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임의적으로 청원글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 직언하는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의 청원글을 게재한 '조은산'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과거에도 수차례 이 같은 형식의 청원글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조은산'이라고 지칭한 청원인이 올린 글은 이번 청원에 앞서 3개가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자신을 '조은산'이라고 지칭한 청원인이 올린 글은 이번 청원에 앞서 3개가 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숨겨진 '시무7조' 국민청원, 이유 있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접속 시 지난 12일 게재된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확인할 수 없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3만8226명의 동의를 얻은 해당 청원은 청원 주소를 직접 입력해야만 접속할 수 있다.

게시물 주소로 접속하면 "사전동의 100명이상이 돼 관리자가 검토 중인 청원으로 공개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문구가 뜬다. 이와 함께 "단 청원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 비공개 되거나 일부 숨김 처리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청와대는 ▲중복 게시 ▲욕설·비속어 사용 ▲개인정보, 허위사실, 타인 명예훼손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 홈페이지에 서 국민청원을 숨긴다.

해당 청원글의 글쓴이는 최근 재확산된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현 경제 상황과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 청와대 참모진 대거 사의 표명 등에 대한 입장을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을 빌려 호소했다.


글쓴이는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제 당파와 제 이익만 챙기며 폐하의 눈과 귀를 흐리고 병마와 증세로 핍박받는 백성들의 고통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며 시무 7조를 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헌법의 가치를 시키시옵소서"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등을 조언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직언하는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의 청원글이 임의적으로 비공개 처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직언하는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의 청원글이 임의적으로 비공개 처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조은산은 누구?

…"역적 김현미 파직하시라"
자신을 '조은산'이라고 지칭한 청원인이 올린 글은 이번 청원에 앞서 3개가 더 있었다. 해당 게시글들 역시 모두 검색되지 않는다. 특히 청원인은 2번째 청원글이 삭제되자 "상소문에 그리 마음이 상하셨사옵니까"라며 3번째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올린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달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부동산 정책을 '치킨'에 비유해 풍자하기도 했다. 다주택자를 '다치킨자'로, 일시적 2주택자를 '일시적 2치킨'으로 꼬집었다.


하지만 헤딩 청원글이 비공개 처리되자 다음날 '다치킨자 규제론을 펼친 청원인이 삼가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글을 다시 게재했다. 브랜드 상호가 명시한 것을 의식했는지 이번에는 치킨 상호를 쓰지 않고 '000'으로 표시했다.

청원인은 해당 청원글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파직을 주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폐하와 조정대신들의 가장 큰 실정은 바로 나라 경제의 순환성을 이해하지 못함"이라며 "폐하 즉시적 대업으로써 역적 김현미를 파직하시고 당장 서인으로 강등시키시어 국토를 온갖 규제로 유린하고 집값을 폭등시킨 죄를 물어주시옵소서"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