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쇼크로 각국 경제가 휘청인다. 빈곤의 사슬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사회의 취약한 고리부터 끊어냈다. 재난지원금은 취약계층 구제가 목적이지만 소비 진작의 효과도 크다. 하지만 처음 시행하는 정책이다 보니 곳곳에서 혼선이 생겼다. 골목경제를 살린다는 재난지원금이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등에서 사용됐다. 기부 논란도 한창이다. 가족 간 갈등을 빚거나 재난지원금 신청 과정에 실수로 한 기부가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켰다. 전국민이 행복할 줄 알았던 재난지원금. 당분간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인다.(편집자주)


[MoneyS Report] 재난지원금 경제학-①사용처 논란

“40만원을 쓰기 위해 해야 할 학습이 너무 많아서 피로도 극심 ”(학생 A씨) 

“아직도 카드 안 받는 전통시장이 많은데 그런 곳도 꼭 살려야 하나요? 작은 마트들 가격도 평소보다 올랐더라고요. 재난지원금 카드 때문인지 생각도 못했는데…”(주부 B씨) 


“법과 규제는 대형마트가 더 잘 지키고 고용창출 효과나 세수도 대형마트가 더 크고 많습니다. 코로나 불황엔 대형마트들도 힘들긴 매한가지구요. 긴급재난 지원금은 되려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 같습니다.”(직장인 C씨)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 재난지원금의 사용처를 두고 소비자와 업체들 모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사용처가 제한돼 있다 보니 같은 브랜드 매장을 이용하더라도 브랜드 본사 소재지, 운영방식 등에 따라 어떤 곳은 결제가 되고 어떤 곳은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해서다. 지원금을 결제하기 전에 쓸 수 있는 곳인지 미리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긴급재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종로구의 파리바게뜨 매장/사진=장동규 기자
긴급재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종로구의 파리바게뜨 매장/사진=장동규 기자


서울에 있냐, 가맹점이냐… 따질 것 천지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면서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유흥업소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사용을 제한했다. 지원금 취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지역 내 소비 진작과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 

다만 대형마트나 백화점 안에 있더라도 두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임대 매장이면서 개별 가맹점으로 등록한 경우다. 보통 대형마트 안에 있는 미용실이나 안경점, 약국, 병원, 세차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마트의 경우 전국 158개 점포 내 2400개 임대매장 중 약 30%인 800여개 매장이 이런 소상공인 임대매장이고, 롯데마트는 124개 점포 1444개 임대 매장 중 55.1%인 795곳, 홈플러스는 140개 점포의 6000여개 임대 매장 중 1100여곳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들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임대매장에는 별도의 안내물을 비치해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도 이런 일부 소상공인 임대매장이 있지만 사용처는 더 한정적이다. 소상공인 임대매장 중 개별 가맹점으로 등록하지 않고 해당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복합쇼핑몰 내 푸드코트가 대표적이다. 


외식업계는 기본적으로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 위주의 사업을 펼치는 탓에 중소 자영업자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치킨, 피자, 빵집, 커피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는 원칙적으로 가맹점이면 전국 어디서든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이 가맹점으로 운영되고 있는 치킨업종이나 커피전문점 이디야 등에서도 사용이 자유롭다. 

대부분 편의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편의점은 직영점이 전체 매장의 1% 수준이다. CU는 전국 1만4000여개 매장 중 100개, GS25는 1만4000여개 중 44개만 직영매장인 만큼 대부분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직영점이라면 본사 소재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진다. 직영점은 매출이 본사 매출로 잡히는 탓에 해당 행정구역 시민들만 사용할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청자의 주소지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내에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와 헬스앤뷰티스토어 랄라블라가 대표적이다. 100%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와 랄라블라는 본사 소재지가 서울인 탓에 서울 매장에서만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스타벅스의 경우 전국 1400여곳 중 500여개 서울 매장에서만 쓸 수 있다. 서울에 위치한 스타벅스와 랄라블라를 찾았다고 해도 다른 지역 시민들은 사용할 수 없다.

직영매장 비율이 높은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서울 외 지역에서 사용할 경우 가맹점에 미리 사용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나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뚜레쥬르, 빕스, 계절밥상 등도 운영 방식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 

반면 직영점이지만 지원금을 쓸 수 있는 브랜드도 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다. 노브랜드는 모두 직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가맹주소를 본사 소재지인 서울이 아닌 타 지역으로 등록을 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주민들이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 경제학] ①스타벅스는 되고 동네 옷가게는 안 된다?


같은 브랜드라도… 사용처 달라 ‘혼란’ 

배달 앱은 원칙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배달앱으로 주문한 뒤 현장에서 음식을 받으면서 결제하면 이용할 수 있다. 앱에서 직접 결제하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에서의 재난지원금 사용도 제한돼 있지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서울시가 재난긴급생활비로 서울 시민에게 지급하는 선불카드 사용 시 온라인 쇼핑몰 결제가 가능하다. 

업계에선 사용처 기준이 모호하고 확인할 게 많다 보니 더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인 제한 업체를 결제 전 업체에 일일이 묻거나 카드사 홈페이지, 고객센터로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사용처 포함 유무에 따라 유통업종별로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SSM은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유로 제한 업종에 포함돼 매출 타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세달 안에 써야 되는 만큼 지원금 대부분이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생필품 구입에 몰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 수요를 놓치게 됐다”며 “대형마트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하반기 매출 악화도 불 보듯 뻔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편의점은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편의점에서 지원금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간 10억원 이상 매출 업체에서는 결제할 수 없는 만큼 편의점 등 소상공인 비중이 높은 채널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오는 8월31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기한 이후 미사용 잔액은 국고로 환수되며 환급받을 수 없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5호(2020년 5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