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돈이 되다] 게임부터 5G까지… IT산업 ‘알짜’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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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지식이 돈이 되는 시대다. 낙서하듯 그린 그림이 수백억원의 가치를 지닌 캐릭터로 탈바꿈하고 천문학적인 액수가 걸린 송사로 번지기도 한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손에 넣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 일도 흔하다. <머니S>가 한국 IP산업을 고찰했다. IP의 확장성과 정부의 대응책을 살펴보고 금융·IT업계의 현황도 점검했다. 아울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IP시장의 경쟁실태를 통해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최근 IT업계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수익모델 구축에 열을 올린다. 확실한 IP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산업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믿음이 널리 퍼지면서 IP열풍에 휩싸였다.
국내 IT업계가 IP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근래 들어서다. 과거 IT기업은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다. IP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했고 그에 대한 권리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끈 ‘마시마로’의 경우 수없이 등장한 모조품 탓에 10여년간 약 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IT산업이 발전하면서 IP는 그 자체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수단이자 미래산업의 열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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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리니지. /사진=머니투데이DB |
◆IP에 푹 빠진 게임업계
국내 IT분야 중 IP 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단연 게임업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엔씨소프트의 IP ‘리니지’다. 1998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신일숙 작가의 원작 만화를 PC에서 재구성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엔씨소프트는 이 IP를 활용해 2003년 ‘리니지2’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말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 지난 6월21일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회사와 최고의 게임IP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업계 라이벌 넷마블게임즈에 리니지IP를 제공한 것도 화제였다. 넷마블은 리니지IP를 활용해 모바일 MMORPG ‘리니지2레볼루션’을 개발했다. 이 게임은 출시 한달만에 월매출 2060억원을 올리고 올 상반기에만 약 5800억원 매출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리니지IP의 힘을 입증했다. 이 같은 리니지IP의 선전에 엔씨소프트 측은 “지분을 5% 이상 소유한 주주인 넷마블이 리니지IP를 일부 사용 중”이라며 “올 상반기 IP 이용 대가로 576억원을 지급받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달에는 블루홀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자사의 PC 온라인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글로벌 IP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자회사 블루홀지노게임즈의 사명을 ‘펍지주식회사’(PUBG)로 변경한다”며 “펍지는 배틀그라운드의 영문명을 줄인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밖에도 노블레스, 마음의 소리, 갓오브하이스쿨 등 다양한 웹툰IP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과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스마트폰 메신저의 이모티콘IP를 활용한 게임이 등장하는 등 게임업계는 다양한 IP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업계의 화두는 단연 IP”라며 “다른 산업으로 확장이 쉽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도 용이해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IP개발과 인수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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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사진=뉴스1 DB |
◆퀄컴·MS·구글… IP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
국내보다 먼저 IP의 힘을 깨달은 해외에서는 보다 넓은 IT분야에서 IP가 활용된다.
글로벌 무선통신기업 퀄컴은 IP를 활용한 IT업계의 선구자다. 1985년 7명의 엔지니어로 출발한 퀄컴은 현재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표준특허가 6000여건에 이르며 이를 바탕으로 CDMA칩셋시장의 83.1%, LTE시장의 69.4%를 점유 중이다. 퀄컴의 지난해 IP관련 수입은 79억달러(약 10조원) 규모로 국내에서도 매년 1조5000억원을 퀄컴에 지급하는 실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대표적인 IP활용기업 중 하나다. MS는 운영체제(OS)인 ‘윈도’라는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성장한 글로벌 IT기업이다. MS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막강한 IP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MS는 경쟁자가 나타나거나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IP 혹은 기업을 인수해 자신들의 IP 라인업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IP를 손에 넣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2014년 구글은 스마트홈 관련 약 150건의 IP를 보유한 ‘네스트랩스’를 32억달러(약 3조5700억원)에 인수합병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구글이 투자한 금액은 네스트랩스 연매출의 10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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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5G. /사진제공=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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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5G. /사진제공=SK텔레콤 |
◆SKT·KT 최초 경쟁, IP선점이 목표
최근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SK텔레콤과 KT의 ‘5G 최초 경쟁’도 IP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근래 들어 양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5G’, ‘국내최초’라는 수식어를 쓰며 보유기술 홍보에 열을 올린다.
4차 산업혁명의 동맥으로 불리는 5G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을 선점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통신표준기구인 ITU는 데이터 전송속도 20Gbps(기가비트) 이상, 지연속도 0.001초 이하라는 요건만 정해뒀을 뿐 구체적인 표준을 정하지 않았다. 이에 전세계 약 40개국 400여개 기업이 국제표준기술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든 상황이다.
ITU는 2019년까지 5G 기술 후보군을 평가한 뒤 이듬해인 2020년 2월 최종 국제표준을 승인할 예정이다. 3GPP(이동통신 표준화기술협력기구)도 ITU 표준화 일정에 맞춰 내년 6월까지 1단계 세부 표준을 개발할 방침이다.
5G 국제표준이 되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 퀄컴은 올 초 보고서를 통해 5G가 미치는 경제효과로 2035년까지 글로벌 산업생산량 12조3000억달러(약 1경3714조5000억원), 2200만명 고용창출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 국제표준으로 선정되면 기술 선점으로 마케팅 효과 및 IP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다양한 산업과 연결되는 5G의 특성상 IP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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