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요즘 누가 돈주고 상추 사먹나요?"… 늘어난 홈파밍족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정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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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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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 뭐죠? 채소값 폭등해도 걱정없어요."
고물가 여파로 식탁에 오르는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 주머니 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져 마음 놓고 장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채소 가격이 돌아가면서 폭등하는 것 같다"며 "배추는 금추, 대파는 금파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불만을 표한다.
이에 채소를 집에서 키워 먹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상추와 깻잎 등 작물을 직접 수확해 식재료 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베란다 텃밭 가꾸기' '옥상에서 배추 키우기' '홈파밍'(home farming)에 대한 내용이 넘쳐난다.
머니S가 물가 상승 영향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방구석 농부'를 택한 이들을 만나봤다.
"내가 직접 키운다"… '홈파밍족'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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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문한 서울 중구 소재 '다이소'에는 씨앗류를 구매하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띄었다. 원예 코너에 마련된 배추와 적상추, 당근, 바질 등 종자를 보며 집에서 키우기 적합한 채소를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홈파밍을 즐긴다는 박모씨(20대·남성)는 "'파테크' 열풍이 불 때 베란다 텃밭에서 대파를 직접 키워봤다"며 "소량 구매가 가능하고 가격이 싸서 종종 사러 온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키우는 재미가 상당하다"며 "비교적 재배가 쉬운 상추와 배추 등을 키운다"고 덧붙였다.
자취 3개월 차인 유모씨(20대·여성)는 "집에서 밥을 차려 먹는 비용이 이렇게 많이 드는 줄 몰랐다"며 "당장 먹을 수는 없지만 식재료 값을 아끼기 위해 채소를 직접 키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이어트 때문에 토마토와 새싹 비타민채, 유러피안 샐러드 등을 자주 먹는데 꼭 직접 길러서 먹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홈파밍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씨앗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재배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또 베란다·옥상·마당 등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 키우기 쉽다.
원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인기 원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이 주목받았는데 그때 실내 원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원예용품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식물로 인테리어하는 홈가드닝족과 물가 상승 여파에 따라 식자재비를 줄이기 위해 채소류를 직접 키우는 홈파밍족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4월 당근과 양상추 등 씨앗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했다"며 "집에서 많이 키우던 배추나 상추 등을 넘어 다양한 채소를 키우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루꼴라와 고수는 이번 봄 시즌에 완판을 기록할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상추 키우기는 초보… 아스파라거스·토마토 등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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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파밍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방구석 농부' 고수들이 등장했다. 25종 이상의 식물을 키워봤다는 신모씨(30대·여성)는 "아파트 베란다에 햇살이 강하게 비춰 뭐라도 키워볼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며 "이제는 레몬과 딸기, 방울토마토 등 좋아하는 과일과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수준"이라고 흐뭇해했다.
홈파밍 장점으로는 '신선함'을 꼽았다. 긴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말 그대로 '방금 딴' 채소를 먹을 수 있어 건강에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씨는 "농약을 치지 않은 식재료를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홈파밍을 적극 추천했다.
채소를 자급자족한 이후 요리하는 게 즐겁다는 윤모씨(20대·남성)는 "고급 식당에서 먹던 아스파라거스를 집안에서 즐긴다"며 "아스파라거스를 활용한 볶음밥을 만들거나 스테이크에 곁들여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변비를 예방하고 열량이 낮아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며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긴다"고 말했다.
식용 목적을 넘어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식물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집안을 정원처럼 꾸미는 홈가드닝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반려 식물'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초심자가 기르기 좋은 식물로는 로즈마리, 바질 같은 허브류 식물이 있다. 허브는 건조한 환경에도 잘 자라는 식물로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또 육류요리에 적당량을 넣으면 특유의 향기가 풍미를 더해준다.
플렌테리어로 집안을 꾸몄다는 박모씨(30대·여성)는 "신혼집을 꾸밀 목적으로 홈가드닝을 시작했다"며 "키우다 보니 재밌어서 하나 둘 늘려 온 집안에 식물이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허브류를 추천한다"며 "관리가 쉬운 것은 물론 향기가 은은해 인테리어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방이나 식탁 등에 두면 조리 기구나 요리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잡아주고 음식에 첨가하기 쉽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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