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가 중고거래를 이용해 고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MZ세대가 중고거래를 이용해 고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플렉스(FLEX, 뽐내다)에 빠진 MZ세대(1980~2004년생)의 소비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과거엔 명품을 비롯한 고가 제품을 고민 없이 결제했다면 최근에는 중고거래를 이용해 싼값에 구매하는 소비를 즐긴다. 

MZ세대의 소비패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중고거래를 일종의 재테크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형태의 중고거래가 오히려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는 ‘중고거래’로 명품 산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고가 전자기기와 명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사진=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고가 전자기기와 명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사진=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Z세대의 중고거래는 지난해 1~11월 1100만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1% 늘었다. 거래금액은 1조1000억원으로 19% 증가했다. 중고거래 이용자를 연령별로 보면 25세 이하가 40%, 25~34세 28% 등 전체 거래 건수의 약 70%가 MZ세대로 나타났다.

MZ세대의 중고거래가 큰 폭으로 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관심사인 고가 전자기기와 명품 거래도 많아졌다. 지난해 1~11월 스마트폰 거래금액은 150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했다. 패션의류와 패션잡화 거래금액은 450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성장은 아이폰·갤럭시Z플립 등 고가 스마트폰과 구찌·발렌시아가·스톤아일랜드 등 명품 거래 증가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고가 전자기기 및 명품의류 중고거래가 증가한 원인은 중고거래를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MZ세대 트렌드 미디어 캐릿’(Careet) 관계자는 “MZ세대는 정가로만 제품을 평가하지 않는다”며 “인기모델, 중고시세, 희소성 등을 고려해 제품을 구매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MZ세대는 제품 수요가 많다→ 프리미엄 가격이 붙는다→ 제품을 사면 20만원을 번다→ 묵혀둘수록 값이 오른다→ 지금 비싸더라도 미래를 위해 구입한다” 식의 사고를 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MZ세대는 가치소비를 추구함과 동시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고가제품은 중고거래 시 손해가 적다”고 언급했다. 일반제품은 중고로 다시 팔 때 감가가 크지만 고가제품은 브랜드이미지, 한정된 공급, 끊임없는 수요 등을 고려할 때 감가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중고거래의 인식 변화

합리적 소비·명품체험
최근 MZ세대는 고가 제품 중고거래를 ‘합리적 소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MZ세대는 고가 제품 중고거래를 ‘합리적 소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MZ세대가 중고거래를 통해 명품을 사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합리적 소비’와 ‘명품체험’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비싼 제품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중고로 구입한 뒤 다시 되팔 수 있음을 고려하면 오히려 경제적이다” 등 중고거래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들에게 중고거래는 철저히 ‘경제적 계산’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다. 고가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도 중고거래의 장점으로 꼽았다.

중고거래 경험이 많다는 대학생 변모씨(여·24)는 중고거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그는 “정가 120만원 상당의 아이폰을 40만원에 구매했다”며 “비싼 제품을 저렴하게 사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중고거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해당 제품을 계속 사용하느냐는 질문엔 “40만원에 구매한 아이폰을 두달 뒤 30만원에 되팔았다”며 “아이폰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있어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불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고거래를 이용한다면 비싼 제품을 경험해본 후 다시 팔아 돈을 충당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며 “중고로 거래하면 이처럼 고가제품을 가볍게 즐기기 좋다”고 강조했다.

주로 의류·신발 등 패션제품을 중고거래하는 대학생 서모씨(남·26)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고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을 중고거래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비싼 물건을 바로 구매해 소장하기보다는 일단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며 “중고로 산 뒤 마음에 들면 계속 소유하고 아니면 다시 판다"고 말했다. 

서씨에게 중고거래는 일종의 '명품 체험판'이다.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명품 브랜드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어서다. 그는 “해당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비슷한 값에 다시 처분하면 돼 금전적 부담도 덜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110만원 상당의 클러치백을 80만원에 구매해 사용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78만원에 다시 팔았고 120만원 상당의 신발을 70만원에 구매해 68만원에 되팔았다.

취업준비생 김모씨(남·25)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사용가치가 떨어진 물건을 처분할 수 있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중고거래는 모두에게 윈윈이다”고 강조했다.


합리적 소비?… 결국 개인 욕심에서 비롯

일부 MZ세대는 고가 제품 중고거래를 합리적인 소비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부 MZ세대는 고가 제품 중고거래를 합리적인 소비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반면 일부 MZ세대는 고가제품 중고거래를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품 등 값비싼 제품을 중고거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경제적 합리성보다는 ‘개인의 욕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명품 중고거래에 부정적 의견을 낸 직장인 유모씨(여·27)는 “명품은 중고로 사도 비싸다”며 “개인의 허영심이 명품 중고거래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개인의 선택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중고로 명품을 사고 매일 라면 먹기’와 ‘명품 안 사고 맛있는 밥 먹기’ 중 나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고거래를 즐긴다는 변씨 역시 “고가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 꼭 합리적인 소비는 아닌 것 같다”며 “합리적 소비를 원한다면 고가제품 대신 같은 유형의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중고거래 경험에 대해서도 “사실 해당 제품을 갖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고백했다. 그는 앞으로 또 중고거래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막상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중고로 살 것 같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김모씨(남·28)는 고가제품 중고거래는 자신을 허구로 포장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명품을 구매하는 심리는 ‘나는 비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중고거래는 비싼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 아닌가.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남에게) 보이고 싶은 것일 뿐”이라며 “명품을 중고로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은 명품을 살 경제적 여유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역시 고가제품 중고거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잘사는 계층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하기 위해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 중·하류층은 스스로를 상류층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비싼 제품을 중고로 구매한다”며 “자신이 어떤 계층인지 보여주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품으로 자신을 나타내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고가제품 중고거래가 합리적 소비라는 주장에 대해 “명품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사치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희귀한 명품은 중고가 더 비싸다”며 “‘중고거래는 싸다’라는 인식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가로 물건을 구매해 더 비싸게 파는 등의 방식 때문에 거래가가 정가보다 높게 형성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