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백년 효성’ 주춧돌 놓을까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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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조현준 회장의 3세 경영시대 막을 올린 효성그룹이 지배구조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이사회를 열고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추천 독립성·투명성 제고, 감사위원회 역할 강화방안 등을 의결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여기에 재벌그룹을 향한 정치권발 지주사 전환 압박이 더해져 지금이 효성의 지배구조를 바꿀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명성 제고로 이미지 쇄신
효성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증진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및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결의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사외이사 3명(정상명·권오곤·최중경)과 사내이사 1명(김규영)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주주 권익보호 관련 분할·합병·영업양수도 등 주요 경영사항과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대한 법률이 규정하는 특수관계인간 거래, 기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해 이사회 상정 전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대표위원을 기존 사내이사(조현준)에서 사외이사(김명자)로 변경해 사외이사 추천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감사위원회 역할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조 회장의 지난 1월 승진과 7월 대표이사 선임으로 3세 경영에 시동을 건 효성이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얻어 이르면 연내에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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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뉴스1 황기선 기자 |
그동안 효성은 지배구조 및 내부 회계처리와 관련해 소액주주·시민단체의 반발에 시달렸다. 일례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선 기존 감사위원 재선임안이 ‘장기 연임은 안된다’는 주주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7월 조석래 전 회장, 조 회장, 조현문 전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 정윤택 전 사장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조 회장과 동생 조 전 부사장이 얽히고설킨 30여가지 사건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가 맡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계 안팎에선 효성 이사회의 이번 결정이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시장과 주주의 신뢰를 회복해 지주사체제 전환을 수월히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은 재계순위(23위)에 비해 지배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정보통신 등 이질적인 사업이 효성이라는 하나의 그늘 아래 모여 있어 효율이 떨어졌는데 이번 지배구조개선안을 토대로 그간 제기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 초부터 진행된 ‘조석래→조현준’ 경영권 이양이 최근 마무리됐고 지주사 전환 시 대주주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주식 처분 때까지 무기한 미뤄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내년에 일몰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금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며 “인적분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조현준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기업가치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형제들이 주력 기업을 나눠 독립경영을 해온 효성의 전통을 감안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조 회장과 동생 조 사장 간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효성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은 아들 3형제에게 주력 기업을 하나씩 맡기면서 독립경영을 주문했다. 이에 장남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효성중공업 등을 맡아 효성그룹을 일궜고 차남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를, 삼남 조욱래 회장은 대전피혁(현 DSDL)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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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효율성·지배력 강화
국회에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기준을 상장사는 20%에서 30%,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높이도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논의 중인 점도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서둘러야 할 이유로 꼽힌다. 개정안이 통과된 후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 더 많은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선 조만간 효성이 현대중공업그룹 방식으로 단일회사 이종적 사업포트폴리오를 분할해 각각의 독자적인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등 각각의 독자적인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으로 인적분할한 현대중공업그룹처럼 사업부문별로 인적분할해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주요주주인 조현준 회장(14.3%), 조현상 사장(12.2%), 조석래 명예회장(10.2%) 등 특수관계인이 사업부문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이후 지주사에 대한 현물출자 등 지분스와프로 그룹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성은 지난달 29일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어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에 다시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방향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급히 처리할 사안이 아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지주사 전환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 회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백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효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기술경쟁력이 성공DNA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임직원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함께 백년 기업의 꿈을 이루는 주인공이 되자”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백년 효성 구상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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