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자율협약’ 금호타이어, 달릴 수 있을까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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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호타이어 제공 |
매각 실패로 상처입은 금호타이어가 채권단 아래서 경영정상화 작업에 나선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채권 만기를 연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9개 채권금융단 회의에서 채권단 전원동의로 자율협약 추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주주협의회에는 기존 8개 시중은행에 신한은행이 포함됐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공동으로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하는 것으로 워크아웃과 유사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금호타이어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경영정상화를 달성하고 새 주인에게 매각되기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해결과제 산적
현재 금호타이어의 경영상황은 심각하다. 당장 채권만기를 연장한다고 해도 빚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빚을 갚으려면 결국 이익을 내야 한다. 따라서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실적’이다. 올 상반기에는 5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호타이어가 올 상반기 영업손실을 입은 가장 큰 원인은 중국시장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심화되고 매각추진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주요 거래처들이 요동쳤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와 유럽 등 거래처의 불안감은 금호타이어가 채권단 자율협약 내에서 안정을 찾으면 4분기부터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완공한 미국 조지아공장을 기반으로 미국시장에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조지아공장은 연간 400만본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문제는 중국시장이다. 중국공장 신차용 타이어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 실적개선이 요원하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반한감정은 기업의 힘으로 넘기 힘든 리스크다.
중국법인의 차입금도 문제다. 현재 중국법인의 차입금은 3600억원 수준인데 만기연장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올해 도래하는 중국 현지은행 차입금 중 600억원은 상환이 연기됐고 1000억원 정도의 차입을 추가로 만기 연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호타이어가 생존하기 위해선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며 신규자금 유입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채권단은 추석연휴 이후 두달간 실사를 진행해 정확한 구조조정 방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도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공장은 중국정부의 공장설립 제한조치로 희소성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인적 구조조정 역시 노조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노조는 지난달 이동걸 산은 회장이 취임식에서 언급한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이라는 표현에 "이 회장의 고통 분담 요구는 현장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인력구조조정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해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연휴 이후 광주를 찾아 노조를 만날 예정이다.
◆ 경영자 인선도 관건
금호타이어가 살아나기 위해선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외에 새로운 리더십 구축이 필수적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이한섭 사장 등 금호타이어 전 경영진이 물러난 가운데 어떤 인물이 금호타이어의 새 대표이사직을 맡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지난달 28일 박 회장 등이 경영에서 물러남에 따라 손봉영 부사장이 금호타이어 임시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채권단은 주주협의회 협약에 따라 경영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경영진을 뽑을 계획이다. 새 사장의 선임은 쉽지 않은 과제다. 타이어업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구조조정을 이끌 리더십도 필요하다. 다만 국내 타이어업계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 등 경쟁업체 출신의 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내부인사를 선임할 경우 박삼구 회장과 이한섭 사장 등 이전 경영진과 연결고리가 짙어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난 의미가 퇴색된다.
이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이한섭 대표가 퇴진하며 우선 손봉영 부사장이 임시로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며 “차후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전문성과 업계에 대한 이해, 기업에 대한 이해, 리더십, 인품 겸비 등을 고려해 적합한 인물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품까지 본다는 얘기는 사심을 버리고 정상화에 매진할 사람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금호타이어는 우리나라 타이어업체 중 유일하게 타이어 성형기 관련 원천기술을 가졌다”며 “이런 장점들을 잘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정상화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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