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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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마니아 박모씨(28·여)는 카메라를 사기 위해 적당한 성능의 제품을 알아본 뒤 중고거래플랫폼에 접속했다. 처음에는 중고거래가 불안했지만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갖게 되자 나중에는 택배를 기다릴 때의 떨림까지 즐기게 됐다. 양호한 상태의 제품을 찾은 박씨는 판매자의 판매이력을 검색했다. ‘작성글 200개, 댓글 300개’를 확인한 박씨는 안심하고 즉시 거래를 진행했다. 그러나 대금을 이체하고 일주일이 다되도록 카메라는 오지 않았다. 판매자는 연락두절. 박씨는 다시 판매이력을 검색하고서야 200개의 글이 모두 일주일도 안돼 작성한 허위판매글임을 깨달았다.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이점과 즉흥적인 ‘에누리’, 그리고 생각지 못한 ‘덤’은 중고거래만의 매력. 실속을 중시하는 가성비 등의 소비행태가 소비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중고거래시장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 중고거래시장규모는 20조원으로 통계청이 2009년 발표한 4조1000억원에 비해 5배가량 커졌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플랫폼인 중고나라의 경우 월평균방문자수(MAU)가 1600만명, 하루에 등록되는 중고물품이 20만건으로 매년 10%의 성장세를 보인다.


◆거래내역·댓글 확인하고 되도록 '직거래'로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거래 사기피해도 증가했다. 개인 사이의 거래다 보니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한 사기행각이 판치는 것이다. 따라서 중고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윈윈인 거래임에도 물건과 돈을 받기 전까지는 계속 불안감이 뒤따른다.

중고거래플랫폼과 경찰이 대책을 마련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은 이용자가 신중하게 구매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중고거래가 낯선 이들을 위한 중고거래 가이드를 제시한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중고거래를 통해 실속 있는 겨울대비를 하고 싶다면 이대로 따라해보자. 

/그래픽=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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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주로 넷플릭스를 보고, 가끔 그림이나 그릴 용도로 아이패드를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새것을 사자니 출혈이 크고 헌 것을 사자니 알아보는 과정이 몹시 번거롭다. 하지만 텅 빈 지갑은 나의 힘, 중고제품을 사기 위해 중고나라에 접속했다.

제품을 검색하고 모든 게시물에 일일이 들어가서 사진을 한장 한장 살핀다. 중고제품이 거기서 거기 같아도 유독 깔끔한 제품이 있다는 믿음으로 두시간 동안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한참을 찾다 흠집이 적고 산 지 반년이 채 안된 물건 몇개를 후보로 올렸다.

맘에 드는 물건을 찾았다면 ‘진짜 중고’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간혹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올려놓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목적은 당연히 ‘먹튀’다. 깔끔한 제품사진만 보고 거래를 진행시키기 전 사진의 워터마크를 확인해보자. 요즘에는 판매자가 자신의 닉네임으로 사진에 워터마크를 넣을 수 있다.


물건을 결정한 뒤 판매자의 거래내역을 검색했다. 최근 3년간 꾸준히 중고거래를 했고 대부분이 전자제품 거래였다. 게시글에 들어가 판매자가 쓴 댓글도 읽어봤다. 댓글을 보면 어떤 식으로 거래를 하고 어떻게 응대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그간 중고거래를 몇번 해보니 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깔끔한 거래’더라. 구매확정을 늦게 눌러서, 물건을 천천히 보내서 조바심에 떨다 보면 그냥 새것 살 걸, 팔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까지 다 확인했지만 최근 몇달간 아이패드를 3개나 판 기록이 신경 쓰였다. 혹시 장물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구매하겠다고 연락하니 당장 오늘 저녁에 직거래하자고 한다. 훔친 물건 급히 팔아치우려는 장물아비 패턴인데…. 의심이 깊어졌지만 다음날 저녁에 보자는 기자의 제안에 동의하길래 우선 그러자고 했다.


다음날 거래가 깨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문득문득 들었다. 단순 변심으로, 혹은 정말 장물이어서 거래가 깨지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저녁 회사 인근 지하철역 입구에서 판매자를 만나기 전까지 걱정은 이어졌다. 기자의 걱정을 알기라도 했는지 판매자는 구매영수증까지 챙겨서 왔다. 사진처럼 깔끔한지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카메라 등 몇가지 기능도 실행해본 뒤 바로 스마트폰으로 돈을 부쳤다.

/그래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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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기 증가세… 톱3 '휴대폰·티켓·의류' 

물건을 찾을 때부터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지만 그나마 직거래여서 걱정이 덜한 편이었다. 택배거래면 신경 쓸 게 더욱 많다. 안전거래를 할 것인지, 아니면 택배송장번호를 받고 기다릴 것인지 정해야 한다. 안전거래는 구매자가 택배를 받고 물건을 확인한 뒤 구매확정을 해야 판매자에게 돈이 입금되는 시스템이다. 카드로 할부결제도 가능해 비싼 물건을 살 때 여러모로 편리하다.

다만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낸 게 아니기에 판매자 입장에서는 불안함이 크다. 급전이 필요한 판매자라면 돈을 받기까지 시일이 걸리니 그리 탐탁지 않은 방법이고 무엇보다 물건훼손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글 중에도 구매자가 사지 않겠다고 되돌려 보낸 물건이 파손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택배거래는 안전거래를 선호한다. 구매자가 물건을 훼손해 돌려보내는 일보다는 가짜 판매자가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먹튀’ 사례가 훨씬 많기 때문.

중고거래 사기방지플랫폼 더치트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고거래 사기피해 사례는 4만1378건으로 전년대비 3254건 증가했다. 피해액도 115억2637만8200원으로 전년보다 2억4017만1309원 커졌다. 이는 2006년(6331건, 23억7631만4000원)과 비교하면 피해사례는 6.5배, 피해액은 4.8배 증가한 것이다.

피해자는 중고거래를 활발히 이용하는 20~30대가 많았다. 피해자 중 20대가 38.77%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5.42%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12.82%, 10대는 9.54%, 50대는 3.45%를 기록했다.

피해금액은 ‘5만원 미만’이 9686건(23%)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10만~20만원 8158건·19% ▲30만~50만원 6882건·16% ▲5만~10만원 5946건·14% ▲20만~30만원 5651건·13% ▲50만~100만원 3752건·9% ▲100만원 이상 1264건·3% 순이었다.

2006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발생한 중고거래 사기피해를 살펴보면 피해사례는 34만6907건이고 피해액은 1181억원에 달한다. 품목별로는 휴대폰·주변기기가 6만1993건, 티켓·상품권 3만3417건, 패션·의류 2만2053건 순이었다.

◆너무 싸다면 의심… 필히 통화하고 '파밍사기'도 주의

올해 연간거래액만 2조원으로 추정되는 중고나라 측도 현명한 구매를 강조하며 사기를 피할 수 있는 거래법을 제시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사기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거래’다. 직거래가 불가능할 경우 안전거래를 통해 택배거래를 하고 반드시 판매자와 통화해야 한다.

또한 중고물건이 시세보다 너무 싸다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장물이거나 사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사기거래의 특징으로는 카카오톡으로만 거래하려는 사람,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사람 등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티켓 사기’가 많이 발생하는 추세다.

/그래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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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관계자는 “올해는 유독 티켓사기가 많았다”면서 “한류열풍으로 인기가 치솟은 아이돌의 경우 콘서트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기 콘서트의 경우 티켓을 비싸게 되팔아도 금방 동이 난다. 팬으로서는 많은 돈을 지불하더라도 콘서트에 가고 싶기 때문. 따라서 구매자는 비싼 가격이어도 바로바로 티켓을 구매하는데 이런 점을 노려 사기를 치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파밍사기’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예컨대 판매자가 1만원짜리 물건을 판다고 한 다음 결제는 OOO페이로 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어 메신저로 결제링크를 보내주는데 이 링크를 클릭하면 실제 결제페이지와 아주 흡사하게 만들어진 가짜 페이지가 나온다. 여기에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입력할 경우 아주 큰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끊임없이 이용자 신고를 검토해 사기 계정, 장물 계정 등을 제재하고 있다”며 “하지만 해킹한 계정으로 새로 가입해 사기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 만큼 구매 시 유의사항을 꼭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중고거래 사기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도 나왔다. 에이스손해보험은 중고나라와 함께 인터넷물품 직거래 시 발생하는 피해를 보상해주는 '처브(Chubb) 인터넷직거래안심보험'을 출시했다. 에이스손보는 모바일 중고마켓 번개장터(애플리케이션)와 손을 잡고 사기와 피싱, 파손 등 중고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보상해주는 ‘구매물품보상보험’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