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를 활짝 연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신남방정책’을 추진, 통상정책의 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계획이다. 우리 기업은 일찌감치 베트남을 새로운 소비시장 점찍고 경제영토 확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분위기다. <머니S>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기회의 땅 베트남을 찾아 우리 기업의 사업현황과 앞으로의 전략을 살펴봤다. 또한 현지 주요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진출에 필요한 조언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신남방정책의 거점, 베트남을 가다] ④ 사랑을 전파하는 기업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베트남의 행정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하이퐁으로 향했다. 하노이 시내를 벗어나 2시간가량 잘 닦인 도로를 달리던 차가 어느새 울퉁불퉁한 흙바닥 길로 접어든다. 우기의 영향으로 예고 없이 쏟아진 스콜 탓에 엉망이 된 길을 조심스럽게 달리던 차는 이내 한적한 시골마을의 ‘박선초등학교’에 다다랐다.

이곳은 LS그룹의 글로벌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 ‘LS대학생해외봉사단’에 참가한 봉사단원들이 10박12일간 봉사활동을 펼치는 장소다. LS그룹은 22기 봉사단원 50여명을 선발해 하이퐁시와 동나이성 두 지역의 초등학교로 파견했다.


◆현지 아이들 꿈 키우는 LS

LS대학생해외봉사단이 베트남 하이퐁의 박선초등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LS그룹
LS대학생해외봉사단이 베트남 하이퐁의 박선초등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LS그룹
공식적으로 학교는 방학기간이지만 한국에서 봉사단원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일부 학생이 등교 중이었다. 기자가 도착한 시간은 정오 무렵이라 대부분의 학생이 마중 나온 엄마 손에 이끌려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학생들은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학교에 나와 봉사단원들과 체육수업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진행한다.

한산한 초등학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건물 구석의 한 교실에 단원 30여명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높은 습도도 인해 온몸이 불쾌하게 끈적거리는 무더위에도 단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기자와 동행한 LS그룹 본사 직원이 시원한 콜라가 든 짐꾸러미를 양손 가득 들고 단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교실로 들어서자 격렬한 환영세례가 쏟아진다.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사흘째. 피로하거나 지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원들은 3~5학년생을 대상으로 솔라카(태양광자동차), 모형비행기, 손발전기 등을 직접 만드는 과학교실을 열고 예체능과 위생 교육 등을 한다. 태권도·K-팝·부채춤 공연을 통해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문화전도사’의 역할도 맡았다. 노후한 학교 시설 보수활동도 진행한다. 이날 오후에는 학교건물 외벽 페인트칠과 벽화그리기가 예정됐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단원들은 “즐겁고 뜻깊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처음으로 해외봉사활동에 참여했다는 백지훈 단원(25·고려대)은 “처음부터 아이들이 우리단원들을 반겨줬다”며 “함께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굉장히 활발하다”고 이 곳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정우 단원(23·전북대)도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활동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른 기업이 주최한 해외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정자강 단원(24·부경대)은 “처음에는 아이들의 낯가림이 심할까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앞으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런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삼성·효성, 사업장 인근 지역과 상생

삼성전자는 박닝성 락베마을에 건립한 삼성희망학교 에서 매주 금요일 웰스토리 급식 봉사 등을 진행한다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박닝성 락베마을에 건립한 삼성희망학교 에서 매주 금요일 웰스토리 급식 봉사 등을 진행한다 / 사진=삼성전자
LS 외에도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현지 학교와 주요도시 도서관을 대상으로 책과 PC를 제공하는 ‘삼성 스마트 라이브러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임직원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대학생들을 상대로 삼성프로그래밍 콘테스트를 여는 등 인재육성을 지원한다.

사업장이 위치한 박닝성에서는 수원사업장 임직원 성금 3억원으로 건립한 방과 후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박닝성과 타이응웬성에 권학장학금, 축제지원 등의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임직원 헌혈, 재난복구 지원, 낙후시설 개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회공헌을 펼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베트남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한 예산은 455만달러(약 50억6000만원)에 달한다.

효성은 사업장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효성베트남은 2011년부터 매년 베트남 동나이성에 한방 및 치의학과 의사진, 베트남 임직원 자원봉사자 100여명으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인 미소원정대를 파견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의료 혜택을 지원했다. 7년째 이어진 의료 봉사활동을 통해 올해까지 약 1만명의 베트남 주민을 진료했으며 매년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

2014년에는 진료 기간 중 발견된 고위험환자들을 한국에 초청, 수술비 등을 전액 지원했고 2016년부터는 안과 과목을 신설해 시력이 낮은 주민들에게 추후 안경을 배포했다. 효성 사업장 내 출산 예정자 대상으로 진행하던 임신과 출산교육을 사회 진출을 앞둔 3, 4학년 대학생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베트남어로 책자를 제작해 기증하거나 사업장 인근의 초·중·고등학교에 200여대의 컴퓨터를 기증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장 인근 지역에 5곳의 미니도서관을 마련, 학생들이 책 읽기와 놀이 등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화 키우는 CJ, 아동 살리는 이마트

이마트 고밥점은 베트남 호찌민 아동들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무료로 헬멧을 나눠준다 / 사진=이마트
이마트 고밥점은 베트남 호찌민 아동들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무료로 헬멧을 나눠준다 / 사진=이마트
CJ그룹은 베트남 문화산업의 발전토대를 마련하고 한-베 문화교류를 활성화해 베트남의 문화사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 아래 베트남 국제영화제와 현지독립영화 상영관 운영, 영화제작 교육 등의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2011년부터 베트남의 국내·국제영화제에 메인 스폰서로 후원하며 영화 발전 세미나, 포럼 등을 주관한다. 2012년부터는 영화제작에 관심 있는 현지 중고생을 대상으로 영화제작교육 및 상영회를 실시, 베트남 미래 영화인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 지역 사회와 상생 방안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한베 기술학교 CJ 제과제빵학과’를 개설하고 제과제빵기술을 배우려는 청년들에게 직업 훈련을 제공한다. CJ그룹이 보유한 사업적 인프라를 베트남사회에 이식, 베트남 지역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2013년부터는 매년 베트남 여자 태권도 대표팀을 후원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대표팀 코치, 기술 훈련 및 장비 지원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마트는 호찌민시에 희망 장난감 도서관 1곳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그룹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저소득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무료로 장난감 및 놀이 환경을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내년 호찌민에 이마트 2호점이 들어서면 희망 장난감 도서관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는 또한 현지 아동들을 대상으로 1년에 1만개의 헬멧을 무상으로 지급한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아동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이마트 고밥점 관계자는 “아동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베트남 교통안전위원회 소속 단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헬멧을 제공하고 있다”며 “현지인들의 호응이 높아 다른 업체들도 따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인터뷰>

“LS드림스쿨 덕분에 ‘좋은학교’ 됐어요”
천득충 드림스쿨 9호 교감

LS드림스쿨 9호의 천득충 교감선생님 / 사진=이한듬 기자
LS드림스쿨 9호의 천득충 교감선생님 / 사진=이한듬 기자

“기존에는 학생수에 비해 교실이 턱없이 부족해 일부 학생이 다른 학교에서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LS에서 새로운 교실을 증축해준 덕분에 아이들이 새 교실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게 됐어요.”

LS그룹이 사회공헌활동 일환으로 베트남에 세운 ‘드림스쿨’ 9호 학교의 교감 천득충씨는 LS에 감사인사를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학교 건물을 새로 짓고 깨끗한 책과 학용품을 지원해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LS는 이곳에 교실 8칸짜리 2층건물과 도서관 1개를 짓고 책 3000권 등을 기증했다.

천씨는 “LS 덕분에 베트남 교육부의 기준에 맞는 ‘좋은 학교’ 수준에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읍내에 초등학교가 두개였는데 이번 학기부터 한개로 합쳐져 학생수랑 선생수가 대폭 늘었다”며 “좀 더 많은 후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LS는 2013년부터 교실이 부족하거나 노후화된 지역 2곳을 선정, 매년 8~10개 교실 규모의 신축 건물인 LS드림스쿨을 준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0개의 드림스쿨을 준공했으며 지난달 하이퐁시와 동나이성에서 각각 드림스쿨 11호와 12호가 공사에 들어갔다. LS드림스쿨 11호와 12호는 내년 1월 준공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