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개혁 칼날에 보험사의 상처가 깊어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추진’을 선언하고 우선 추진할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주요과제에는 소비자 권리보장 및 편의성이 강조된 제2금융권 연체금리 인하, 실손보험료 인하,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방지 등이 포함됐다.


[머니S토리] '금융개혁 칼날' 덮친 보험업계



특히 10대 과제 상당수는 보험정책과 연관됐다.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수술대에 올라간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부터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 등 보험사가 불편해할 정책이 가득하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금융개혁 추진이 오히려 보험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손보험료 인하·카드납부 추진

문재인정부 들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정부가 보험사의 실손보험을 본격 해부하고 있어서다. 당국은 보험사의 실손보험상품 손해율 하락 효과를 산출·검증하는 등 보험료 인하 여력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보험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은 24개 생명·손해보험사가 2008년 5월 이후 판매한 실손보험상품을 대상으로 감리를 진행해 40만6000명의 가입자가 보험료를 100억원 이상 더 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정확한 산출결과 12개 보험사가 213억원의 보험료를 더 걷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책정기준을 들여다보며 상품구조의 전면개편을 압박하는 상황인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국은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방안도 내놨다. 이 문제는 보험사가 카드수수료 부담으로 지난 몇년간 진통을 겪은 사안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41개 보험사 중 31개사(75.6%)가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보험사가 제휴 카드사에 한해 허용하는 형편이다. 또 첫 보험료 카드납부 이후부터는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 자동납부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 보험료 카드납부율은 9.7%에 그친다.

결국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감원은 카드사, 보험회사 및 관련 금융협회,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달 26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에 참여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1차 협의인 만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의 키는 카드사가 아니라 보험사가 쥐고 있다. 그들의 입장이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귀띔했다.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의 핵심은 결국 수수료다. 보험사는 고객이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에 2.2~2.3%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카드사는 이 수수료를 스스로 낮출 수 없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격비용으로 수수료를 산출해야 해서다. 이 문제가 그동안 꾸준히 논의됐지만 시행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카드결제에 난색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사업비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보험료에서 일정부분을 사업비에 포함한다. 하지만 카드로 보험료를 받으면 여전법상 사업비 처리가 안된다. 결국 보험사는 가맹점수수료만큼을 사업비에 포함할 수 없어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이전에 없던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라 부담이 크다”며 “협의체에 참여한 보험사 측이 주장하는 것도 수수료를 사업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여전법에 예외조항을 넣어달라는 건데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토로했다.

몇년 전 같은 이슈가 반복됐을 때 금융당국은 발을 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금융당국이 직접 협의를 주도하고 금융위원장도 바뀐 시점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국, 보험사 때리기 ‘해석분분’

금융당국이 ‘소비자 편의성’을 무기로 지나치게 보험사 때리기에 나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손보험료 인하는 ‘문재인케어’와 관련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는 그동안 협의가 중단된 사안인 만큼 너무 급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8월 초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범위를 확대하며 생긴 카드사의 손실을 보험료 카드수수료로 메꿔 주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카드업계 및 학회는 가맹점 우대수수료율 범위확대로 카드사의 손실이 연간 35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카드사 달래기에 나서며 보험사가 희생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며 “당국이 내년 초 우대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할 계획인데 현 시점에서 손실을 메꿔줄 적당한 카드가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드사의 입장은 다르다. 이번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가 금융당국의 카드사 달래기가 아닌 소비자의 요구에 기인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하면 소비자로서는 편의성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당국의 우대수수료율 가맹점 확대에 의한 보상으로 진행되는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이번 소비자 중심의 금융개혁이 보험료 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손보험료를 인하한 여파로 손해율이 커진 보험사들이 다른 상품의 보험료를 올려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이 ‘소비자 중심’이란 대제를 달고 금융개혁안을 발표해 우리로서는 무조건 반발하기도 조심스럽다”며 “실손보험료 인하나 보험료 카드결제가 이행되면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