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보험업계 '헬스케어 논란' 다시 가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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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7 |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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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시대가 바뀌면서 건강에 대한 정의도 달라진 만큼 보험사들이 고객의 위험보장에서 라이프스타일 관리에 중점을 두는 헬스케어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보험사는 AIA생명이다. 응 켕 후이 AIA그룹 회장은 지난 9월20일 한국진출 30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AIA생명은 고객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조만간 론칭할 예정인 글로벌 웰니스 프로그램 ‘AIA바이탈리티’를 소개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헬스케어서비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으려고 노력했지만 의료법 위반 논란 등으로 시장참여를 관망해왔다. 하지만 AIA생명이 물꼬를 트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헬스케어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보험사, 의료법 위반논란에 관망
AIA바이탈리티는 사용자가 헬스&웰니스 관련 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다양한 보상을 얻는 형식이다. 일반인이 AIA바이탈리티 앱을 설치하고 매주 목표걸음치를 걷기만 해도 보험료 할인혜택 등을 받는다.
AIA생명 관계자는 “앱을 통해 걸음 수, 칼로리 소비, 심장박동 수 등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이 같은 데이터는 고객이 원할 경우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올 초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AIA바이탈리티의 시범서비스를 시행한 AIA생명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직원 560명 중 매월 평균 75%가 앱을 활용했고 참가자의 65%가 목표를 달성하는 등 참여율이 높자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것.
AIA생명은 보험가입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 서비스를 이용토록 할 방침이며 스포츠브랜드, 식음료회사 등과 제휴관계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다른 보험사들도 미래먹거리로 각광받는 헬스케어서비스를 속속 출시한 상태다. 하지만 병원예약이나 대행업체를 통한 상담제공 등 기초서비스에 머물렀다. 직접적인 의료행위 시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는 현행 규제 탓이다.
그동안 의료행위 범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토론회와 세미나가 진행됐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월 열린 보험 CEO 및 경영인 조찬회에서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비의료인이 제공하는 헬스케어서비스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기준을 서둘러 마련,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가 행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서는 보험가입자 문진, 신체계측, 채뇨, 채혈 및 건강검진 결과서를 작성하는 것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다.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은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을 선언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 초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보험권 협회 등은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됐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료 효율성 제고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헬스케어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헬스케어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보험 ‘역할 교란’ 논란도
의료법 규제 완화로 보험사가 헬스케어서비스를 적극 도입했을 때 공보험의 역할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말 열린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 활용방안’ 세미나에서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민영보험사 위주의 헬스케어산업이 확대되면 공보험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영보험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면 실손보험처럼 공보험의 역할을 교란시킨다는 것.
최근 문재인케어가 발표돼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며 역할이 축소되는 분위기지만 실손보험은 아직도 3400만명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국민보험이다. 앞으로 헬스케어보험상품도 실손보험처럼 가입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직·간접적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보험에 의해 현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강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보험사가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헬스케어서비스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먹거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다만 타 업계 이익에 손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토론회 등에서 마치 의료계 반발로 고객이 마땅히 받아야 할 서비스를 못 받는다는 식으로 여론몰이하는 것은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이미 실손보험 비급여화 문제로 의료계와 논쟁을 벌였던 보험사가 수익 강화를 위해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려 한다”며 “의료법 가이드라인은 정부와 민간보험사, 의료계가 충분히 협의한 후 금융소비자에게 실익이 있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헬스케어는 국내를 넘어 전세계에서 도입하는 새로운 보험의 형태”라며 “또 4차 산업혁명에 맞춰 IT기술과 의료, 보험 등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물결과 같다. 국민들의 건강관리 수요가 늘어나는데 의료계가 밥그릇 싸움을 이유로 고집을 부려 아쉽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현재 출사표를 던진 보험사는 AIA생명이다. 응 켕 후이 AIA그룹 회장은 지난 9월20일 한국진출 30주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AIA생명은 고객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조만간 론칭할 예정인 글로벌 웰니스 프로그램 ‘AIA바이탈리티’를 소개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헬스케어서비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으려고 노력했지만 의료법 위반 논란 등으로 시장참여를 관망해왔다. 하지만 AIA생명이 물꼬를 트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헬스케어서비스 확대에 적극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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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진 AIA생명 대표가 AIA바이탈리티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AIA생명 |
◆보험사, 의료법 위반논란에 관망
AIA바이탈리티는 사용자가 헬스&웰니스 관련 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다양한 보상을 얻는 형식이다. 일반인이 AIA바이탈리티 앱을 설치하고 매주 목표걸음치를 걷기만 해도 보험료 할인혜택 등을 받는다.
AIA생명 관계자는 “앱을 통해 걸음 수, 칼로리 소비, 심장박동 수 등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이 같은 데이터는 고객이 원할 경우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올 초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AIA바이탈리티의 시범서비스를 시행한 AIA생명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직원 560명 중 매월 평균 75%가 앱을 활용했고 참가자의 65%가 목표를 달성하는 등 참여율이 높자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것.
AIA생명은 보험가입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 서비스를 이용토록 할 방침이며 스포츠브랜드, 식음료회사 등과 제휴관계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다른 보험사들도 미래먹거리로 각광받는 헬스케어서비스를 속속 출시한 상태다. 하지만 병원예약이나 대행업체를 통한 상담제공 등 기초서비스에 머물렀다. 직접적인 의료행위 시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는 현행 규제 탓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비의료기관의 의료행위는 처벌 대상이지만 의료행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보험사들은 더 다양한 헬스케어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AIA생명의 헬스케어서비스를 관망하는 중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수익모델이 줄어든 보험사에 헬스케어서비스는 필수사업모델이다”며 “보험사로선 고객이 건강할수록 지급해야 할 보험금도 줄어들어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의료행위 범위를 정하고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토론회와 세미나가 진행됐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7월 열린 보험 CEO 및 경영인 조찬회에서 “헬스케어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비의료인이 제공하는 헬스케어서비스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기준을 서둘러 마련,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가 행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서는 보험가입자 문진, 신체계측, 채뇨, 채혈 및 건강검진 결과서를 작성하는 것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다.
보건복지부도 의료행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결국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셈이다. 보험사들이 헬스케어서비스 도입을 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다.
지난해 2월 금융당국은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을 선언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 초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보험권 협회 등은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됐다.
물론 현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등 국민건강 관련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것으로 보여 곧 헬스케어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만 의료계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료 효율성 제고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헬스케어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헬스케어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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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8일 열린 문재인케어 추진에 따른 실손보험의 역할 진단 토론회.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
◆공보험 ‘역할 교란’ 논란도
의료법 규제 완화로 보험사가 헬스케어서비스를 적극 도입했을 때 공보험의 역할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말 열린 ‘보험산업의 헬스케어서비스 활용방안’ 세미나에서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민영보험사 위주의 헬스케어산업이 확대되면 공보험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영보험이 건강관리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면 실손보험처럼 공보험의 역할을 교란시킨다는 것.
최근 문재인케어가 발표돼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며 역할이 축소되는 분위기지만 실손보험은 아직도 3400만명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국민보험이다. 앞으로 헬스케어보험상품도 실손보험처럼 가입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직·간접적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헬스케어보험에 의해 현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 강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보험사가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헬스케어서비스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먹거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다만 타 업계 이익에 손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토론회 등에서 마치 의료계 반발로 고객이 마땅히 받아야 할 서비스를 못 받는다는 식으로 여론몰이하는 것은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이미 실손보험 비급여화 문제로 의료계와 논쟁을 벌였던 보험사가 수익 강화를 위해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려 한다”며 “의료법 가이드라인은 정부와 민간보험사, 의료계가 충분히 협의한 후 금융소비자에게 실익이 있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헬스케어는 국내를 넘어 전세계에서 도입하는 새로운 보험의 형태”라며 “또 4차 산업혁명에 맞춰 IT기술과 의료, 보험 등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물결과 같다. 국민들의 건강관리 수요가 늘어나는데 의료계가 밥그릇 싸움을 이유로 고집을 부려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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