해 말 기획단계부터 스마트시티 이노베이션 서밋 아시아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전시회 유치부터 기획, 운영, 홍보, 영업까지 전체적 진행을 총괄한다.

Q.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어떤 기업들인가.
A. 우수기업비즈니스페어라는 공모를 진행해서 80개사를 선정했다. 참가 기업 가운데는 국토부와 과기정통부, 각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기업도 있고 자비를 들여 부스를 마련한 기업도 있다.

Q. 세계 스마트시티시장에서 한국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A. 스마트시티라는 프로젝트가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각 지자체가 도입을 꺼리는 부분이 있다. 과거 U-City에 대한 안좋은 기억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산업을 선도하지는 못하지만 인프라가 워낙 잘 발달돼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Q. 이번 행사의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행사의 주최기관과 주관기관이 다른데 각자 목표가 있다. 킨텍스는 기관 본연의 기능인 수출증진, 무역증진, 산업육성 등 스마트시티산업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고 기업들이 좋은 바이어를 만나서 더 큰 수익을 거두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Q. 스마트시티와 관련없는 체험이 많은데.
A. 그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처음 열리는 행사다보니 미흡한 점과 개선해야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시민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록 노력하겠다.


이승은 킨텍스 프로젝트매니저. /사진=박흥순 기자
이승은 킨텍스 프로젝트매니저. /사진=박흥순 기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505호(2017년 9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