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과 불법도박 등의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전 삼성라이온즈 소속 윤성환씨(39)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대구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6.3/뉴스1 © News1 남승렬 기자
승부 조작과 불법도박 등의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전 삼성라이온즈 소속 윤성환씨(39)가 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대구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6.3/뉴스1 © News1 남승렬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지난해 11월의 어느 날, 윤성환(40)에 대한 불법도박 소문으로 떠들썩한 때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윤성환의 당당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그는 20여분 통화에서 "피해자는 자신"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관련 소문을 일축했다.

윤성환이 거액의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A매체의 보도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보도 직후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던 윤성환은 직접 기자들에게 연락해 적극적인 해명으로 반박했고, 이에 여론은 A매체의 '오보'로 몰아갔다. 당시 윤성환은 변호사를 통해 A매체 대해 법적 대응까지 고민했지만 증빙 등 복잡한 사유를 들어 뜻을 접었다.


윤성환은 불법도박 소문과 관련해 "절대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원클럽맨'으로서 삼성을 불명예스럽게 떠나게 된 부분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삼성은 윤성환과 권오준의 합동 은퇴 경기를 추진했는데 최종적으로 권오준의 은퇴 경기만 진행됐다. 구단은 선수가 거절했다고 밝혔으나 윤성환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구단 경영진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어쨌든 은퇴하게 된 윤성환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지만 계속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우선 재능기부를 통해 야구 꿈나무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겠다는 계획을 전했으며 훗날 삼성 구단과 삼성 팬을 위해 일하겠다는 꿈도 밝혔다.

7개월 후 윤성환이 '피의자'로서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윤성환은 삼성 유니폼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으며 장소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약 7㎞ 떨어진 대구지법이었다. 그의 두 팔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결백하다는 윤성환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기까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윤성환은 지난해 9월 대구의 한 커피숍 등에서 B씨에게 현금 5억원을 받아 불법도박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 적용됐는데 윤성환이 B씨에게 5억원을 받는 조건도 승부조작 제안이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선수가 경기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함께 재물이나 재신상의 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 실행 여부에 상관없이 대가를 받는 것만으로도 법에 저촉된다.



대구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부장판사 강경호)는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성환은 불법도박 혐의를 인정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7개월 전에 떳떳하고 당당하던 그의 태도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윤성환이 야구로 보답할 길은 끊겼다. 2019.8.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윤성환이 야구로 보답할 길은 끊겼다. 2019.8.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윤성환은 '모범'이 되던 야구선수였다. 성실한 몸 관리와 뛰어난 실력으로 KBO리그 통산 다승 8위(135승)에 올랐으며 삼성 왕조의 주역으로 수많은 우승컵을 안겼다. 지도자, 동료, 팬이 사랑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윤성환은 야구를 능멸했다. 이번 불법도박 혐의만으로 KBO리그 이미지를 훼손시켰는데 나아가 승부조작 가담 의혹까지 불거졌다.

윤성환이 실제로 승부조작을 했는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데 그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의심받고 있다.

윤성환은 2020년 8월 21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1⅔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는데 41구 중 볼(27개)이 65.9%였다. 1회부터 사구와 볼넷을 2개씩 허용했다. 공은 느려도 뛰어난 제구로 타자를 잡았던 그를 떠올리면,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불법도박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으나 승부조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검은 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일부 선수들로 일어난 승부조작 때문에 KBO리그 뿌리가 흔들렸던 게 얼마 지나지 않았다. 치유될 수 없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모든 구성원이 승부조작을 근절시키고자 노력해왔건만 베테랑이 앞장서서 승부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더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야구계는 이번 사건이 승부조작까지 번지지 않기를 바라며 숨죽이며 지켜볼 따름이다.

윤성환이 실제로 승부조작에 개입했는지는 추후 조사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만약에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는 자신의 '터전'이었던 야구계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자신의 꿈대로 야구로 보답할 길도 영영 끊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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